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상한제는 서민 기만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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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 상한제는 서민 기만정책

이철규 기자페이지 + 입력 2019-08-22 15:45:14

최근 분양가 상한제 시행에 대해 법적 적용 문제가 대두되는 등 거센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정책을 시행하는 입장에서 이 같은 측면을 고려하지 않은 아니겠지만, 그만큼 반발이 심하다는 것은 한번 심사숙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물론 무조건적인 반발을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 또한 과반수 이상이 반대하는 정책을 시행하는 것 역시 시장에서 얼마만큼의 효과를 거둘지는 의문이다. 위정자의 정책은 물 흐르듯 해야 하며 백성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특정인과 집단을 위한 정책들은 결국 나라를 망칠 뿐이며 부작용만 양산할 뿐이다.

지금까지 국토부는 크고 작은 부동산 정책들을 끊임없이 내놓고 있다. 이에 시장은 그 틈을 비집고 나아가고 있다. 때론 후분양으로, 때론 분양 연기 등, 그때그때마다 제도의 허점을 찾아나선 셈이다. 정부와 시장의 이 같은 머리싸움이 언제 끝날지는 알 수 없다. 아니 이 머리싸움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영원히 풀 수 없는 숙제일 수도 있다.

대한민국은 자본주의 사회며, 자신의 재산을 자유롭게 팔 수 있고 살 수 있는 사회다. 또한 자신의 재산만큼 세금을 내야하는 나라이기도 하다. 따라서 자본을 많이 가진 사람이 재산을 더 늘리기 위해 부동산에 투자한다고 해서 도둑놈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의 국토부 정책은 한 주택 이상 가진 사람을 투기꾼으로 몰아가는 형국이다.

특히 지난 9월 13일에 발표한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안’은 그 방점을 찍었다. 분양권과 입주권을 가진 사람도 주택을 가진 것으로 인정하는 것은 물론 추점제로 입주자를 선정할 경우, 추첨 물량의 75%를 무주택자에게 우선 공급하기로 했다. 또한 나머지 25%도 무주택자와 1주택를 섞은 뒤 추첨하기로 했다. 1주택을 가진 사람들까지 주택청약 시장의 접근을 차단한 것이다.

정부는 무주택자에게 우선권을 주기 위한 제도라고 하지만 결국 집이 있는 사람은 청약 당첨이 별 따기 만큼 어려워진 셈이다. 또한 어제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신규 분양받은 분들의 97% 이상이 무주택자다”라고 밝히기까지 했다. 이처럼 정책이 무주택자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길 바란다.

하지만 시장의 실상은 장관님의 이야기처럼 호락호락하지 않다. 올해 서울에 분양된 민간아파트 가운데 분양가 9억원을 넘는 비중이 무려 50%에 육박하고 있다. 더욱이 지난해 강남에 집중됐던 분양가 9억원 초과 아파트들이 이젠 한강을 넘어 강북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지난 20일 부동산정보서비스 직방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올해 서울에 분양된 민간아파트의 분양가를 분석한 결과, 분양가가 9억원을 넘는 비중이 48.8%를 기록했다. 또한 분양가 6억원∼8억원 이하인 아파트의 비중은 올해 4.4%로 급감한 것과 달리 분양가 8억원∼11억원 이하의 아파트가 44.9%로 2배나 증가했다.

9억원이 넘는 아파를 구입하기 위해선 보통 계약금이 20%임을 고려하면 1억 8000만원의 현금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또한 9억원이 넘을 경우, 중도금 집단대출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계약금과 중도금 등 분양가의 80%를 현금으로 마련해야 한다. 즉 7억원 이상의 현금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실제로 집 한 채 없는 서민이 7억원 이상의 현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을까 싶다. 정부는 무주택자들에게 집을 사도록 하겠다고 하지만 실제 시장은 서민이 집을 살 수 있는 구조가 아닌 셈이다. 집 한채 가진 사람도 도독취급하며 시장접근을 차단하는 국토부의 실질 정책이 오히려 진짜 서민의 접근을 차단하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분양가 상한제로 분양가가 낮아져도 일반 청약자가 수 억원의 현금을 가지고 있지 않은 만큼, 진짜 서민의 집사기는 쉽지 않다고 이야기 하는 것이다. 결국 정부의 정책은 현금을 가진 서민이 아닌 서민들을 위한 특정 집단을 위한 정책인 셈이다.

이철규 sicsicma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