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에게 조국(祖國)이란 무엇인가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데스크칼럼

조국에게 조국(祖國)이란 무엇인가

스카이데일리 칼럼

박선옥 논설실장 기자페이지 + 입력 2019-08-23 08:14:29

광복절을 전후한 지난 한 주는 유난히 ‘우리나라’에 대한 자긍심과 애정, 그런 것들이 울컥 올라오는 한 주였다. 아무리 내 몸 하나 내 가족 지키고 살기 힘든 시기일지라도 조국이라던가 민족이라던가, 그런 단어들 앞에서 우리는 서로를 위하고 서로를 든든히 지키는 존재-대한민국 국민-으로 하나가 된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우리가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야 모두 있겠지만, 특히 나라를 위해 일하는 고위공직자야말로 국민을 위하는 마음을 늘 품고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게다가 법무부장관 후보자라면 더더욱 그래야 한다. 법은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부당하거나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도록 판단하는 기준이 되어주어 국민 모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기 때문이다.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자 법무부장관 후보자인 조국의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언론이 하나 둘 그를 둘러싼 의혹들을 쏟아내고 있다. 아직 국회 인사청문회가 진행되지는 않았으나, 분노와 배신감에 휩싸인 여론은 이미 그에게서 등을 돌렸다. 폴리페서 논란, 딸의 불법 논문 제1저자 의혹 및 대학원 장학금 부정 수령 의혹, 부인의 사모펀드 편법 증여 의혹 등 크고 작은 논란이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다. 이 모든 의혹이 진실이라 단언할 수는 없겠지만, 이미 밝혀진 몇몇 사실만 보아도 조국 후보자가 진정 나라와 국민을 위하고자 하는 마음을 가진 공직자인지 의심하게 된다.

팩트체크를 거친 몇 가지 사실만 짚어 보자. 조 후보자는 서울대 교수 재임 시절 폴리페서(정치 참여 교수)를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정치인 교수는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하니 정치인을 하려면 교수직에서 물러나야 하는 것이 옳다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그러나 민정수석에 이어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그는 ‘임명직은 다르다’며 교수직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분노한 서울대학교 학생들은 그를 ‘가장 부끄러운 동문’으로 꼽았다.

조국 후보자의 딸이 고등학교 재학 중 의학 논문의 제1저자로 등재된 것 또한 사실이다. 조 후보자의 딸은 고등학생이던 2008년 단국대 의과학연구소에서 인턴으로 지내며 의학 전문 학회지에 논문을 내고 제1저자로 이름을 올린 바 있다. 특혜 논란이 일자 논문의 책임 저자였던 단국대 교수가 “적절하지는 않았지만 부끄러운 짓은 하지 않았다”며 조 후보자의 딸이 논문에 가장 많은 기여를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석박사 과정에게도 어려운 병리학 논문을 고등학생이 2주간의 인턴기간 동안 써 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조 후보자의 딸이 뛰어난 학생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치자. 논문의 책임저자는 “제1저자로 들어간 논문을 대학 입학에 쓰게 하기 위해 할 수 없이 빨리 싣는 쪽을 택해서 외국 저널이 아닌 국내 저널을 선택했다. 그래서 논문이 제대로 평가를 못 받은 면이 있다”고 덧붙인 바 있다. 어찌되었든 논문이 고교 재학생의 대입용 스펙쌓기였고 그를 위해 특혜를 제공했단 사실은 인정한 셈이다. 더욱이 연구내용이 아닌 영작에 큰 기여를 했다는 공을 내세우는 데는 말문이 막힌다.

조국 후보자는 2012년 4월 자신의 트위터에 이런 글을 남겼다. “장학금 지급 기준을 성적 중심에서 경제상태 중심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하지만 56억여원의 재산을 가진 조국 후보자의 딸은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재학 중 6학기동안 약 1200만원의 장학금을 수령했다. 게다가 두 차례 유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장학금이 지급됐다. 조국 후보자가 말한 경제상태 중심은 물론 성적 중심의 기준에도 자격이 맞지 않는다. 이에 대해 현직 부산대 로스쿨 교수가 조국 후보자의 딸 장학금 수령은 학칙에 어긋난다며 의견을 밝힌 상태다.

조국 후보자의 딸이 재학했던 고려대에서는 촛불집회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 20일 고려대 온라인 커뮤니티 ‘고파스’에는 ‘제2의 정유라인 조국 딸 학위 취소 촛불집회 제안’이라는 게시글이 올라왔고 21일 오후 기준 2000명이 넘는 재학생·졸업생들이 집회 찬성에 투표한 상태다.

국민들은 분노한다. 국민들을 위하는(듯 했던) 그의 주장과는 다르게 살아온 그의 행적에 분노한다. 그는 교수이며, 정치인이며, 공직자였다. 국민을 위해 또한 나라의 미래를 위해 가장 앞장서리라 기대했던 사람에게서 모순적 모습을 발견한 국민들은 실망과 허탈감에 빠졌다.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에게 묻고 싶다. 당신에게 조국(祖國) 대한민국은 어떤 존재인가. 대한민국 국법 앞에서, 아니 그보다 자신의 이름 두 자 앞에서 스스로가 부끄럽진 않은가.

박선옥 논설실장 sobahk@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