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한국·일본에 미국 미사일 배치 검토 발표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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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경제포럼 참석한 자리에서 언급…아베 “미국에 제안 받은 게 없다”

임보련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9-09-08 12:08:13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에서 전체회의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5일(현지시간) 한국과 일본 등에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하겠다는 미국의 발표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타스·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극동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 전체 회의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한국과 일본 등에 중거리 미사일 배치를 검토하고 있다는 미국 국방부의 발표를 언급하면서 “러시아에 유쾌하지 않은 일”이라며 “우리를 슬프게 하고 일정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만일 미국의 중거리 미사일이 일본과 한국에 배치된다면 우리는 그것이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란 구실 아래 행해질 것이라는 걸 알고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극동 지역에는 블라디보스토크의 수상함 기지와 캄차카 반도의 전략핵잠수함 기지 총 2개의 아주 큰 군사기지들이 있다”면서 “이 시스템들은 극동 지역을 포함해 러시아 영토의 상당 부분을 커버할 것이기 때문에 우리에게도 심각한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의 중거리 미사일 배치 검토 발표에 대한 한국과 일본의 반응을 아직 알지 못하지만 러시아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날 전체 회의 연사로 참석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푸틴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미국 미사일 시스템을 일본에 배치하는 것과 관련한 제안을 미국으로부터 받은 게 없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폴란드와 한국에 배치된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시스템과 일본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은 근본적으로 다르다”며 “폴란드와 한국에 배치된 MD 시스템은 미국이 통제하고 있지만, 일본은 자체 MD 시스템이 있기 때문에 미국이 통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이어 일본 정부가 도입할 계획인 ‘이지스 어쇼어(육상형 이지스)에 대해선 “우리는 아직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이 시스템 또한 일본에 속할 것이며 일본이 통제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아베 총리는 “북한이 수백 개의 탄도미사일을 배치하고 있으며 일본은 그것으로부터 스스로 보호하기 위해 자체 방어시스템을 배치하기로 했다”고 말하고 “이 시스템에서 ‘토마호크(미국의 중거리 순항미사일)’를 발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지금까지 중거리 미사일의 아시아 배치 의향을 드러내긴 했지만 구체적으로 한국과 일본에 배치하겠다는 발표를 한 적은 없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러시아와의 중거리핵전력(INF) 탈퇴 하루 만인 지난달 3일 중거리 미사일의 아시아 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으나 배치 예상 지역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일본이나 한국, 호주가 미사일 배치 후보지라는 현지언론의 보도가 나오면서 이후 안드레아 톰슨 미 국무부 군축·국제안보 차관은 “아시아 지역의 중거리 미사일 배치 문제는 해당 국가의 주권적 결정사항으로 동맹국과 협의를 거쳐 정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임보련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임보련 기자 bll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