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민들이 후손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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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보련 기자페이지 + 입력 2019-08-27 11:55:56

2019년 6월 9일부터 이어진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는 사그라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더 크게 불타오르고 있다.

2019년 2월 대만에서 홍콩인 커플 중 남성이 임신 중이었던 여자친구를 살해하고 홍콩으로 도피한 사건이 지금의 홍콩 시위를 촉발시켰다. 대만 당국은 범죄자 인도를 원했지만, 홍콩은 대만과 범죄인 인도조약이 체결되지 않은데다, 속지주의였으므로 이를 계기로 ‘범죄인 인도 법안’을 추진하기에 이른다.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분명 이 살인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지 모르나, 같은 이유로 중국으로 범죄자를 송환할 수도 있다. 중국은 공산주의 국가이다. 이 말은 민주주의 인사, 반공산주의 인사, 인권 운동가들이 중국으로 끌려갈 수 있다는 뜻이 된다. 중국에서 암암리에 이런 인사들을 납치해 탄압하고 고문을 자행됐다는 건 이에 관해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 알 수 있다. 송환법은 홍콩 시민에게만 국한된 문제가 아닌 홍콩에 있는 외국인도 중국으로 추방하는 데 이용할 수 있다.

범죄인 인도 결정은 사법부가 아닌 홍콩 최고 지도자인 행정장관이 심의하는데 현재 행정장관인 캐리 람(林鄭月娥)은 친중파 인사이다. 이뿐만 아니라 행정장관은 직선제가 아닌 간접선거로 뽑기 때문에 중국 정부와 긴밀한 관계인 인물이 뽑힐 가능성이 다분하며, 반중 인사일 경우 중국으로 송환돼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홍콩 행정부는 송환법 반대를 외치는 시위대, 즉 홍콩 시민들을 폭도(暴徒)라고 규정했다. 또한 시민들은 물론 기자들에게도 폭력을 휘두르는 경찰을 옹호하고 있다. 람 장관은 송환법 철회는 없다고 버텼지만, 지난 7월 9일 결국 “송환법은 수명이 다했다(壽終正寢)”며 백기를 들었다. 그러나 완전 철폐를 선언하지 않아 언제든 송환법이 부활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놨다. 이는 중국 중앙정부의 강경한 반대로 선언을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시위대와 경찰 간의 격렬한 충돌이 일어나자 중국 중앙정부는 홍콩 행정부가 요청 시, 중국 인민해방군을 홍콩에 투입하겠다며 경고에 나섰다. 홍콩과 대만, 마카오 등은 중국에게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중국은 지금껏 ‘하나의 중국(一個中國)’을 외치며 중국에서 떨어져 나가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홍콩 시위가 장기화되면서 홍콩 시민들이 한 치도 물러서지 않자 중국 중앙정부로서는 매우 골치 아픈 상황이다.

홍콩은 1841년부터 영국의 식민지였다가 1997년 중국에 반환됐다. 이후 홍콩은 특별행정구로 지정돼 있다. 현재는 중국 영토의 한 부분이지만, 자치권을 부여하는 일국양제(一國兩制)로 인해 중국과는 다른 환경을 형성하게 됐다. 홍콩은 반환 협정에 따라 1997년부터 2047년까지 중국의 공산주의 체제를 적용받지 않으며, 민주주의를 보장받을 수 있다. 따라서 홍콩의 최고 법률은 중국 헌법에 적용받지 않는다. 또한 영국은 이 기간 동안 홍콩에 간섭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홍콩 반환 협정으로 인해 영국은 홍콩의 편을 들고 있으며, 이 문제가 지난 6월 G20 회의에서 안건으로 올라오기도 했다. 홍콩 시민들의 뜻대로 진행될 경우, 홍콩과 마찬가지로 같은 민주주의 체제를 지닌 대만 역시 들고 일어날 가능성이 다분하다. 현재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은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대만이 독립된 하나의 국가라고 표명하고 있다.

지금 홍콩 시위를 이끌고 있는 사람들은 특정 분야에 영향력이 있는 전문가도 나이 많은 사람도 아닌 젊은이들이다. 송환법 반대 시위를 이끄는 두 축은 재야단체연합 민간인권전선(民間人權陣線)과 대학생들이다. 이들은 홍콩의 미래를 위해 최루탄과 화염병 등이 난무하는 거리로 주저 없이 나섰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 현지 대학교수 3명이 6월 9일부터 8월 4일까지 12차례의 송환법 반대 시위에 참여한 66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위 참가자의 60% 가량이 20대였다.

대학생들이 송환법 반대 시위를 적극 지지하는 이유는 이들이 민주주의와 자치권이 보장된 홍콩에서 태어나 중국과는 다른 홍콩만의 가치들을 누려온 세대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홍콩대학교에서 홍콩의 18세~29세 청년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자신을 중국인이라고 생각하는 홍콩 청년들의 비율은 올해 상반기 겨우 3.1%에 불과했다.

송환법 반대 시위를 주도하는 지도자들은 90년대생이다. 이들의 최종 목표는 일국양제 협정이 끝나는 2047년 이후의 홍콩의 미래를 설계하고 민주주의 홍콩을 후손들에게 물려주는 것이다.

2014년 홍콩 우산혁명을 이끌었던 조슈아 웡(黃之鋒·22)은 체포당할 당시 고작 17살이었다. 그는 우산혁명을 주도하며 이런 말을 했었다. “10년 후, 초등학생들이 홍콩의 민주화를 위해 시위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 이는 우리의 책임이다”

홍콩의 미래와 후손들을 위해 답답한 방독면과 고글 그리고 안전모를 쓰고 홍콩의 민주주의를 수호하려는 홍콩 시민들의 시위를 지지하고 응원한다.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성장한다. 자유의 대가는 크다. 항상 그래왔다.

[임보련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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