영국 비밀문서 “노딜 브렉시트 시 대혼란”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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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문서 “물류·신선식품·의약품 무질서 초래” 지적

임보련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9-08-19 15:40:31

▲ 브렉시트 준비를 총괄하는 마이클 고브 국무조정실장은 18일(현지시간) 선데이타임스가 보도한 비밀문서에 포함된 노딜 브렉시트가 가져올 영국의 혼란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한 것 뿐이라고 해명했다. 사진은 BBC 갈무리 [사진=뉴시스]

영국이 아무런 합의 없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하는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할 경우, 극심한 혼란이 우려된다는 내용이 담긴 영국 정부의 비밀문서가 유출돼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이 문서는 국경 통관 지연에 따른 물류 정체와 연료, 신선식품, 의약품 수급 우려 등 노딜 브렉시트로 인한 혼란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영국 선데이타임스는 18일(현지시간) 영국 국무조정실이 이달 초 작성한 ‘노랑멧새(yellowhammer)’라는 코드명이 붙은 비밀문서를 입수해 보도했다. 이 문서는 비밀취급 인가권을 가진 이들 중 관련 내용을 ‘알 필요가 있는(need to know)’ 사람만 열람이 가능하다고 선데이타임스는 전했다.

선데이타임스에 따르면 익명의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 비밀문서에 대해 “이것은 노딜 브렉시트로 일반 국민이 직면할 상황에 대한 가장 현실적인 평가”라며 “최악의 경우를 가정한 것이 아니라 가능성이 큰 합리적 시나리오”라고 평했다.

문서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브렉시트 이후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와 영국령인 북아일랜드 간 국경에서 통관·이민 절차가 엄격해지는 ‘하드 보더(Hard Border)’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시위와 도로차단 등이 이어져 국경 지역에서 물류 이동이 정체되는 상황이 수개월 이어질 경우 런던과 잉글랜드 남동부의 연료 수급에 악영향이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과 프랑스를 잇는 영불해협을 통한 물류 이동도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영국에서 프랑스로 건너가는 대형 트럭 85%는 프랑스 측 통관 절차 강화에 대응할 준비가 돼 있지 않아 최장 2.5일까지 통관이 지연될 수 있고 일시적으로 물동량이 40∼60% 수준으로 급감할 수 있다. 영국 내 각 항구도 최대 3개월가량 심각한 혼란을 겪은 뒤에야 물동량이 현재의 50~70% 수준으로 회복될 것으로 예상했다.

문서는 이 밖에도 신선식품 공급 감소에 따른 가격 상승과 의약품 수급 지연, 영국과 EU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의 어업권 분쟁, 물가 상승으로 인한 사회복지 활동 위축 등 결과가 초래될 수 있으며 시위 대응에 대한 상당한 경찰력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유출된 문서에는 EU 탈퇴를 위한 준비가 불투명하게 진행돼 온 데 대한 현 정부의 불만도 담겼다. 한 정부 소식통은 “역대 영국 정부들은 시민들이 비상상황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데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문서는 브렉시트 이후 영국과 EU의 관계가 어떠한 형태로 변화할지에 대한 명확한 그림을 제시하지 못한 것이 관련 준비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진단했다.

선데이 타임스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제1야당인 노동당과 여권 일각에서 추진되는 정부 불신임안이 가결된다면 EU 탈퇴 후 총선을 소집할 수 있다고 시사해 불신임 여부와 무관하게 노딜 브렉시트가 강행될 수 있다고 밝힌 와중에 이 문서가 유출됐다고 보도했다.

존슨 영국 총리는 오는 24∼26일 프랑스 비아리츠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앞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를 만날 예정이다. 이번 만남에서 존슨 총리는 브렉시트 합의문 재협상을 요구하면서 EU가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브렉시트 시한인 10월31일 노딜 브렉시트도 불사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독일을 비롯한 EU는 재협상 불가 방침을 분명히 하고 있어 ‘노딜 브렉시트’에 대한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임보련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임보련 기자 bll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