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주말 빗속에 열린 대규모 평화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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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폭력으로 끝난 시위, 중국의 무력 개입 명분 사라지나

임보련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9-08-19 15:42:06

▲ 18일(현지시간)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에 반대하는 집회에 참가한 홍콩인들의 모습. 뒷사람이 들고 있는 손팻말에는 ‘우리는 과녁이 아니다(我們不是箭靶)’고 적혀있다. [사진=香港01]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에 반대하는 홍콩 시위 사태에 중국 인민해방군 산하 무장경찰 및 장갑차 등이 홍콩으로부터 10분 거리에 있는 광동(廣東)성 선전(深玔)시에 배치된 가운데 18일 오후(현지시간) 홍콩 도심에서 대규모 송환법 반대 시위가 열렸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재야단체 민간인권전선(民間人權陣線)은 이날 오후 2시 빅토리아 공원에서 송환법 반대 및 강경 진압을 규탄하는 대규모 집회를 개최했다. 주최 측은 평화, 이성, 비폭력을 뜻하는 ‘화리비(和理非) 집회’를 강조했다. 반중국 성향의 빈과일보 창립자 지미 라이는 “우리는 시민들의 마음을 잃을 수 있다”며 비폭력 시위를 호소했다.

민간인권전선은 “오늘 집회 참여자가 100만명을 넘을 수 있지만, 빅토리아 공원은 10만명 정도만 수용할 수 있다”며 시민들에게 집회장에 15분만 머무르다 물 흐르듯 빠져나가는 ‘유수(流水)식 집회’를 제안했다. 이는 평화시위를 강조해 중국 중앙정부에 무력개입의 명분을 주지 않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집회가 폭력으로 번질 경우, 중국 정부가 홍콩에 직접 개입할 수 있는 명분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시위대는 이날 오후 3시30분쯤부터 빅토리아 공원에서 정부청사가 있는 서쪽으로 거리 행진을 시작했다. 홍콩 경찰은 앞서 공원 내 집회만 허가하고 행진은 불허했지만 시위대의 앞길을 가로막지는 않았다.

▲ 18일(현지시간) 송환법 반대 집회에 참가한 홍콩 시민들의 모습[사진=香港01]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날 집회에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연령과 계층의 사람들이 참가했다. 유모차를 끌고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부모들도 있었다.

민간인권전선이 제안한 유수식에 따라 시민들은 평화롭고 질서있는 분위기 속에서 애드미럴티에서 완차이, 센트럴로 행진했다. 주최 측은 이날 집회에 170만 명이 참가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경찰과 폭력배의 폭력 중단과 5대 요구 사항(▲송환법 완전 철폐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경찰 강경 진압에 관한 독립적 조사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을 수용할 것을 촉구하며 집회를 이어나갔다.

홍콩 경찰은 정부청사로 향하는 주요 도로를 제외하고는 시위대의 행진을 차단했다. SCMP에 따르면 경찰은 진압용 물대포 차량 3대를 현장에 배치했지만 실제로 사용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홍콩 경찰은 3000여명의 경찰과 100여명의 폭동진압경찰을 투입했으나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경찰은 이날 최루탄을 사용하지 않았다.

이날 열린 집회가 평화적으로 끝나면서 홍콩의 송환법 반대 주말 시위는 4주 만에 처음으로 평화 시위에 성공했다.

지난 주말 시위에서는 송환법 반대 시위에 경찰의 강경 진압으로 인한 부상자가 속출했고 시위에 참여한 여성이 경찰의 빈백건에 맞아 오른쪽 눈이 실명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이날 149명이 체포됐기도 했다.

이에 분노한 시위대가 12일부터 이틀간 홍콩 국제공항 점거 시위에 나서 979편의 항공편이 취소되는 ‘항공대란’이 벌어졌다. 중국 정부는 홍콩 접경지역인 선전시에 무장경찰 수천 명을 배치하면서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임보련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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