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 송환법 공식 철회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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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대의 나머지 4개 요구는 수용 불가

임보련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9-09-05 18:38:55

▲ 4일(현지시간)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녹화 영상을 통해 송환법 공식 철회를 발표했다. 캡처된 영상 속 문장의 뜻은 “폭력은 절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다”이다. [사진=香港01 동영상 캡처]

캐리 람(林鄭月娥) 홍콩 행정장관은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을 반대하는 홍콩 시민들의 대규모 시위가 시작된 지 88일 만에 송환법 공식 철회를 발표했다.

홍콩01(香港01) 등에 따르면 4일 오후 6시(현지시간) 람 장관은 약 8분 분량의 녹화 영상을 통해 송환법을 공식 폐기한다고 발표하는 동시에 시위대가 요구한 나머지 4대 요구에 대해서도 답했다.

람 장관은 “송환법 추진으로 시위가 일어나면서 두 달이 지나도록 곳곳에서 충돌이 일어났다”며 “우리 도시는 낯설게 변해버렸고 폭력사태가 발생하면서 많은 시민을 비롯해 경찰과 기자들이 다쳤다”고 말했다.

그는 “공항과 철도는 망가지고 길은 막혔으며, 여행객들은 안전하지 않은 홍콩에 여행오기를 꺼려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서로 다른 의견으로 인해 거리, 학교, 인터넷상에서 서로를 공격하게 됐다”며 “다들 많은 걱정을 했고 고통을 겪었다. 예전의 홍콩으로 속히 돌아오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람 장관은 시위대가 요구한 5가지 사항에 대해서도 홍콩 정부의 의사를 밝혔다. 시위대의 5대 요구 사항은 ▲송환법 공식 철회 ▲경찰의 과잉 진압에 관한 독립적 조사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 홍콩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등이다.

그는 먼저 송환법은 공식 폐기됐다고 밝힌 후, 경찰 조사를 위한 독립 위원회 설립에 관해서는 “경찰의 진압 과정 조사는 홍콩 경찰 감시 기구인 경찰민원처리위원회(IPCC)가 맡을 것이다”며 “이미 국제 전문가들로 팀을 구성했고 위원회에 협력해 보고받는 모든 내용을 공개하겠다”고 설명했다.

람 장관은 시위대의 폭도 규정 철회 건에 대해서는 “폭도 또는 폭동라고 규정할 법적 절차는 존재하지 않다”며 아무런 법적 영향이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체포된 시위대에 관해서는 “법을 위반해 체포된 인사들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를 요구하는 것은 법치사회에서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에 대해선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서 실용적으로 접근하지 않으면 사회를 분열시킬 수 있다”며 당장 수용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

람 장관은 대화를 통해 현재 홍콩의 문제를 풀고 사회 갈등을 해결해 가자고 말했다. 그는 “계속되는 폭력은 홍콩 법치의 근간을 흔들고 있고 극소수 사람들이 홍콩 주재 중앙정부 기관을 공격하여 오성홍기, 중국 국장을 훼손하면서 ‘일국양제’에 도전했다. 이는 홍콩을 위험한 지경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폭력은 절대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아니다”라며 “폭력을 막고 법치를 수호해 사회질서를 세워야한다“고 말했다. 홍콩 정부는 폭력적이고 위법 행위는 엄중히 처벌하겠다고 덧붙였다.

람 장관의 송환법 공식 철회 발표에도 시위대 반응은 부정적이다. 조슈아 웡 데모시스토당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너무 부족하고 너무 늦었다(too little too late)”고 지적했다.

시위 주도자 중 한 명인 홍콩 야당의 클로디아 모 의원 역시 “람 장관의 발표는 너무 늦었고 홍콩 사회에는 여전히 피가 흐르고 있다”면서 “우리는 그의 정치적 쇼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고 밝혔다.

우치와이 홍콩 민주당 주석도 람 장관의 결정을 ‘가짜 양보’라고 꼬집으며 “시위대가 (송환법 철회 후에도) 계속해서 시위를 이어갈 경우, 이번 양보를 핑계 삼아 ‘긴급법’과 같은 강경한 조치를 취할수 있다”고 경고했다.

[임보련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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