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소통 외친 정용진 진정성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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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범 기자페이지 + 입력 2019-09-03 00:02:42

최근 이마트24가 가맹점과 본부가 소통할 수 있는 상생협력조정위원회(이하·상생위)를 신설한다고 밝혔다. 프렌차이즈 전문가인 현직 교수가 위원장을 맡고 가맹경영주와 본부 임직원이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매달 한 번씩 회의를 진행하게 된다고 한다. 상생위가 신설되면서 가맹점과 본부는 외부기관이 아닌 내부 회의체를 통해 서로 입장을 이해하고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을 거칠 수 있다는 게 이마트24 측의 설명이다.

이번 상생위 출범을 계기로 가맹점과 본부의 금전적, 시간적, 정신적 손해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도 밝혔다. 그간 이마트24가 경영주협의회와의 정기적인 간담회를 통해 가맹점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왔지만 미흡한 점이 있었던 만큼 소통을 더욱 강화할 수 있을 거라는 것이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포용적 성장과도 일맥상통한다. 대형 유통사의 고질적 문제로 지목됐던 골목상권 침해나 본사와 가맹점주 간 갑을 관계로 빚어진 불공정 관행 등의 개선은 이번 정부의 주요 정책 중 하나다. 단체명에서부터 상생이라는 표현을 강조했다는 건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가맹점과 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상생위 출범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진정성을 갖고 제대로 된 소통이 이뤄질지는 좀 더 두고 볼 일이다. 이마트24의 경우 이미 경영주협의회라는 본사와의 공식 협의체가 있었지만 이마트24 점주들은 이마트의 계열사 간 근접 출점 문제로 여전히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기존에 있던 경영주협의회의 성격도 이번에 출범한 상생위와 다를 바 없다. 점주들과의 상생, 동반성장을 목표로 위드미 출범 시절부터 창립된 곳이다. 사실상 기존 경영주협의회와 새롭게 출범한 상생위의 설립취지부터 목표가 똑같은 셈이다. 그러나 기존 경영주협의회가 제 역할을 다했는지는 의문이다.

이마트24 점주들은 여전히 이마트 계열사인 노브랜드 전문점과 이마트에브리데이의 근접 출점으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어서다. 공정위에 제소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서울과 경기, 부산의 경우 이마트24 인근 250m 내 노브랜드가 출점한 경우가 20건, 이마트에브리데이가 근접 출점한 피해 사례는 14건 등 총 34건에 달한다고 한다. 이마트를 믿고 편의점을 연 가맹점주들은 같은 이마트 계열사와 경쟁해야하는 처지에 놓인 셈이다.

더욱이 이마트 본사가 노브랜드와 이마트에브리데이를 확장하겠다고 나서고 있어 향후 근접 출점 갈등은 더욱 격화될 공산이 크다는 우려가 나오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런 만큼 이번에 출범한 상생위가 제 역할을 하려면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진정성있는 소통과 상생의지가 먼저다. 정 부회장이 야심차게 뛰어든 이마트24는 외형적으론 괄목할 만한 성장을 거뒀지만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은 이러한 무분별한 근접 출점에 기인하는 바가 적지 않다. 진정성이 결여된 상생·소통은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하다.

임현범 hby6609@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