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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부터 을지로3가까지 형성된 힙지로 자리한 개성있는 가게들은 기존 상권에 있던 철물점이나 인쇄소들과 어우러져 새로움과 옛스러움이 오묘하게 조합된 이색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런 가게들이 위치한 을지로 일대는 대부분의 건물들이 노후된 것들이다. 건물 내부는 좁은 계단을 이용해 통행해야 하는 상황이며 엘리베이터는 꿈도 꿀 수 없다. 이처럼 낡은 건물들은 화재나 비상상황이 발생했을 때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을지로 일대의 간판없는 가게가 위치한 건물들을 취재 차 둘러보니, 건물 내 복도에 는 먼지가 뽀얗게 쌓인 누가봐도 오래된 소화기가 놓여 있었다. 화재경보기 역시 먼지가 쌓여 있을 뿐 아니라 일부 건물의 화재경보기는 수신기가 꺼져 있는 곳도 적지 않았다. 화재 발생 시 경보기가 작동하지 않는다면 수많은 고객들의 안전은 어떻게 책임질 지 의문시되는 대목이다.
가게 내부에는 비상구 위치를 안내하는 표시가 없는 것은 물론, 소화기가 없는 곳도 있었다. 또한 피난경로 상에는 어떠한 물품을 놓을 수 없음에도, 대피경로가 될 복도에는 수납장, 박스 등 잡다한 물품들이 적재돼 있었다. 가뜩이나 좁은 통로가 더 좁아진 채 말이다.
소방방재 관련법 상 연면적 600㎡ 이상 3000㎡ 이하의 건축물에 서는 화재탐지설비나 스프링 쿨러를, 연면적 1000㎡ 이상의 경우엔 스프링클러를 의무 설치해야 한다. 그런데 을지로 일대의 건물들은 시공 당시 소방시설 관련법 조항이 적용되지 않아 방재시설이 미비된 곳이 많았다.
당시 법 조항에 적용되지 않았더라도 다중 이용업소들은 비상대비 장치를 갖춰야 하지만 여전히 무방비 상태다. 특히 식당은 음식물을 조리하기 때문에 화재의 위험성이 매우 높다. 이용고객들의 안전을 위해 기존 오래된 건물 등에도 기본적인 방재 시설 마련을 의무화할 법 개정과 업주들의 자발적인 안전관리가 필요하다. 사고는 대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우선이다.
[장수홍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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