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트럼프 “사우디 피격 주범 공격준비 완료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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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과 조건 없이 만날 것이라는 건 가짜 뉴스”

박선옥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9-09-17 00:02:39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미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서 열린 2019 공화당 만찬 행사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 석유시설 공격 배후를 이란으로 보고 ‘공격준비가 완료’된 상태라고 15일 트위터를 통해 이란에 경고를 보냈다. [사진=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시설 피격에 대한 책임이 이란에 있다는 것을 전제로 만일의 경우 이란에 대한 “공격준비를 완료”한 상태라고 경고를 보내 양국 간에 조성되던 모처럼의 화해무드가 긴장상태로 돌변해가고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오후(현지시간) 트위터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석유공급이 공격당했다”면서 “우리가 범인이 누구인지 알고 있다고 믿는 이유가 (충분히) 있다”고 주장해 공격의 배후에 이란이 있다는 것을 확신한다는 암시를 드러냈다.

이어 그는 “검증결과에 따라 우리는 공격준비를 완료한(locked and loaded) 상태다”라면서 “하지만 우리는 이 공격의 원인이 누구에게 있는지, 또 어떤 조건 하에서 우리가 일을 추진해 나갈 것인지에 관해 사우디의 의견을 듣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고 썼다.

트럼프 대통령은 ‘총알이 장전되어 있는(loaded)’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결단만 내리면 언제든 공격이 가능하다는 의미를 전달했다.

워싱턴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 트윗을 올리기 전 백악관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과 함께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가졌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타임스는 또 이보다 앞서 미 고위관리들이 위성사진과 기타 정보를 토대로 사우디 석유시설에 대한 드론 공격이 예멘에서 발사된 것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미국이 드론 공격의 배후로 자처하고 나선 예멘 반군 후티의 주장을 믿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과 사우디는 압드라부 만수르 하디 대통령을 중심으로 하는 수니파 정부를 지원하는 한편 정부와 내전을 벌이고 있는 시아파 후티 반군은 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14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이 외교 관계를 맺는 척 하면서 배후에서 사우디를 100회 공격했다”면서 “이란은 세계 에너지 공급망에 전례없는 공격을 감행했다”고 비난했다.

이어 폼페이오 장관은 “예멘이 그 공격을 했다는 증거는 없다”며 “우리는 세계 모든 국가들이 이란의 공격을 공개적으로 그리고 분명하게 비난할 것을 요구한다”고 전 세계의 관심과 동참을 촉구했다.

이란은 미국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최대의 거짓말”이라며 반박하고 나섰다. 이란의 준군사조직 ‘혁명수비대’는 자신들이 탄도미사일을 동원해 중동에 주둔해 있는 미군기지에 타격을 가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사우디 아람코 석유시설에 가해진 19군데 이상의 타격을 보여주는 위성사진을 제시했다. 또 정부 관리는 사우디에 대한 공격의 방향이 남쪽 예멘이 아니라 이란이나 이라크에서 온 것이라는 분석결과를 내놓았다.

이라크는 이 같은 분석결과에 대해 자국 영토가 사우디 공격에 이용되지 않았다고 부인했으며 미 관리 역시 그것은 이라크 주권을 침해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트위터에서 이란과 조건 없이 만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가짜뉴스는 내가 ‘조건 없이(No Conditions)’이란과 만날 의향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면서 “그건 (여느 때처럼) 틀린 말이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폼페이오 장관이 다음주 열리는 유엔총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로하니 이란 대통령을 만날 가능성에 긍정적으로 답한 것과 어긋나는 발언이다. 이번 사우디 드론 피격으로 미국의 입장이 달라졌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지난 11일 폼페이오 장관은 백악관 브리핑에서 이달 말 트럼프 대통령과 로하니 대통령 간 유엔총회 만남 가능성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물론이다”고 말하며 “(트럼프) 대통령은 전제조건 없이 만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매우 명확히 했다”고 답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