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법원 “후쿠시마 원전사고 도쿄전력 경영진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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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사고 발생 전, 모든 조치 취할 수 있었는지 불명확”

임보련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9-09-21 00:03:31

▲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관련해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된 도쿄전력의 가쓰마타 쓰네히사(勝俣恒久·79) 전 회장(맨 왼쪽)과 무토 사카에(武藤栄·69) 전 부사장(가운데), 다케쿠로 이치로 (武黑一郎·73) 전 부사장(오른쪽)이 19일 일본 도쿄지방재판소에 도착하고 있는 모습. 도쿄지법은 이날 공판에서 이들 피고 3명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사진=뉴시스]

일본 법원이 2011년 발생한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로 기소된 운영사 도쿄전력의 전(前)경영진 3명에 대해 형사 책임이 없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19일 NHK, 마이니치신문 등에 따르면 도쿄 지방재판소는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된 가쓰마타 쓰네히사(勝俣恒久·79) 전 회장과 무토 사카에(武藤栄·69) 전 부사장, 다케쿠로 이치로 (武黑一郎·73) 전 부사장 등 도쿄전력 전 경영진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3명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들은 지난 2013년 검찰에 의해 불기소 처분을 받았지만 이에 반발한 시민들에 의해 ‘강제 기소’라는 제도를 통해 기소됐다.

강제기소는 검찰이 불기소 처분한 사건에 대해 일반 시민 등으로 구성된 검찰심사회가 ‘기소해야 한다’고 의결할 경우 법원이 지정한 변호사가 피의자를 기소하는 제도다.

이에 따라 ‘검찰’역을 맡은 변호사는 경영진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후쿠시마현 오쿠마(大熊)의 후타바(雙葉)병원 입원 환자들이 제때 피난하지 못하면서 44명을 숨지게 했다며 이들을 기소했다.

기소장에 따르면 이들 피고 3명은 원전 부지(해발 10m)보다 높은 쓰나미가 몰려올 수 있다는 것을 예견할 수 있었지만 원전 운영을 지속함으로써 피난을 가지 못한 원전 인근 노인요양원 및 병원 등의 입원환자 44명을 탈수와 영양실조 등으로 숨지게 한 책임이 있다.

재판부는 이날 공판에서 “이들 3명이 쓰나미 발생 가능성에 대한 보고를 받은 2008~2009년 이후 대책을 마련했다고 하더라도 사고 발생 전에 모든 조치를 완료할 수 있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며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지금까지 이들에 대한 공판은 2017년 6월 이후 37회나 열렸다. 공판에서 검찰역 변호사는 피고인인 도쿄전력의 경영진들이 직원으로부터 쓰나미의 위험을 예상한 시뮬레이션 결과를 전달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피고인들에게 법정 최고형인 금고 5년을 구형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피고인들은 “보고를 받은 기억이 없다”, “대책을 미루지 않았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이날 무죄 판결이 내려지자 법정에서는 일부 방청객들이 “거짓말이다”라고 외치며 반발했다. 또 도쿄 지방재판소 앞에서는 도쿄전력 경영진의 책임 추궁을 주장한 시민들이 몰려와 판결 결과를 비판했다.

블룸버그는 이번 판결에 대해 “세계 최악의 원전사고에 대한 개인의 책임을 묻는 유일한 시도였다”면서 “후쿠시마 수습 사태의 한 장(章)이 끝났다”고 평가했다.

도쿄전력은 “전 경영진의 판결에 대해 말을 아끼겠다”고 전했다. 이어 “후쿠시마 현민 여러분을 비롯한 많은 분들에게 대단한 폐와 걱정을 끼친 데 대해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최선을 다해 원자력 발전소의 안전성 강화 대책에 불퇴전의 결의로 임하겠다”고 밝혔다.

[임보련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임보련 기자 bll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