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범 아기 사산한 엘살바로드 여성, ‘무죄’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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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징역 30년 선고에서 무죄로 판결

임보련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9-08-21 12:37:48

▲ 성폭행으로 임신한 아이가 사산되자 고의로 살해했다는 혐의로 30년형을 받았던 에벨린 에르난데스(21)가 19일(현지시간) 무죄를 선고 받은 뒤, 법원 앞에서 변호인과 지지자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CNN]

10대 때 성폭행을 당해 사산한 후 살인 혐의로 징역 30년형을 선고받았던 엘살바도르 여성이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CNN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19일(현지시간) 엘살바도르 코후테페케 법원의 호세 비르힐리오 후라도 마르티네스 판사는 낙태와 살인 혐의로 30년형을 선고 받았던 에벨린 에르난데스(Evelyn Hernández‧21)에게 “고의로 사산했다는 증거가 부족해 유죄로 볼 수 없다”며 그를 석방했다. 교도소에 수감된 지 33개월 만이었다.

에르난데스 변호인은 이날 열린 선거공판 이후 트위터에 “무죄다. 우리가 해냈다”고 올리며 판결 소식을 전했다. 판결 후 법정에서 나온 에르난데스는 환호하는 지지자들 앞에서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정의가 실현됐다”며 “이제 공부를 계속하고 삶의 목표를 위해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고 말하며 기뻐했다.

에르난데스는 가난한 농촌 출신으로 간호대 1학년 재학 중이던 지난 2015년 성폭행을 당했다. 이후 2016년 4월 6일 자택 화장실에서 심한 복통을 느끼고 화장실에 갔다가 심한 출혈과 함께 아이를 사산했다. 에르난데스는 곧바로 과다출혈로 의식을 잃었고 그의 어머니가 화장실에서 혼절한 딸을 발견해 곧바로 병원 응급실로 데리고 갔다. 에르난데스는 병원 도착 사흘 뒤, 태아를 고의로 살해했다는 혐의로 병원에서 곧바로 체포돼 여자 교도소로 옮겨졌다.

검찰은 수사 초기 에르난데스에게 낙태죄를 적용했지만, 이후 에르난데스가 고의로 아이를 죽였다고 보고 살인죄로 기소했다.

에르난데스는 “성폭행 이후 충격을 받았고 임신 상태인지 전혀 몰랐다”며 “복통과 출혈은 성폭행 후유증이라고 오해했고 화장실에서 정신을 잃었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사산된 아이는 화장실의 정화조에서 발견됐으며 아이에 대한 부검 결과는 태아가 태변을 먹고 질식사를 한 것으로 나왔다. 그러나 1심 법원은 에르난데스의 유죄를 인정하고 2017년 7월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에르난데스는 상고했고 1심 판결은 증거부족으로 기각됐다. 이에 검찰은 2심에서 괘씸죄를 더해 에르난데스에게 징역 40년을 구형했다. 그러나 법원은 에르난데스의 손을 들어줬다.

엘살바도르는 가톨릭 신자 비중이 60%에 달하는 보수 가톨릭 국가다. 종교적 이유로 어떠한 경우에도 낙태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성폭행이나 근친상간으로 인한 임신, 산모의 생명이 위험에 처한 경우에도 낙태는 허용하지 않으며, 집에서 아이를 낳다 사산하거나 임신 중 유산하는 경우에도 살인이나 과실치사 혐의로 최고 40년형의 처벌을 받는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엘살바도르에서 2000~2014년 사산·유산으로 처벌받은 여성은 147명에 달한다. 이 중 20명은 여전히 복역하고 있다.

에르난데스 사건은 어떤 경우에도 낙태를 허용하지 않는 엘살바도르에서 무죄 판결을 받음으로써 낙태 금지법 개정 여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유엔인권고등판무관사무소(OHCHR)도 과거 엘살바도르의 ‘가혹한 낙태금지법’을 개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6월 취임한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은 “낙태에는 반대하나 유산 후 고통을 겪으면서도 수사를 받아야 하는 여성들에 대해서는 유감스런 마음”이라고 말하며 낙태금지법 개혁에 대한 의사를 밝혔다. 앞서 그는 대선 후보 시절 “산모의 생명이 위험에 처한 경우엔 낙태가 허용돼야 한다”는 입장도 밝힌 바 있다.

[임보련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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