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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전시 중이던 초호화 ‘황금변기’가 사라졌다. 가디언·뉴욕타임스 등 외신은 14일(현지시간) 영국 블레넘궁에 전시됐던 약 50억원 상당의 예술작품 ‘황금변기’가 이날 새벽 도난당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 57분께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의 생가인 옥스퍼드셔의 블레넘궁에 설치됐던 황금변기가 도난됐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곧바로 수사에 착수한 영국 경찰은 절도 사건과 관련해 66세 남성 1명을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황금 변기는 아직 회수되지 못한 상태다.
황금변기는 이탈리아 출신 예술가인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작품이다. ‘아메리카’라는 작품명이 붙은 황금변기는 카텔란의 대표작으로 그는 변기와 황금을 결합시켜 지나친 부(富)에 대한 조롱과 풍자를 표현했다.
뉴욕타임스는 18캐럿 황금 103kg으로 만들어진 이 변기의 가치는 400만달러(약 47억원)가 넘는다고 전했다.
작가 카텔란은 황금변기 도난 소식에 처음엔 누군가의 장난으로 생각했다는 가벼운 반응을 보였다. 그는 뉴욕타임스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오늘 아침에 일어나 처음 소식을 들었을 때는 장난이라고 생각했다”면서 “누가 멍청하게 변기를 훔치겠어요? 나는 그 순간 그것이 황금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걸 깜빡 잊고 있었던 것이죠”라고 말했다.
카텔란은 황금변기 작품의 의미에 대해 “작품 ‘아메리카’는 99%를 위한 1%(의 의미)였고 지금도 그러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이 사건을) 긍정적으로 보고 싶다”면서 “그 절도행위는 일종의 로빈훗 정신에 의한 행위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황금변기는 블레넘궁에서 열리는 현대미술전시회에 내달 27일까지 전시될 예정이었다. 처칠이 태어난 바로 옆방에 전시됐던 황금변기 ‘아메리카’는 전시회 관람객이 실제로 이용할 수 있도록 설치됐다.
절도범이 황금변기를 떼어가는 바람에 변기에 연결된 배관이 파손돼 전시회장에 물난리가 나기도 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블레넘궁은 전시회가 열린 지 이틀 만에 작품 절도 사건이 일어난 데 대해 ‘큰 수치(a great shame)’라면서 “보기 드문 사건으로 인해 슬프지만 다친 사람이 없는 것은 다행이다”고 입장을 밝혔다.
[박선옥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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