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되어 가는 대만 외교의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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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되어 가는 대만 외교의 현주소

스카이데일리 기자수첩

임보련 기자페이지 + 입력 2019-09-19 00:02:00

16일(현지시간) 대만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솔로몬 제도가 끝내 대만과 단교를 선언했다. 한때 제2차 세계대전의 승전국이자 UN 상임이사국이었던 대만은 현재 초라하게 외교적으로 고립이 되어가고 있다.

중국이 수교를 조건으로 내세우는 ‘하나의 중국(一個中國)’은 중국뿐 아니라 대만도 내세우고 있는 원칙이다. 대만과 중국은 서로 자국의 영토를 불법적으로 침범한 미승인 단체로 규정하고 있다. 중국(中國)이라는 말은 본래 ‘중화인민공화국(中華人民共和國)’이 아닌 ‘중화민국(中華民國)’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중화민국은 1911년 신해혁명(辛亥革命)으로 청나라를 무너뜨리고 1912년에 건국된 아시아 최초의 공화국이다. 공식적인 약칭은 중국이며 쑨원(孫文)의 삼민주의를 이념으로 건국돼, 1949년까지 중국 대륙을 통치했다.

중일전쟁이 끝난 이후, 장제스(蔣介石)가 이끄는 국민당(國民黨)과 마오쩌둥(毛澤東)이 이끄는 공산당(共産黨)이 중국 재건을 두고 실랑이를 벌이게 된다. 이들은 1945년 10월 충칭(重慶)에서 ‘어떤 일이 있어도 내전을 피하고 독립·자유·부강의 신중국을 건설한다’는 쌍십협정(雙十協定)을 합의했다.

그러나 미국의 원조를 받고 있었던 국민당 장제스는 이 협정을 파기해버리고 마오쩌둥 역시 뜻을 굽히지 않으면서 이는 국공내전(國共內戰)으로 발전하게 된다. 이 내전에서 공산당이 승리하게 되고 장제스와 국민당 인사들은 대만 섬으로 도망갔다. 이를 국부천대(國府遷臺)라고 한다. 공산당은 1949년 10월 1일 중국 대륙에 중화인민공화국을 수립하기에 이른다. 공산당은 대만 섬을 공격하려고 했지만 한국에서 6.25전쟁이 발발해 북한을 지원하게 되면서 포기하게 된다.

공산당이 세운 중화인민공화국의 입지가 커지면서 중국은 중화민국이 아닌 중화인민공화국을 지칭하는 말로 바뀌게 됐고 중화민국인 대만은 점점 고립되어갔다. 결국 1971년 10월 25일 UN총회에서 중국으로서의 대표권을 중화인민공화국에게 부여하는 UN총회 제2758호 결의안이 찬성 76표, 반대 35표, 기권 17표, 불참 3표로 통과되면서 UN의 창립 국가였던 중화민국은 상임이사국 자격을 박탈당하게 됐다. 표결이 발표되기 전, 중화민국은 UN을 자진 탈퇴하기에 이른다.

당시 미국은 분명한 반대 의사를 표시하고 있었지만 찬성표가 압도적으로 많아 손을 쓸 수 없었다. 이에 미국은 결의안이 통과된 후 중화민국에게 중국으로서의 대표하는 권리를 포기하고 대신 대만 공화국을 세워 UN 회원국 지위를 유지해 잔류할 것을 제안했지만 장제스는 ‘한적불양립(漢賊不兩立)’ 원칙을 내세우며 이를 거절한다. 이는 대만 외교 역사상 최악의 선택으로 여겨지며 현재까지도 대만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당시 중화인민공화국은 UN에 갓 입성한 상태였고 상임이사국일지라도 중화민국을 강제로 UN에서 내보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만약에 장제스가 UN에 잔류하는 것을 선택했더라면 대만이 지금처럼 국제사회에서 이렇게 고립되지 않았을 것이다.

중화민국인 대만은 정통 중국임을 내세우고 있지만, 현재 중국은 중화인민공화국을 가리키며 대만은 중국의 한 성(省)으로 취급받고 있다.

중화인민공화국은 하나의 중국을 내세워 둘 중 하나를 택하라는 강경한 태도의 외교를 보였고 이에 대다수의 나라들은 대만을 포기하게 된다. 일본은 1972년에, 미국은 1979년에 대만과 단교했다.

우리나라 역시 1992년 8월 중화인민공화국과 공식적으로 수교를 맺게 됐고, 이를 미리 알게 된 대만이 먼저 우리나라와 단교 선언을 하게 된다.

대만은 일제강점기 시, 대한민국 임시정부에 대해 아낌없는 지원을 해줬고 제2차 세계대전의 연합국으로서 대한민국의 독립을 지지했다. 또한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수교한 첫 번째 국가가 바로 중화민국이다. 대한민국 정부는 대한민국 독립을 지원한 공로로 장제스 등에게 건국훈장을 수여하기도 했다. 따라서 대한민국이 중국과 수교를 선택했을 때, 이는 대만에 엄청난 배신감과 충격을 안겨줬다.

2019년 9월 16일 기점으로 대만과 수교를 맺고 있는 나라는 16개국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중국의 막대한 지원과 영향력으로 언제 줄어들지 모른다. 바티칸을 제외하면 나머지 국가는 약소국으로 국제 사회에서의 영향력은 미미하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대만과 유일하게 수교를 맺고 있는 에스와티니에 대해서도 중국은 수교를 맺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에스와티니마저 단교하면 대만은 아프리카에서 수교국이 전혀 없게 된다.

대만은 현재 미수교국에 대사관이 아닌 대표부를 두고 있다. 대표부는 정식 외교기관이 아니고 교류를 위해 두는 기관으로 빈 협약이 적용되지 않는다.

2015년 11월 7일 싱가포르에서 양안 첫 정상회담이 열리는 등 양안교류가 활발해지는 듯 보였지만 중국은 여전히 양자택일(兩者擇一)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위상이 날로 발전해 가는 중국과 반대로 국제 사회에서 과거와 상반된 모습으로 위축돼가는 대만을 보면 의리보다 힘이 앞서는 국제사회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다.

현재 고립되어가는 중화민국 대만이 국제 사회로 다시 발돋움을 할 수 있는 현명한 방안을 찾길 바란다.

[임보련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