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여성호르몬요법이 유방암 발생률 높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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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스퍼드 대학 연구팀, “기존에 알려진 암 발생률 보다 2배 높다”

박선옥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9-09-03 00:03:18

▲BBC는 지난달 30일 갱년기 여성들이 열성홍조(hot flushes) 등 폐경기증후군을 개선할 목적으로 복용하는 여성호르몬제로 인한 유방암 발생률이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2배 더 높다는 옥스퍼드 대학 연구팀의 연구결과를 보도했다. [사진=BBC 캡처]

갱년기 여성의 폐경에 동반되는 제 증상 완화를 위한 폐경호르몬요법(Menopausal Hormone Therapy:MHT)이 치료를 중단한 후에도 10년 이상 유방암 발생률을 증가시킨다는 보고서가 발표됐다.

BBC는 지난달 30일 영국 옥스퍼드 대학 연구팀이 MHT 관련 연구 결과 유방암 발생률이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2배 높다는 것을 밝혀냈다고 보도했다.

옥스퍼드 대학 연구팀은 1990년대 이후 서방 국가에서 발생한 유방암 중 1백만건이 갱년기 여성의 호르몬치료법이 원인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관련 기관에서는 여성호르몬제를 가능한 최단기간 복용하도록 권하고 있다.

많은 50·60대 여성들이 폐경기에 여성호르몬 분비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여러 가지 갱년기 신체적 변화로 괴로움을 호소한다. 폐경기를 맞는 여성의 평균연령은 51세로 알려져 있다. 이 시기에는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같은 여성호르몬이 급격히 줄어들고 그에 따라 피부, 두뇌, 뼈 등 몸 전체가 심각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가장 많이 나타나는 증상은 얼굴이 붉어지고 몸에 불쾌한 열감이 느껴지는 열성홍조다. 이밖에도 잠을 자면서 땀을 많이 흘리거나 감정의 기복이 커지고 성욕이 감퇴하는 등의 증세를 보이기도 한다.

MHT는 이런 갱년기 증상을 완화시킬 목적으로 신체에서 감소한 여성호르몬을 대체할 호르몬제를 복용하는 치료법이다. 흔히 호르몬대체요법(HRT)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MHT에 쓰이는 호르몬제는 알약이나 겔, 혹은 몸에 붙이는 패치 등의 형태로 나온다. BBC는 모든 약에는 부작용이 있기 마련인데, 이 경우에는 암 발생률이 증가하는 부작용이 있다고 지적한다.

옥스퍼드 대학 연구팀에 따르면 호르몬제를 복용하지 않은 여성 100명 중 6명이 50세~69세 사이에 유방암 발생을 경험한다. 하지만 5년 동안 매일 여성호르몬제를 복용한다면 암 발생 가능성은 6명에서 8명으로 높아진다. 즉 여성 50명 중 한명 꼴로 호르몬제 복용으로 인한 유방암이 발생하는 것이다.

연구팀은 또 호르몬 복용 주기에 따라 암 발생률이 달라진다는 것도 밝혀냈다. 예를 들어 에스트로겐을 매일 복용하고 프로게스테론은 보름에 한번 꼴로 복용한 경우에는 유방암 발생률이 70명 중 1명 비율로 더 증가한다. 에스트로겐만 복용한 경우에는 여성 200명 중 1명 비율로 유방암 발생률이 더 높아진다.

하지만 에스트로겐만 복용한 경우 자궁암 발생 위험이 증가하며 따라서 이 요법은 통상 자궁절제술을 받은 여성에게 사용된다.

사실 MHT가 유방암 발생과 관련이 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따라서 호르몬제 복용에 관해서는 의사가 처방을 내리기 전에 약효와 혹시라도 감수해야할 위험성에 대해 환자에게 충분히 설명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번에 발표된 연구가 새롭게 밝힌 내용은 MHT로 인한 유방암 발생 증가 위험이 10년 이상 지속될 것이라는 점과 그로 인한 영향이라고 BBC는 보도했다.

발레리 버럴 옥스퍼드 교수는 “호르몬제 사용을 중단한 후에도 암 발생 위험이 지속적으로 남아있으므로 MHT 관련 암 발생 수치가 기존에 밝혀진 것보다 두 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버럴 교수는 이 연구를 통해 MHT 요법이 연령대와 상관없이 유방암 발생률을 증가시킨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버럴 교수는 “50세 이전에 (MHT를) 시작하면 (암 발생) 위험이 없다는 말이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면서 이런 근거 없는 이야기가 많은 사람들 사이에 퍼져있다고 지적했다.

권위 있는 세계적 의학저널 ‘란셋’에 실린 이번 연구에 따르면 거의 모든 종류의 MHT(알약, 겔, 패치 등)는 유방암 발생률을 증가시킨다. 하지만 연구는 종류에 따라 발생률에 차이가 있다는 것도 밝혔다.

예를 들어 직접 혈관을 통해 몸을 순환하는 방식이 아닌 크림이나 질 좌약 방식은 암 발생률이 상대적으로 낮다. 즉 갱년기 증상 완화 효과가 광범위 할수록 유방암 발생률도 높아진다는 것이다.

호르몬제 복용은 환자에게 효과와 암 발생 위험성 사이에서 저울질하는 과정을 요구한다. BBC는 이번 연구가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하면서 이에 관한 전문가의 견해를 덧붙였다.

‘유방암케어와 유방암나우’의 델리쓰 모건 대표는 “유방암 발생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호르몬제를 최소 용량으로 최단 기간 사용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박선옥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박선옥 기자 sobahk@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