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란드 매입 의사 트럼프에 덴마크·그린란드 “황당”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국제사회

가디언, “트럼프 관심은 희토류 때문”

임보련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9-08-21 12:38:57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다음달 초에 예정된 덴마크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취소했다. 이유는 덴마크 총리가 ‘그린란드 매매에 관심이 없어서’이다. [사진=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덴마크 총리가 그린란드 매매에 관심이 없다는 이유로 2주 남은 덴마크 총리와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정상회담을 취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덴마크는 훌륭한 사람들이 사는 매우 특별한 나라”라면서도 “메테 프레데릭슨 총리의 언급으로 볼 때 그는 그린란드 매매에 대해 관심이 없어 보인다. 2주 후 예정된 정상회담을 다른 시간 대로 연기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덴마크의 수상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줘서 미국과 덴마크의 노력과 비용을 줄일 수 있었다”며 “앞으로 다시 정상회담 날짜가 잡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트위터에 ‘트럼프 호텔’과 그린란드 풍경을 합성한 사진을 트위터에 게재하고 ‘그린란드에 이런 짓은 하지 않겠다’고 적기도 했다.

18일 미국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15일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를 매매하고 싶다고 의사를 밝힌 바에 대해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그린란드를 방문한 자리에서 “그린란드는 덴마크 소유가 아닌 그린란드의 것이다”라며 “이를 매입하려는 미국의 생각은 터무니없다”고 비난했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이날 ‘폭스 뉴스 선데이’에 출연해 그린란드는 전략적 장소이며 많은 가치 있는 광물을 갖고 있다”며 그린란드 매입 검토가 사실임을 인정했다.

그린란드 정부는 앞서 지난 16일 성명을 통해서도 “우리는 비즈니스에는 열려있지만, 그린란드는 판매용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 전 덴마크 총리는 즉각 트위터를 통해 “4월 만우절 농담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완전히 계절이 지났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백악관 참모들에게 그린란드 매입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그는 그린란드 매입을 ‘대규모 부동산 거래’라고 언급하며 “전략적으로 흥미로운 일이며, 관심을 갖고 있다”고 인정했다. 다만 “그것은 (우리 정부의) 넘버 원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그린란드에 트럼프타워를 합성한 사진을 게재하면서 “이런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적었다. [사진=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영국 가디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 매입에 거듭 관심을 보이고 이유로 희토류를 지목했다. 또 러시아를 견제할 수 있는 군사적 요충지이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린란드에는 막대한 양의 희토류가 매장돼 있다. 희토류는 ‘4차 산업혁명의 쌀’로 불리며 반도체, 레이저 등 첨단 제품의 생산에 필수적이다. 희토류의 80%는 중국에서 생산된다. 이에 따라 중국은 무역전쟁 시, 희토류를 무기로 내세워 일본 및 미국을 압박해왔다. 그린란드 남서부에 위치한 크바네펠드 광산은 희토류 생산지로 이미 유명하다. 그린란드 남서부 크바네피엘 광산엔 최소 1000만 t 이상의 광물질이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그린란드의 천연자원 매장 규모는 북극권 전체의 절반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그린란드의 광물자원과 지정학적 가치를 약 1조1000억 달러(약1332조원)로 추정하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라 그린란드는 러시아를 견제할 수 있는 중요한 요충지이다.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까지 불과 3600km 떨어져 있다. 미국은 덴마크와 1051년 군사방위조약을 맺고 1953년 그린란드에 툴레공군기지를 건설했다. 이곳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조기 경보 체제도 가동하고 있다.

북대서양과 북극해 사이에 자리한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는 약 5만6000명이 거주하고 있는 세계 최대의 섬으로 인구의 약 90%가 원주민 이누이트이다. 18세기 초반 덴마크 영토로 편입된 그린란드는 주민투표를 통해 2009년부터 자치권을 보유하고 있지만 외교와 국방, 통화정책 등은 여전히 덴마크에 의존한다. 덴마크는 매년 그린란드 세입의 3분의2에 가까운 5억 6000만달러(약 6800억원)의 예산을 그린란드에 지원하고 있다.

[임보련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임보련 기자 bll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