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히토 일왕, 패전 7년 뒤 군비·개헌 필요성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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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NHK 보도, ‘전쟁가능국’ 아베 개헌 분위기 띄워

임보련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9-08-20 16:44:57

▲ 일본이 패전한 후 1945년 9월 27일 히로히토 일왕이 맥아더 미군 최고사령관과 함께 사진을 찍은 모습 [사진=일본 위키피디아]

일본이 태평양전쟁에서 패할 때 항복을 선언했던 히로히토(裕仁·1901~1989년) 일왕이 패전 후 7년이 지난 1952년에 재군비와 개헌 필요성에 의욕을 보였다는 사실이 당시 일본 정부 인사의 기록을 통해 확인됐다.

NHK는 18일 다지마 마치지(田島道治) 초대 궁내청(일본 정부의 왕실 담당 부처) 장관이 히로히토 일왕과의 대화를 기록한 ‘배알기(拜謁記)’의 내용을 공개했다. 다지마 장관은 1948년부터 5년간 궁내청 장관을 역임했으며 600회, 300시간에 걸쳐 히로히토 일왕과 나눈 대화를 기록했고 이를 수첩과 노트 등 모두 18권에 상세히 기록했다. NHK는 유족으로부터 ‘배알기’를 제공받아 전문가들과 함께 분석했다. 배알(拝謁·はいえつ)이란 일본어로 (일왕을) ‘만난다(알현한다)’는 뜻이다.

이 기록에 따르면 일본의 전쟁 책임을 묻는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조인 후 5개월이 지난 1952년 2월 11일 히로히토 일왕은 “나는 헌법 개정에 편승해 밖에서 여러 가지 일이 일어난다고 생각해 부정적이었으나 지금은 다른 부분은 다루지 않고 군비에 대해서만 공명정대하게 당당히 개정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히로히토 일왕은 같은 해 3월에는 “경찰도, 의사도, 병원도 없는 세상이 이상적이지만 병이 있는 이상 의사가 필요하고 난폭자가 있는 이상 의사가 필요하다”면서 “침략이 없는 세상이면 무장이 필요하지 않겠지만 침략이 인간사회에 있는 이상 군대는 부득이하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같은 해 5월 8일에도 “나는 재군비에 따라 군벌이 다시 대두하는 것은 절대 싫지만, 침략 받을 위협이 있는 이상 방위적인 새로운 군비가 없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히로히토 일왕은 재군비와 헌법 개정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요시다 시게루(吉田茂) 당시 총리에게 전하려고 했으나 다지마 장관은 이에 대해 “헌법상 그런 말은 할 수 없다. 최근의 전쟁에서 일본은 침략자로 불렸다. 그건 금구(禁句·금지된 말)다”면서 일왕을 만류했다.

요시다 유타카(吉田裕) 히토쓰바시(一橋)대 특임교수는 “자료를 보면 히로히토 일왕이 헌법을 개정해 재군비를 하는 것을 반복해 말하고 있어 독립국가라면 군대 보유를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왕실 전문가인 후루카와 다카히사(古川隆久) 닛폰(日本)대학 교수는 마이니치신문에 “배알기 분석에서 히로히토 당시 일왕이 개헌이나 재군비를 언급하고 있었던 것은 새로운 발견이지만, 개헌이라고 해도 자위대 같은 것을 만드는 걸 헌법상 인정하는 것이다”라면서 “그는 구군(舊軍)에 대해선 상당히 비판적이며 옛날처럼 군벌이 주도하는 군대를 재현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일본은 세계 2차 대전 패전 후 점령국인 미국에 의해 헌법 9조가 만들어졌다. 여기에는 일본이 전쟁 포기와 전력(戰力) 보유 불가가 명시돼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이 헌법 9조를 자위대의 존재를 명기하는 1단계 개헌에 성공한 뒤 일본을 ‘전쟁 가능국’으로 바꾸는 2단계 개헌을 계획하고 있다.

NHK의 이번 보도는 전후 첫 개헌을 시도하는 아베 총리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NHK는 아베 정권에 유리한 보도로 일관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임보련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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