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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장(高麗葬)’. 늙고 쇠약한 부모를 산에다 버렸다고 하는 장례 풍습으로 효(孝)를 강조하는 일부 설화에서 전해지지만 역사적 사실은 아니다. 조선 시대 민간에서는 연고를 확인할 수 없는 ‘고분(古墳)’을 이르는 말로 쓰이기도 했다.
‘고려’라는 명칭 때문에 우리나라 고려 시대에 있었던 장례 풍습처럼 인식되고 있지만, 이러한 풍습이 있었다는 역사적 자료나 고고학적 증거는 전혀 발견되지 않는다.
지금 시대. 다른 의미로 풀이해보자면 주택 밀집 지역, 몇 개의 건물 사이로 들어선 노인요양원이 우리사회의 고려장 터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통계청이 지난 2일 발표한 ‘세계와 한국의 인구 현황 및 전황’에 따르면 한국의 고령인구 비중은 올해 12.9%에서 2045년 세계에서 가장 높은 37.0%로 급증한다고 한다.
같은 기간 세계 평균 고령인구 비중은 9.1%에서 15.0%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 것에 비하면 한국의 고령인구 비중이 세계 평균의 두 배를 웃돈다는 얘기다.
정부에서는 안정된 노후생활을 돕고자 지난 1988년부터 국민연금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연금에 미가입한 사람이나 국민연금 가입 기간이 짧아 일상생활에 필요한 돈을 얻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런 상황을 보완하고자 우리 정부는 기초연금을 지급하고 있다. 지난 4월 부터는 조건에 따라 일부는 5만 원 인상된 기초연금을 수령하고 있다.
하지만 소득(부부합산, 또는 단독)에 따라 지급되는 조건도 까다로울 뿐만 받아봐야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25만~30만원 수준이다.
65세 이상 홀로 사는 노인 가운데 소득과 재산이 적은 하위 20%의 기초연금을 받는 사람은 지난달 기준 약 154만 명. 월 30만 원의 기초연금을 받고 있다.
이른바 ‘100세’ 시대. 문제는 자식들이 그들을 부양하지 못하거나 하지 않을 경우, 노인들은 불과 수십만원으로 한 달을 버텨야 한다.
그나마 노인요양원 같은 곳에서 삼시 세끼를 꼬박 챙겨가며 미약하나마 간호간병을 받을 수 있는 노인들은 양호한 편이다.
서울 종로 3가 뒷골목에 따닥따닥 붙어있으면서 평수는 2평 남짓, 공동수도를 쓰고 창문이 없어 빛도 안 들어오며 전기세를 아끼기 위해 낮이건 밤이건, 냉난방은 말할 것도 없이 문을 활짝 열어놓고 사는 ‘버려진 노인들’이 비일비재하다.
문제는 또 있다. 출산율 감소 여파로 전체 인구가 2067년이면 올해(5200만 명)의 4분의 3 수준인 3만 900만 명으로 감소해 고령인구 비중(46.5%)이 생산가능인구 비중을 추월할 것으로 통계청은 전했다.
오는 2045년에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37.0%)이 일본(36.7%)을 제치고 가장 높은 국가가 될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유엔의 201개국에 대한 세계인구전망과 통계청의 2017∼2067년 장래인구특별추계를 비교분석한 결과다.
우리나라 고령인구 비중은 올해 14.9%에서 2067년 46.5%로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커진다.
우리나라의 15∼64세 생산연령인구는 2012년 73.4%를 정점으로 계속 감소해 2019년에는 72.7%로, 2067년에는 45.4%까지 떨어진다.
전 세계 생산연령인구는 2019년 65.3%에서 2067년 61.7%로 감소하는 데 그치는 것과 대조적이다.
고령인구는 늘고 생산연령인구는 줄어들면서 산연령인구 100명당 부양할 유소년·고령인구를 뜻하는 총부양비는 2019년 37.6명에서 2067년 120.2명으로 치솟아 전세계 최고로 올라설 전망이다.
생산연령인구 100명당 부양할 65세 이상 고령인구도 2019년 20.4명에서 2067년 102.4명으로 5배 늘어난다. 노년부양비는 2019년 14.0명에서 2067년 30.2명으로 증가한다.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는 무엇을 했나. 2일 건강보험공단이 공개한 ‘2019~2023년 중장기 재무관리계획’ 자료에 따르면 공단의 자산은 2019년 30조 9000억원에서 2023년 29조 3000억원으로 감소한다. 현금과 금융자산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부채는 2019년 13조 2000억원에서 2023년 16조 7000억원으로 증가한다. 의료기관 등에서 청구한 보험급여비가 늘면서 충당부채가 증가하는 탓이다.
야당에서는 이를 두고 문재인 정부를 비판한다. 자유한국당은 향후 5년 동안 39개 주요 공공기관의 부채는 87조원이 늘어나고 2023년에는 586조원을 넘어설 것이라 한다고 밝혔다.
‘탈 원전’을 추진하고, ‘문재인 케어’로 생색내기에는 열중했지만, 당연히 따라와야 할 전기료와 보험료 인상은 권력으로 억누르기만 했다고 비판했다.
한국전력과 건강보험공단 등 공공기관의 부채증가는 이미 예상되었던 일이었지만, 너무 빠른 속도로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것은 큰 문제라는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일하는 다섯 명이 노인 한 명을 부양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2067년에는 일하는 한 명이 노인 한 명을 부양할 정도로 문제가 심각해진다.
지금 태어나는 아이들에게는 현재수준의 의료와 복지를 유지하기에도 버거울 수밖에 없는데, 그나마 조금 남아있는 자산마저 탈탈 털어 빚 늘리기에 혈안이니 미래세대에게 희망이 보이겠는가. 현대판 ‘고려장’은 이미 눈앞에 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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