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질 운명’ 대형마트 자율포장대…소비자 불만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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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팟이슈]-자율포장대 폐지 논란

환경부, 빈 박스·테이프·노끈 등 운영 중단 홍보 기간 후 적용 여부 검토 예정

이유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9-09-18 00:05:35

▲ 환경부가 대형마트에 비치된 자율포장대를 완전히 없애겠다는 취지로 이마트 등 4곳과 ‘장바구니 사용 활성화 점포 운영 협약식’을 맺은 것에 대해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사진은 인천 소재 한 롯데마트에서 장을 보고 있는 시민들. ⓒ스카이데일리

환경부는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농협하나로마트등 4개 대형마트와 ‘장바구니 사용 활성화 점포 운영 협약식’을 지난달 29일 맺었다. 이 협약은 자율포장대에 비치돼 있던 빈 박스인 종이상자, 포장 때 쓰는 비닐테이프와 노끈을 모두 없애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환경부는 대형마트 자율포장대를 없애는 것에 대한 이유로 종이박스도 제대로 분리배출이 되는 경우엔 재활용이 가능하나 과도한 포장용 테이프 사용 시 재활용을 어렵게 한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당장 없애는 것은 아니고 앞으로 2~3개월 홍보 기간을 거친 뒤 시행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4개사의 대형마트들에서 앞으로 마트에서 장을 보고 난 후 박스에 짐을 담아 갈 수 있는 자율포장대가 사라질 예정이다. 환경부는 고객이 원하면 종량제 봉투와 종이상자를 구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장바구니 대여를 위한 체계도 구축할 예정이다.

무지에 의해 만들어진 정책…소비자들 반응 불만속출

하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어차피 대형마트에서 계속 생겨나는 것이 빈 종이상자이고 이것을 소비자들이 집으로 가져가 다시 재활용을 해 분리배출을 하는데 왜 자율포장대를 없애겠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특히 소비자가 원할 경우 종량제 봉투나 종이상자를 구입할 수 있게 하고 장바구니를 대여하기로 한 것에 대해 소비자들의 공분은 더욱 커졌다.

▲ 소비자들은 자율포장대를 없애는 정책이 무지에서 나온 것이라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정부가 서민들의 실생활과 현실을 모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사진은 한 대형마트에서 자율포장대를 이용하고 있는 시민들과 자율포장대 중단과 장바구니 대여 홍보 포스터. ⓒ스카이데일리

최근 들린 인천 소재 롯데마트에서는 자율포장대가 사라진다는 홍보 포스터가 붙여져 있었다. 이곳에서 물건을 종이박스에 포장하고 있던 주부 이지영(34·여)씨는 “대형마트에 오는 것은 물건을 대량으로 구매하기 때문에 오는 것이다”며 “매번 카트에 물건을 한가득 담고 장을 본 후 자율포장대에서 물건을 포장하고 집까지 가져가는데 없애버리고 장바구니만을 이용해서 짐을 집까지 싣고 가는 것은 무리가 있을 거 같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이씨는 이어 “대형마트에서는 어차피 매일 나오는 게 종이박스들이고 이것을 우리가 집으로 가져가서 분리배출을 하는데 굳이 없애기까지 해야 하나 싶다”며 “이런 정책을 만든다는 것부터 정부가 서민들의 실생활과 현실을 모르기 때문에 무지에서 나오는 정책 같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자율포장대에서 물건을 담고 있던 박민재(44·남)씨는 “일회용 비닐 같은 경우는 재활용이 되지 않으니까 그렇다 치지만 재활용 박스를 쓰는 게 도대체 뭐가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며 “이제는 박스를 돈까지 주고 산 후 재활용을 해서 버리기까지 해야 한다는 게 어이가 없다”고 답답한 심경을 나타냈다.

인천 소재 홈플러스에서 만난 권민정(24·여)씨는 “자율포장대가 사라지면 앞으로는 대형마트에서 쇼핑을 하는 것이 불편해져 앞으로 온라인으로 물건을 사는 횟수가 더욱 늘어날 거 같다”고 솔직한 심정을 말했다.

▲ 이은희 인하대 교수는 “소비자들이 이해할 수 없는 정책은 오히려 반감을 사게 된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사진은 대형마트 카트 안에 담겨져 있는 상품들. ⓒ스카이데일리

환경부, 홍보기간 후 적용여부 검토…대형마트들 소비자 반발에 곤혹

이채은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과 과장은 “일단 2개월에서 3개월 홍보기간 동안 소비자들에게 어떤 불편이 있는 지 확인하며 의견을 청취할 예정이다”며 “이번 협약은 마트들과의 자발적인 협약이기 때문에 체결이 깨질 수도 있는 부분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협약식을 진행하게 된 이유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테이프와 끈 등 일회용 사용을 줄이고 장바구니 사용을 권장하고자 시행하게 된 것이다”고 덧붙였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대형마트에서 매일 계속해서 나오는 게 종이 박스이고 이 박스를 소비자들이 집으로 가져가서 다시 분리배출을 한다”며 “소비자들도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환경을 위해 자율포장대를 없애는 것은 논리 자체가 소비자들이 납득할 수 없다”말했다.

이어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를 하게끔 소비자들을 합리적으로 납득할 수 있도록 패턴변화 유도를 서서히 해야 한다”며 “이해가 안 되는 정책 실현은 오히려 반감이 들 뿐이다”고 덧붙였다.

이런 소비자들의 반발로 인해 대형마트들도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때문에 쓰레기를 줄이자는 좋은 취지에 공감해 캠페인에 참여는 했으나, 강제성이 없는 자율협약이기에 종이박스의 경우 연말까지 소비자 반응을 살펴보겠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이유진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이유진 기자 yjlee@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