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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아 임명된 윤석열 검찰총장이 ‘문재인 아바타’로 불리는 조국 법무부 장관에 칼끝을 겨눴다. 검찰은 ‘조국 사태’와 관련해 지난 23일 조 장관의 서울 방배동 자택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임명한지 불과 2주밖에 안 된 현역 법무부 장관 집을 검찰이 압수수색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이 땅에 정의가 살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징표이기에 반가운 일이다.
이번 압수수색은 조 장관 가족의 사모펀드 투자와 관련한 조 장관의 공직자윤리법 위반 의혹 등 여러 범죄 혐의를 규명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검찰은 조 장관의 딸 조모씨를 소환 조사하고, 조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씨는 구속했다. 조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도 곧 소환할 예정이다. 이처럼 조 장관 일가가 범죄 혐의에 대해 모두 의혹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 '가족 사기단'으로 불리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제 조국 사태는 ‘조국 게이트’로 커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 초대 민정수석을 지낸 조 장관은 오래전부터 문 대통령과 인연을 맺어온 최측근으로서 문재인 정권의 주춧돌이다. 적폐 청산한다던 문재인 정권이 오히려 적폐라는 것이 만천하에 드러난 셈이다.
한 달이 넘는 조국 게이트 수사에서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검찰은 과거 정권의 칼로 이용돼 오면서 국민의 신뢰를 상실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수사를 통해 ‘국민의 검찰’로 거듭날 좋은 기회를 잡았다. 여러 여론조사를 종합하면 절반이 넘는 국민들이 검찰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주고 있다는 게 그 증거다. 게다가 포털 사이트에는 윤 총장을 지지하는 댓글이 넘쳐나고 있고, 좋아요(공감)의 개수가 화나요(비공감)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일각에서는 윤석열 총장의 최근 행보가 ‘마니 풀리테’(Mani pulite)를 연상시킨다고들 한다. ‘깨끗한 손’이란 뜻인 마니 풀리테는 1992년 이탈리아의 안토니오 디 피에트로(Antonio di Pietro) 검사 등 밀라노 지방검찰청의 젊은 검사들이 정경유착 비리 척결에 나설 때 붙여진 캠페인 이름이다.
피에트로 검사 등은 그 당시 ‘정치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1년6개월의 대대적 수사를 통해 마피아와 결탁한 정·재계 인사들을 법의 심판대에 세웠다. 현직 총리를 비롯한 국회의원 150명 등 3000여명의 유력인사들이 수사대상에 올랐고, 이중 1000명 이상이 유죄판결을 받았다.
마니 풀리테에 대한 이탈리아 국민들의 지지는 상당히 높았다고 한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저항세력들의 방해공작은 커졌다. 특히 개혁 방해세력들은 여자관계 등 사생활 문제로 이들을 집요하게 괴롭혔다고 한다. 결국 피에트로 검사 등 몇몇은 옷을 벗었고, 이후 이탈리아 정치개혁은 시들해진 감이 있다.
그런데 벌써 이탈리아 상황과 비슷한 조짐이 벌어지고 있다. 여권과 지지자들이 윤 총장과 검찰을 폄훼하며 추동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검찰이 조 장관의 자택을 압수수색할 즈음 “검찰개혁을 막기 위한 총력수사가 아니라 국민의 관심과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한 진실 밝히기 수사가 되기 바란다”며 검찰을 깎아내렸다.
압수수색이 시작되자 한술 더 떴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조국 장관 범죄 혐의점이 없음에도 수사를 빌미로 자신들을 관리·감독하는 법무부 장관의 자택에 직접 들어가 압수수색을 펼친 것”이라고 반발했다. 법원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한 것은 조 장관의 범죄 혐의점이 드러났기 때문임을 전 국민이 다 아는데도 거짓말을 쏟아내고 있다.
문 대통령과 조 장관 지지자들도 압수수색 당일 포털사이트에 ‘정치검찰아웃’, ‘보고 있다 정치검찰’ 등의 키워드를 내세워 검찰을 전방위적으로 공격하기도 했다. 사상 초유의 현역 법무부 장관 자택 압수수색이 진행됐으면 여권은 자중해야 하는데, 오히려 검찰 비난에 열을 올리는 비이성적인 추태를 보이고 있다. 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윤 총장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살아있는 권력도 성역 없이 수사하라”고 했던 것은 정치적 레토릭에 불과했음을 고스란히 보여줘 씁쓸하다.
게다가 조 장관은 압수수색 이후에도 사퇴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는 압수수색 직후 “마음을 다잡고 검찰 개혁과 법무부 혁신 등 법무부 장관으로서의 소임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범죄혐의로 식물장관으로 전락했음에도 불퇴를 공언하는 그의 철면피한 행보는 숨을 막히게 한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여권이 윤 총장의 기를 꺾기 위해 윤 총장의 청문회 때 불거졌던 여러 의혹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마니 풀리테 검사들처럼 윤석열 총장을 음해하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보통 개혁이 혁명보다 어렵다고 한다. 기득권 세력의 저항과 반발로 인해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고, 그로 인해 개혁을 이뤄내기가 쉽지 않음을 지적한 것이다. 이탈리아의 마니 풀리테도 저항세력으로 인해 국민들의 열망만큼 정치개혁을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그래서 윤석열 총장에게 하나만 당부하고 싶다.
일부 국민들은 여전히 검찰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보고 있다. 문재인 정권이 ‘정치검찰’의 행태를 바로잡으려하자 검찰이 조 장관의 수사를 통해 이에 항거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국회 청문회 일정이 합의된 직후 정경심 교수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함으로써 대통령의 임명권에 도전했다고 보는 시각도 분명 존재한다. 윤 총장은 이런 오해와 저항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조 장관 일가의 범죄 혐의를 샅샅이 밝혀내야 한다. 특히 조 장관이 게이트의 몸통임을 확실하게 입증해야 한다.
이로써 성역 없이 칼을 들이댄, 국민의 검찰로 다시 태어날 수 있고 윤성열식 마니 풀리테를 완성하게 된다. 그럼으로써 윤 총장이 위대한 대한민국을 건설하는데 일조하게 되며, 삐에트로 검사를 능가하는 국민적 영웅으로 우뚝 서게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윤 총장은 여권의 방해나 저항에 휘둘리지 말고 옳은 길, 바른 길로만 꿋꿋하게 가야 한다. 이 모든 것을 국민만 보고 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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