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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구는 청량리, 장안, 이문‧휘경‧회기 그리고 전농‧답십리 권역으로 나뉜다. 전농‧답십리 지역 생활권은 전농 1, 2동, 답십리 1, 2동 등 총 4개의 행정동으로 구성 돼 있다. 면적으로는 동대문구 전체 면적의 26.1%를 차지한다.
이 중 과거 왕이 친경을 했던 전농동이 있다. 서쪽으로는 동대문구의 광역 중심인 청량리 일대가 위치하고 북측으로는 서울시립대, 배봉산이 있다. 현재 권역 내에는 지하철이 없지만 면목선 경전철이 개통하면 전농2동 주민센터를 지난다.
전농동 동명은 조선시대 초기부터 왕이 직접 농사를 지어 보였던 논인 적전(籍田)이 있던 데서 비롯됐다. 적전은 고려·조선 시대 권농책으로 국왕이 친히 농사 시범을 보이기 위해 의례용으로 설정한 토지다.
전농동 동명은 적전에서 유래
고려시대에는 개성 서쪽에 있었고 조선시대에는 흥인지문(동대문) 밖 약 100결(약 100ha)을 설정했다. 적전을 관리하던 행정조직인 전농시(典農寺)가 있었다. 도성에서 전농동에 들어서기 전에 있는 제기동은 임금이 친경행사와 함께 풍년을 기원하기 위해 선농단을 만들어 ‘제사를 지낸 곳’이란 데서 동명이 유래됐다.
선농적전(先農籍田)은 왕이 직접 토지 및 농업신에 대해 제를 올리고 친히 쟁기를 잡고 밭을 가는 모범을 보이는 행사다. 제단을 선농단이라고 하고 친경하는 논은 적전이라 불렀다. 한성 동적전은 성저십리 동쪽 끝 적전리에 조성됐다. 인근에는 솥뚜껑을 뒤집어 놓은 듯 한 모양의 연못인 증지(甑池)가 있었다고 전해진다.
동적전은 조선 건국 직후에 동대문 밖에 조성됐다. 개성 서적전에 대비해 동적전으로 불렀는데 조선 초기 동적전의 규모는 100결로 추산한다. 적전이 설치된 년도는 명확하게 특정되지 않지만 태종 5년인 1405~6년 사이로 추정하고 있다.
위치는 대체로 한성부 동부 인창방(仁昌坊)의 일부 지역으로 알려졌다. <경조오부도>를 비롯한 대부분의 고지도에는 동적전을 안암천과 정릉천 사이에 표기하고 있다. 동적전 관리청인 필분각(苾芬閣)이 있던 텃골(基谷)과 곡식을 저장하는 창고가 있던 창마을(倉村)이 현재 서울시립대 앞 전농로 일대다.
전농동 일대 동적전으로 왕의 친경지
이를 감안하면 동적전은 배봉산 아래 전농리를 포함한 정릉천 동쪽 지역까지 아우른다고 할 수 있다. 적전을 이 지역에 설치한 이유는 <예기>에 ‘천자는 남교에서, 제후는 동교에서 친경한다’는 데 근거했다. 제후의 적전이 동교에 입지한다는 의미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적전이 있던 지역은 실제 넓은 평야지대가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으로 추론하고 있다. 왕실이 동적전 토지를 어떻게 마련했는지는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 서적전의 경우 고려 말 임견미와 염흥방으로 부터 몰수한 토지라는 기록이 있다. 조선 초기에 100결 규모의 적전을 새로 개간해 마련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따라서 동적전 역시 죄인들에게 몰수 한 땅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전농(典農)의 전은 의례나 의식을 뜻하는 한자다. 적전에서 왕의 친경 농사의식이 행해진 곳이라는 의미로 지어진 동네 이름이다. 적전과 같은 의미로 쓰인다.
적전의 중심지였던 전농2동의 지리적 특성으로는 배봉산근린공원이 가까이 있어 자연친화적인 동네라고 할 수 있다. 배봉산은 둘레길이 잘 조성돼 있어서 주민들이 많이 찾는 지역 명소다. 전농동 사거리와 접해서 교통 접근성이 좋다. 지하철은 없지만 경전철이 생기면 교통이 더 편해질 전망이다.
학교와 이‧미용실 많은 전농2동
동부교육지원청을 비롯해 전곡초, 전동초, 배봉초, 전농중, 해성국제컨벤션고, 서울시립대 등 학교가 밀집돼 있는 교육의 산실이다, 그래서 학교 가는 길 골목에는 교복집이 즐비하고 큰길가에는 학생들이 좋아하는 분식집이 꽤나 많다. 1982년 개업한 장수회관과 같은 음식이 묵직한 오래된 맛집도 있고 3대가 의업을 이어오는 유서 깊은 내인당한의원도 있다.
학생들이 학교에 가기 위해 거쳐야 하는 전농로 16길에는 이‧미용실이 많은 게 또 하나의 특징이다. 전농로 16길과 남북으로 이어진 사가정로 13길에만 이‧미용실이 모두 12개 있다. 이‧미용, 특히 미용실 간판이 많은 이유는 인근지역 재개발로 인한 것이다. 이‧미용업이 거의 단골손님을 상대하는 업종이라 지역을 완전히 떠나기 쉽지 않다.
그래서 옛길이 고스란히 남은 전농로 16길에 삶의 터전을 다시 펼쳤고 그 숫자가 어느새 12개나 됐다. 이 지역에는 이‧미용실이 더 생기기 어려울 정도로 촘촘하게 자리 잡고 있다. 단골장사기 때문에 영업에는 큰 지장이 없다. 또 보이지 않게 형성된 동업자정신이 지역 상권을 멋지게 황금분할 하고 있다.
선농적전 지역에 유서 깊은 설렁탕 집 없어 아쉬움
과거 선농단에서 제사가 끝나면 소를 잡아서 백성들과 나눠 먹은 데서 유래한 설렁탕이 지역을 대표하는 음식이다. 하지만 선농단은 제기동에 조성돼 있고 <토성옥>이라는 걸출한 설렁탕집이 역사를 짊어지고 지역에서 호령하고 있다. 정작 전농동에는 이름을 내세울만한 설렁탕집이 없는 것이 아쉽다.
대신 1983년 개업한 <장수회관>이 지역 체면을 살리고 있다. 전농동 로터리에서 가까운 전농2동에 자리한 <장수회관>은 영양돌솥밥과 양질의 소고기가 유명하다. 솜씨 좋은 찬모의 밑반찬에 대한 손님들 칭찬이 자자한 곳이다. 그래선지 이면도로 골목에 위치하고 내부 시설도 옛날 그대로지만 식사 시간 때면 손님들로 북적인다. 영양돌솥밥, 불고기, 삼겹살 등을 손님들이 가장 많이 찾는다. 필자 개인적인 생각으로 좋은 소고기를 취급하는 집이니 설렁탕을 메뉴화 하면 어떨까 조심스레 진단해 본다.
<장수회관> <신락원> <생생볼태기> 등 가볼 만
전농2동 지역 골목 입구에 자리 잡은 중화요리집 <신락원>은 화교 3대가 전통을 잇는 집이다. 3대인 왕기명 셰프는 청와대에서 대통령을 모신 경력도 있다. 중화요리집에서 자라면서 어깨너머로 보고 배웠다. 12살 일찍이 주방 보조를 하면서 중식을 익혔고 당시 화교 가문의 ‘숙명’인 가업을 자연스레 이었다. 프라자호텔, 조선호텔 호경전, 아워홈 싱카이, 세종호텔 황궁 등에서 자타공인 최고의 중식을 선보였다.
화교 중식 고수들이 분류한 중화요리 4대 문파로 호화대반점파, 팔선파, 아서원파, 홍보석파 등이 있다. 왕 셰프는 목란의 이연복 셰프와 함께 호화대반점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신락원>은 왕 셰프의 제2의 요리인생이 있는 곳이다. 시립대 학생들이 손꼽는 맛집으로 차분한 분위기와 유니짜장, 자체 개발한 ‘신락면’이 인기다. 유니짜장면만 먹어도 후식으로 직접 만든 요거트를 준다.
전농동로터리시장 안은 시장답게 먹거리 천국이다. 삼천포서 물질 하던 해녀였던 시어머니 모습이 담긴 대형사진을 걸어 놓고 장사를 하는 김재영 사장의 <생생볼태기>는 시원한 대구 볼태기 살을 넣어 끓인 볼태기해장국이 일품이다. 묵은 나물로 만든 밑반찬은 달근달근한 게 특징이다. 저녁에는 볼태기, 아구, 해물을 이용한 찜‧탕이 잘나간다. 한 장에 500원 하는 저렴한 전집, 5000원으로 허기를 달래는 콩나물비빔밥집과 실비백반집 등 가성비 좋은 식당이 한껏 몰려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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