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규제로 분양가 싸져도 서민 집 못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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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 상한제 적용해도 서울 APT 가격 대부분 9억원 이상 전망

배태용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9-08-20 11:23:29

정부가 민간택지에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기로 하면서 일명 ‘로또단지’를 기대하는 실수요자들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여전히 대출규제가 진행 중인 만큼 , 실수요자와 시민들이 서울의 아파트를 사는 일은 여전히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서울의 아파트들이 주로 재건축사업을 통해 공급되는 탓에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는다고 해도 9억원이 넘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분양가가 9억원 이상이면 중대금대출이 금지돼 있기 때문에 자금 여력이 부족한 서민이나 실수요자들은 아파트를 사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0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강남 등 서울 주요 단지의 분양가는 분양가 상한제 도입 이후에도 대부분 9억원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신반호3차, 경남 재건축조합은 자체 계산 결과 상한제를 적용할 경우, 일반 분양가가 3.3㎡당 4000만원 대에 책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를 평형에 맞춰 계산해보면 전용면적 59㎡인 아파트의 경우, 분양가는 10억원을 넘게 된다.

분양가가 9억원을 넘으면 일반 중산층이나 서민은 ‘내집 마련’이 힘겨워진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보증을 받지 못해 중도금대출이 금지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분양가의 80%를 현금으로 마련해야 하는 만큼 최소 7억원 이상 현금이 필요하다.

실제로 부동산 시장조사업체인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올해 서울의 분양가 9억원 초과 아파트는 전체 분양 단지 224곳 중 29.5%(66곳)에 달했다. 2년 전(15.2%)과 비교하면 14.3%포인트가 증가한 것이다. 9억원 초과 분양 단지는 동대문구(39곳)·광진구(39곳)·은평구(12곳) 등 비강남권에도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에 더해 정부가 로또청약을 방지하겠다며 5년 거주를 의무화할 예정인 만큼, 전세금을 활용하는 것도 어려워진다. 따라서 청약 시장은 현금부자에게 유리한 그조로 흘러갈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10억원 이상 순자산을 보유한 가구는 전체 가구의 6.1%(2018년 3월 기준)에 불과하다

이에 전문가들은 가점이 높은 무주택자와 청약 자격이 안 되는 현금부자들이 이면 계약을 맺고 불법적인 형태로 ‘로또 단지’를 공략하는 등의 부작용이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자산가 중 일부러 상가 위주로 투자하거나 비싼 전셋집을 유지하면서 로또 청약을 노리는 사람이 상당수 있다”라고 밝혔다. 이에 심형석 교수는 “상한제 도입으로 분양가가 낮아지더라도 일반 청약자가 대출 없이 현금 수억원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현금부자에게 두세 배 시세 차익이 보장되는 로또 아파트가 돌아가는 부작용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태용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배태용 기자 tybae@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