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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족사의 강역을 밝힘에 있어 가장 중요한 지명인 패수는 연(燕)과 (번)조선과의 동서경계였다. 뿐만 아니라 고구리와 백제의 남북경계라는 조건이 맞아야 하며 물의 흐름이 ‘수경주’와도 일치해야 한다. 그런데 동쪽 한반도부터 서쪽 북경 사이에 있는 그 어느 강을 대입해도 이 조건을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한다.
식민사학계는 연과 조선과의 동서경계였던 패수를 청천강으로 비정하며 고구려·백제의 남북경계였던 패수는 황해도 예성강으로 복수 비정했다. 자신들이 조작한 반도사관의 오류를 희석시키기 위한 방법이었지만 해선 안될 학자의 자세였다. 스스로 어불성설을 자인한 것이라 봐도 과언이 아니다.
비주류나 재야사학계에서도 자신들의 패수 비정이 위의 두 가지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자, 아예 고구려·백제의 남북경계에 대해서는 언급을 회피하거나 일부는 식민사학계처럼 복수로 패수를 비정하곤 했다. 심지어는 위만이 건넌 강과 낙랑군에 속한 패수현과 고구려·백제의 세 군데 패수가 각각 달랐다고 엉터리 주장을 한 학자도 있었다.
지금까지 식민사학계의 패수 청천강설의 오류를 강하게 질타했던 재야사학계는 주로 북경부근에 있는 강들을 패수라고 주장했다. 그러한 주장의 근거 ‘사기’의 조선열전에서 한사군 전쟁의 주 무대였던 패수와 함께 언급되어있는 발해(渤海)를 지금의 중국내해로 인식한 것에서 기인했다고 할 수 있다.
참고로 ‘사기’의 조선열전에서 발해가 단 한 차례 언급된 문구는 다음과 같다. “그 해 가을 누선장군 양복에게 군사 5만으로 제(齊)에서 해(海)를 거쳐 발해(渤海)로 향하게 한 후 한편으로 좌장군 순체는 요동(遼東)에서 출격해서 우거왕을 토벌하도록 했다” 이외 언급된 지명은 왕검(王險)성 뿐이다.
발해와 가까운 패수를 중국의 내해와 멀리 떨어진 청천강이라 하는 건 지리상으로 큰 문제가 있다. 그러나 물 흐름이 반대인 청천강을 패수로 비정한 자들에게 그 정도 오류가 무슨 대수였을까. 오히려 식민사학계는 대조영이 세운 발해라는 국호는 옛날에 발해로 불렸던 동만주 경박호(鏡泊湖)에서 가져왔다고 주장했다.
대조영의 진국(震國)이 발해로 불린 이유는 713년 측천무후가 대조영을 ‘좌효위대장군 발해군왕 홀한주도독(左驍衛大將軍渤海郡王忽汗州都督)’으로 책봉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청나라 때 지도인 ‘대청광여도’에는 발해군이 산동성과 하북성 경계에 그려져 있다. 그럼에도 일제식민사학을 추종하는 주류사학계는 동만주 경박호가 대조영의 발해라고 아직까지 우기고 있다.
발해는 중국 내해가 아니라 하남성과 산동성 사이에 있던 큰 내륙호수였던 대야택(大野澤)일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한서’ 지리지에 발해군은 유주에 속하는데 유주는 산서성 남부와 북부 하남성 일대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하유기는 그의 저서 ‘해경신탐’에서 고대 발해는 대야택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하내군(河內郡) 부근에 있어야하는 패수
이렇듯 주류사학계의 청천강 패수설은 오류가 많다보니 비주류 및 재야사학계로부터 맹공의 대상이었다. 비주류사학계는 서만주 요하지류 패수설을 주장했으며 재야사학계는 30년 전 윤내현 교수의 난하설을 비롯해 영정하설, 조백신하설, 대능하설 등 발해만 주변의 모든 강들을 도마 위에 올렸다. 그런데 큰 문제는 지금까지 주장된 패수설들이 모두 오류였다는 사실이다.
패수는 ‘한서’ 지리지에는 유주(幽州)의 낙랑(樂浪)군의 속현으로, ‘위서’의 지형지에는 휘주(輝州)의 무덕(武德)군의 속현으로 기록돼 있다. ‘한서’의 지리지에서 예주(豫州)의 하내(河內)군에 속하는 무덕현이 무덕군으로 승급했다. ‘위서’ 지형지의 휘주에는 무덕군과 하내군이 있는데, 패수(무덕군)와 하내군은 같은 휘주이므로 서로 가까워야 한다. 하내군이 황하 북부 하남성 일대이니 패수도 부근에서 찾아야 한다.
하내군에서 4000~5000리나 떨어진 난하 등 하북성 패수설을 주장한 재야사학계나, 그보다 훨씬 더 먼 청천강으로 비정한 식민사학계의 학자들 어느 누구도 ‘위서’의 지형지를 단 한 번도 읽어보지도 않고 임의대로 지명비정을 해왔다는 말이 된다. 즉 중원대륙과 화북평원을 코도 풀지 않고 그대로 중국에게 넘겨준 꼴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 어찌 땅을 치고 통곡할 일이 아니겠는가.
하내군에서 수경주 14권의 물길과 같은 강은 하남성 제원시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패수는 낙랑(樂浪)군 루방(鏤方)현에서 나와 동남쪽으로 임패(臨浿)현을 지나 동쪽으로 해(海)로 들어간다. 허신이 전하기를 패수는 루방에서 나와 동쪽으로 해로 들어간다. 일설에는 패수현에서 나온다. ‘십상주지’에서 말하기를 패수현은 낙랑의 동북쪽에 있고 루방현은 낙랑군의 동쪽에 있다. 그 현에서 나와 남쪽으로 루방을 지나간다”
여기에 수경주 권14에 설명되어있는 패수(浿水)나 권7 제수(濟水)편에 설명돼있는 추수(溴水) 또는 격수(湨水)와 같은 강임을 확인할 수 있다. ‘수경주’에 위만이 망명하면서 건넌 강 패수는 ‘삼국지’에는 추수 또는 격수로 기록돼 있다. 또한 안정복의 ‘순암복부고3’과 ‘산해경’의 산경 남산2경에 언급된 ‘이산(夷山)은 격수(湨水)가 나오는 곳’이라는 문구의 갹(湨)에 진(晉)나라 곽박(郭璞)이 ‘일작(一作) 패(浿)’라는 주를 달아 격수/추수(湨水/溴水)=패수(浿水)임을 알렸다.
엉터리 반도사관으로 무장된 강단사학계는 일제식민사학으로부터 전해지고 있는 역사권력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노심초사하고 있다. 재야사학계는 오류의 이론으로 강단사학의 잘못을 질타하면서 그들을 무장해제시키려고 하고 있다. 겨 묻은 개가 X 묻은 개 나무라는 격이라고나 할까. 여하튼 일제식민사학은 일단 청산해야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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