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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호와는 나의 빛이요 나의 구원이시니 내가 누구를 두려워 하리요. 여호와는 내 생명의 능력이시니 내가 누구를 무서워 하리요”<시편 27 : 1>
엊그제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한 경제협력을 통한 평화경제가 실현되면 일본을 단숨에 따라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극일(克日)의 해법으로 남북경제협력을 내세운 평화경제의 취지는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은 것 같다. 북한이 이 말을 들은 다음날 새벽 우리를 무시하며 경멸하듯 또 미사일을 쐈다는 게 바로 그렇다.
“남북협력을 통한 평화 경제를 건설하고 한반도 평화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문 대통령의 말이 귀에 거슬렸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문 대통령에게 ‘삶은 소대가리도 앙천대소 할 노릇, 정말 보기 드물게 뻔뻔한 사람, 웃겨도 세게 웃기는 사람’이란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야유를 보내기까지 했다.
문 대통령이 ‘아무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 아무나 흔들 수 없는 나라’를 말했지만 그 말대로 국민들이 전혀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고 국민들을 혼란 속에 빠뜨리며 아무나 흔들어대는 나라로 전락하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을 향한 문대통령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국민들은 아침마다 북한 미사일 발사 뉴스를 들으며 눈을 떠야 하는 신세가 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에 대해서는 단호한 입장을 보이는 대통령과 정부가 북한의 명백한 무력도발에 대해서는 도발이라 부르지도 않고 ‘북한의 몇 차례 우려스러운 행동’이라는 관대함을 보이며 9·19 군사합의서 위반은 아니라고 감싸는 듯한 발언을 했다. 국민의 입장에서는 매우 유감스럽고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문 대통령이 우리 경제의 목줄을 쥐겠다는 일본의 도발에 굴하지 않고 남북 협력을 통해 경제 외연을 확대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아무리 뜻이 좋더라도 현실적 여건과 논리적 정합성을 갖추지 못하면 공허한 말잔치에 지나지 않는다.
옛말에 ‘백지장도 맞들어야 한다’는 말도 있듯 경제 협력도 남북이 한 마음으로 어우러져야 한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볼 때 그동안 의욕적으로 추진돼오던 남북경제 협력 사업은 교착상태에 빠져있다. 문 대통령이 추구하는 남북경제 협력이 이뤄지려면 북핵 해법, 대북 경제제재, 개성공단 재게 등에 대한 문제가 해결되어야 하는데 한·미간 이견을 좁히지 도저히 실현 가능성이 없는 상황이다.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는 흔들리는 한·미 안보협력체제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왔다. 우리 기대와는 달리 미국은 한·일 관계갈등, 한·미·일 3각 안보 공조의 한 축인 지소미아 파기, 북한의 핵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무관심으로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패망한 월남이 떠오르는 순간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 조율 없이 일방적으로 남북경제 협력을 앞세우면 오히려 역효과를 부를 수도 있다. 평화 경제는 당위지만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과제가 너무 많다. 통일 대박이 박근혜 정부의 정책 슬로건이었다면 문재인 정부는 남북경협을 대박으로 보는 듯하다.
문 대통령은 “향후 30년간 남북경협에 따른 경제적 효과가 최소한 170조원에 이를 것이다”이라고 낙관적 평가를 했다. 그러나 아쉽지만 경협만으로 대박을 이루기는 어렵다. 위에 언급한 170조원은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지난 2017년 발간한 연구보고서에서 개성공단 등 7대 경협 사업의 부가가치를 추정한 수치일 뿐이다. 이 정도로 생산성이 증가하려면 북한의 체제 변화가 전제되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경협이 ‘단숨에’ 대박이 될 수는 없다는 것도 팩트다. 경제적 이익은 경협 단계를 지나 통합에서 창출된다. 따라서 편익의 실현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북핵 등 정치. 안보 리스크가 사라지고 시장 경제화가 진전된 상태에서 경제 통합이 이뤄져야 비로소 대박이 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평화 경제를 일본 추격의 핵심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 진정한 평화라면 경제적 효과는 클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이 핵과 대륙간 탄도미사일 실험을 포기하지 않고 있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아무도 평화의 도래를 믿지 못한다. 물위에 건물을 세울 수 없듯이 신뢰받지 못하는 평화에서 경제는 자랄 수 없다. 오히려 국민들은 문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비핵화 없인 진정한 평화도 없다고 단호하게 말해주기를 바란다.
특히 문 대통령이 ‘남북한 경제 협력으로 일본을 따라 잡을 수 있다’는 말도 논리적으로는 전혀 맞지 않는 말이다. 문 대통령이 심한 착각을 하고 있다. 한국은행 추산에 따르면 지난 해 북한의 명목 국내 총생산(GDP)규모는 우리 돈으로 35조 6700억원에 불과하다. 우리의 2%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지방도시의 경제 규모다.
이런 북한과 경제 협력을 한다고 해도 한국의 GDP의 3배가 넘는 일본 경제를 단숨에 따라잡을 수가 있겠는가. 남북이 합쳐도 상당기간 동안 내수시장은 크게 늘어나지 않는다. 비단 규모뿐만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한·일 간 기술력 차이다. 19세기 중반 개 항기부터 갈고닦아온 일본의 기초 분야 기술력은 세계최고 수준급이다. 우리가 일본의 수출 규제에 긴장하고 비상이 걸린 것도 이런 기술력 차이 때문이다.
핵과 미사일 기술 외에는 변변한 기슬도 없는 북한과 협력해서 어떻게 일본을 따라 잡을 수 있겠는지 묻고 싶다. 문 대통령이 추구하는 평화 경제 논의가 진정성을 가지려면 평화가 특정 대상에만 적용되는 정치 슬로건이 아니라 모든 대상에게 열려있는 가치가 돼야 한다.
지금 남북한보다도 훨씬 경제적 격차가 작았던 서독과 동독도 막상 통일이 되자 심각한 경제적 후유증을 앓았다. 이런 점을 무시한 채 장미 빛 미래만 강조했다가는 몽상가 취급을 받을 수도 있다. 문 대통령이 객관적으로 현실을 인식하고 합리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지금처럼 뜬 구름 잡기 식의 대책은 자칫 장미 빛 환상만 남게 되고 나아가서는 국민을 우롱한 것으로 지탄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을 지적한다.
한·일 문제에 미·중 갈등까지 겹쳐 증시가 폭락하고 환율이 급등하는 등 우리 경제에 짙은 어둠의 불안감이 드리워지고 있다. 막연한 희망대신 냉철한 현실인식에 근거한 해법을 찾아야 한다. 조종사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기계가 아니다. 평화 경제가 이루어지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반 기업 정서를 해소하고 각종규제를 혁파하면서 경제 전쟁에 임하는 자세로 기업의 사기를 살리는 게 우선이다. 적폐청산이라는 빌미로 하는 정쟁(政爭)도 이제는 끝내고 경제 살리기에 관심을 갖는 정부가 됐으면 한다.
“입과 혀를 지키는 자는 자기의 영혼을 환난에서 보전하느니라” <잠언 21 :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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