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중국 대신 미국 옥수수 구매…퍼주기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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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트럼프를 아군으로 만들려 노력

임보련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9-08-27 15:14:00

▲ 25일(현지시간) 프랑스 G7 정상회의 참석 중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신조 총리가 별도의 양국 정상회담을 시작하면서 악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일본 정부가 미국산 농산물 수입을 대폭 확대하기로 하는 등 미·일 무역협정 초안에 미국과 합의했다. 그러나 일본 현지에서는 재선을 1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돕기 위한 ‘퍼주기’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26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과 아사히신문 등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25일(현지시간) 프랑스 비아리츠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서 양자회담을 갖고 미·일 무역협상의 주요 원칙에 대해 합의했다. 두 정상은 다음 달 유엔 총회에서 서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우리는 핵심 원칙에 있어 합의했고 그것은 농산물(agriculture), 공산품 관세(industrial tariffs), 디지털 무역(digital trade) 등 세 개 분야”라며 “우리는 추후 세부사항 합의에 들어갈 것이다”고 전했다.

이어 “일본은 우리의 3대 농산물 (수출) 시장”이라며 “이번 합의로 70억 달러(약 8조4900억원) 규모의 일본 농산물 시장 개방이 이뤄질 것이다”고 덧붙였다. 무역협정이 발효되면 미국산 소고기 등에 부과되는 일본의 관세율은 현재 38.5%에서 9%까지 미국이 탈퇴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수준으로 낮춰진다.

주요 품목으로는 소고기, 돼지고기, 밀, 유제품, 와인, 에탄올 등이 언급됐다. 공산품 관세나 디지털 무역 분야에 대해서는 상세히 언급되지 않았다.

반면 일본이 가장 적극적으로 요구한 일본산 자동차 관세 인하는 이번 합의에 포함되지 않았다. 현재 미국에 수출되는 일본 자동차 및 부품에는 2.5%의 관세가 적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아 미국 여러 지역에 옥수수 재고가 많다”며 “일본이 모든 옥수수를 구매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총리를 만난 직후 “이는 엄청난 일”이라며 “(미국) 농가에 훌륭한 합의”라고 평했다.

이날 미국 농업 및 축산업 등 관련 단체들은 이를 환영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미국 육류 수출 연합회는 “트럼프 행정부가 대일 교섭에 우선적으로 임한 점에 대해 감사를 표한다”고 언급했다. 미국 돼지고기 생산자 협정 역시 “이번 협정이 완료되면 더욱 공정한 경쟁 환경이 복원될 것이다”고 기대했다.

미국 중서부의 농업지대 ‘팜 벨트(Farm belt)’가 중국과의 무역전쟁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이 지역이 트럼프 대통령의 소속 정당 공화당의 지지기반으로 트럼프 대통령 역시 재선을 1년 남기고 압박을 받아 왔다. 하지만 일본이 미국산 농축산물 구매를 확대하기로 합의해 트럼프 대통령의 시름을 덜어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NHK가 인용한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추가로 수입할 사료용 옥수수는 약 250만t은 연간 수입량의 3개월 분에 해당한다. NHK방송은 해당 뉴스를 보도하며 “중국이 수입하지 않는 미국산 옥수수, 일본이 삽니다”라는 제목을 붙여 눈길을 끌었다. NHK는 옥수수 추가 수입의 배경에 대해 일본 정부가 국내 해충 대책의 일환이라고 설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산 농산물이 최근 해충 피해를 입은 데 따른 결정이라는 정부의 설명에도 일본 언론들은 미·중 무역마찰 격화로 미국산 곡물의 중국 수출이 어려워지자 일본이 이를 대신 떠안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도쿄신문은 26일 일본이 미국과 ‘후퇴된 내용’의 합의를 서둘러 한 배경에 아베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 타결 시점을 7월 참의원 선거 이후로 늦춰준 것에 대한 ‘빚’이 있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일본 방문 당시 무역협상 타결 시점을 참의원 선거 이후로 늦춰줬다.

도쿄신문은 이와 함께 ‘퍼주기’ 협상과 관련해 “한일 대립과 미중 무역마찰로 국제 정세가 불안정한 가운데 미일 관계의 밀월을 연출하려는 의도가 보인다”고 지적했다.

마이니치신문은 “내년 재선거를 앞두고 성과를 거두려는 트럼프 대통령이 합의에 서둘렀다”고 전했다. 이어 “일본으로선 교섭이 뒤틀리면 트럼프 행정부가 일본 자동차 수출에 수량제한, 추가 관세를 단행하는 리스크가 있다”며 “자동차 관세 철폐 요구를 보류하고 농업분야 합의를 먼저 한 형태”라고 분석했다.

[임보련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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