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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삼국 이전에 존재했던 나라를 고조선(古朝鮮)이라고 부른다. 이 명칭은 일제에게 단군신화의 단초를 제공한 ‘삼국유사’에서 처음 사용됐다. 고조선(왕검조선)이라 한 것은 기자(箕子)조선이나 위만(衛滿)조선과 구분하기 위해서다. 또한 이성계의 나라 조선과 구별하기 위해 이전에 존재했던 조선을 고조선이라 했으며 그 안에 단군조선과 기자조선과 위만조선이 있었다고 분류하기도 한다.
후손이 나라를 세워 조상과 같은 국호를 사용할 경우, 조상의 국호 앞에 후(後)자를 붙여 칭하는 것이 통상적인 관례다. 아골타가 세운 금(金)나라는 여진족의 나라였다. 약 400년 후 누루하치가 만주에서 여진족을 규합해 나라를 세우니 이를 후금(後金)이라 했다. 그러다가 청 태종이 국호를 대청(大淸)으로 바꾼 것이다.
그런데 조선 왕조는 불경스럽게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 후손인 자신들이 조선이라는 국호를 그대로 쓰고 조상의 나라 이름 앞에 옛 고(古)자를 붙인 것이다. 그리고 자신들의 국호 조선은 단군의 조선이 아니라, 기자의 조선에서 유래되었다고 하였다. 삼봉 정도전이 쓴 ‘조선경국전’에는 국호가 조선으로 정해진 사연이 잘 묘사돼 있다.
“해동은 국호가 일정하지 않았다. 조선이라고 일컬은 이가 셋 있었으니 단군과 기자와 위만이 바로 그들이다. (중략) 모두 한 지역을 몰래 차지해 중국의 명령을 받지 않고 스스로 국호를 세우고 서로를 침탈했다. (중략) 그러나 기자만은 주 무왕의 명을 받아 조선후(朝鮮候)에 봉해졌다.
지금 천자께서 ‘오직 조선이란 칭호가 아름다울 뿐 아니라 그 유래가 구원하다. 이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고 하늘을 받들어 백성을 다스리면 후손이 길이 창성하리라’고 명하셨는데 아마 주 무왕이 기자에게 명했던 것처럼 천자께서 전하에게 명한 것이리니 (중략) 기자는 무왕에게 홍범을 설명하고 그 뜻을 부연해 8조의 가르침을 지어서 나라 안에 실시하니 정치와 교화가 성하게 행해지고 풍속이 지극히 아름다웠다. 그러므로 조선이란 이름이 천하 후세에 이처럼 알려지게 된 것이다.
이제 (기자)조선이라는 아름다운 국호를 그대로 사용하게 되었으니 기자의 선정 또한 당연히 강구해야 할 것이다. 아! 명나라 천자의 덕도 주 무왕에게 부끄러울 게 없거니와 전하의 덕 또한 어찌 기자에게 부끄러울 게 있겠는가. 장차 홍범의 배움과 8조의 가르침이 금일에 다시 시행되는 것을 보게 되리라”
위와 같이 명나라를 하늘같이 떠받들던 제후국 조선 왕조는 국조 단군의 조선보다 중국에서 귀화한 기자의 조선을 더 숭상했다. ‘세종실록’ 의 오례에 의하면 국가에서 문선왕(文宣王=공자)과 조선 단군과 고려 시조에게 제사를 올리는 중사(中祀)에 ‘후조선(後朝鮮) 시조 기자’가 함께 포함되었을 정도로 기자는 모화 사대주의에 중독된 조선 왕조에서 그야말로 흠모의 대상이었다.
기자조선이 생긴 이유는 사기 ‘송미자세가’의 “주 무왕이 기자를 조선에 봉했으나 신하가 되지는 않았다”는 기록 때문인데 조선의 왕에 봉한 것이 아니라 아래 ‘한서지리지’의 응소의 주에서 볼 수 있듯이 유주의 낙랑군에 속한 조선현으로 봉한 것이다. 주 무왕은 기자를 당시 조선(나라)의 왕으로 봉할 위치에 있지도 않았고 만일 그랬다면 이는 ‘송미자세가’가 아니라 ‘사기 주본기’에 기록될 엄청난 사건이었을 것이다.
樂浪郡(낙랑군)，武帝元封三年開。莽曰樂鮮。屬幽州(유주)。應劭曰：「故朝鮮國也。」 師古曰：「樂音洛。浪音狼。」 戶六萬二千八百一十二，口四十萬六千七百四十八。有雲鄣。縣(현)二十五：朝鮮(조선현)，應劭曰：「武王封箕子於朝鮮。」 邯，孟康曰：「音男。」 師古曰：「音乃甘反。邯音酣。」 浿水(패수)，水西至增地入海。莽曰樂鮮亭。師古曰：「浿音普大反。」 含資，帶水西至帶方入海。黏蟬(점제)，服虔曰：「蟬音提。」 遂成(수성)，增地，莽曰增土。帶方(대방)，駟望，海冥，莽曰海桓。列口，長岑，屯有(둔유)，昭明，南部都尉治。鏤方，提奚，渾彌，師古曰：「渾音下昆反。」 吞列，分黎山，列水所出，西至黏蟬入海，行八百二十里。東暆，應劭曰：「音移。」 不而，東部都尉治。蠶台，師古曰：「台音胎。」 華麗，邪頭昧，孟康曰：「昧音妹。」 前莫，夫租。
또 기자가 왕이 된 이유는 그의 41세손 기준(箕準)이 위만에게 패해 다른 곳으로 가서 한(韓)을 세우고 성도 한씨로 바꾸면서 시조 기자부터 35대까지의 조상 모두를 왕으로 추존했기 때문이다. 36세 기후부터 40세 기비까지 5명은 실제로 번조선에서 왕을 했다. 이것이 잘못 해석돼 천년 기자조선이란 이상한 나라가 생겨난 것이다.
조선 왕조 국가제사에 위만은 포함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위만이 기자조선을 멸망시켰기 때문일 것이다. 위만조선을 크게 부각시킨 자들은 일제식민사학자들이었다. 기자조선은 이미 조선왕조에서 집대성되었기에 더 이상 손을 댈 필요가 없었고 위만조선을 기자조선과 한나라 식민지 한사군과 연결시키는 가교로 조선민족은 수천 년간 이민족 지배를 받아온 우매한 민족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렇다면 조선의 원래 역사는 과연 어땠을까. ‘단군세기’에 “왕검의 아버지는 단웅(檀雄)이고 어머니는 웅씨(熊氏)의 왕녀로 B.C 2370년 5월 2일 박달나무 아래에서 태어났다. 14세에 웅씨의 왕은 그를 비왕(裨王)으로 삼아 나라의 다스림을 대행했다가 전쟁 중에 돌아가시니 그 자리를 이어받아 구한(九桓)을 통일하고 단군왕검이라 했다.
B.C 2333년(개천 1565년) 상월 3일에 나라 사람들이 천제의 아들로 받들어 모시니 도읍을 아사달(阿斯達)에 정하고 나라를 세워(建邦) 조선(朝鮮)이라 했다. 제위에 있기를 93년이고 130세까지 사셨다”고 기록돼 있으며 마지막 47대 고열가 단군 때인 기원전 239년 대부여(조선)은 해모수의 정변에 의해 새로운 나라가 열리게 된다.
역년 2천년이 넘는 조선은 47분의 단군에 의해 진조선·마조선·번조선으로 나뉘어져 다스려진 나라였으며 기자조선은 존재하지 않았던 허구의 나라였다. 위만은 정변을 일으켜 번조선의 기준왕을 쫓아내고 왕을 한 적은 있으나 이는 조선 전체가 아니라 일부인 번한 땅에 국한된 것이었고 손자 우거왕이 배신한 신하들에게 살해될 때까지 겨우 약 90년간 존재했던 도둑집단이었다. 이런 위만을 단군조선의 계승자로 만든 것이 일제식민사학이다.
기원전 2333년 단군왕검이 건방(建邦)했던 나라는 조선이지 고조선이 아니었기에 이성계의 나라를 후조선(後朝鮮)이라고 불러야 올바른 역사적 호칭이 될 것이다. 조선 앞에 뭔가를 붙이는 것은 허구의 기자조선과 위만조선을 인정하고 우리 민족사의 정통성을 훼손하는 행위가 될 것이다. Made by Japan 단군신화를 조작한 일제식민사학을 극복하려면 우리 스스로 단군이 세운 국호부터 제대로 정립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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