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시위 장기화에 韓수출 빨간불…반도체 직격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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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 “홍콩, 한국의 대중국 수출 주요 경유지…갈등 지속되면 부담 높아져”

나광국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9-08-27 11:56:09

▲ 삼성전사 수원 본사**(위)**와 SK하이닉스 이천공장 ⓒ스카이데일리

홍콩에서 범죄인 인도 법안에 반대하는 시위가 장기화하면서 우리나라 수출 기업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에서 중국으로 수출하는 반도체의 경유지인 홍콩에서 중국으로 향하는 수출길이 좁아질 가능성 때문이다.

27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대(對)홍콩 수출액은 지난해 460억 달러(약 56조원)로 중국, 미국, 베트남에 이어 4번째로 많았다. 특히, 홍콩 수출액의 대다수가 반도체, 특히 메모리 반도체로 나타났다.

지난해 한국에서 홍콩으로 보낸 수출액 중 반도체가 73%를 차지했고, 뒤이어 컴퓨터 3.4%, 화장품 2.9%, 석유제품 2.7%, 석유화학제품 2.4% 순이었다. 반도체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이 반도체의 87%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력으로 삼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다.

이는 국내 기업들이 중국에 수출할 반도체를 홍콩에 먼저 수출한 뒤 이를 다시 중국으로 재수출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홍콩통계청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홍콩에서 수입한 한국 제품 중 82.6%가 중국으로 보내졌다. 국내 기업들은 홍콩·본토 간 경제협력동반자협정(CEPA)를 활용한 관세 혜택, 낮은 법인세 등으로 홍콩을 중국 수출의 중요한 경유지로 활용해왔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이유진 연구원은 “홍콩과 중국 본토 간 갈등이 격화될 경우 홍콩을 경유해 중국으로 가는 수출품의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반도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다”고 전망했다.

이 연구원은 “홍콩과 본토 간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상하이나 특별경제구역인 선전을 대체 무역허브로 활용할 수 있다"며 "다만 중국과의 직접 거래에 따른 법적·제도적 리스크와 관세부담 등 여러 직·간접 비용 상승이 우려된다"고 분석했다.

그는 “시위대 공항 점거에 따른 화물 운송 차질, 불확실성 증대에 따른 금융비용 증가 등이 단기적으로 우려되기는 하나 당장 수출길 단절과 같은 극단적인 상황은 발생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홍콩 탄압에 대한 서구권의 반발이 미중무역갈등과 연계될 경우, 세계 무역의 불확실성을 증폭시킬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8일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중국이 과거 천안문 사건 때처럼 홍콩 시위를 향해 무력을 행사한다면 미·중 간 무역 합의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고 경고했다”며 “홍콩시위가 미중무역갈등과 연계될 경우 반도체 가격 급락, 미중무역갈등으로 인한 중국 수출 타격, 일본 수입규제로 인한 불확실성 증대 등 이미 많은 어려움을 겪은 우리 수출에 부담이 가중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나광국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나광국 기자 kkna@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