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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내국인들이 이런 저런 이유로 해외를 자주 왕래한다. 그들의 안목이 정확하다면 공통적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은 외국 어디를 가보더라도 우리보다 더 풍요롭게 사는 나라가 없다는 점일 것이다.
그만큼 우리의 삶이 그렇게 빈약하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돈도 남들보다 결코 덜 쓰지 않는다. 돈이 많아서 펑펑 쓰는 부류가 있는 반면 없어도 미래보다 현재를 더 즐기기 위해 오기를 부리는 부류들도 꽤 있는 것 같다.
우리보다 잘 사는 선진국일수록 낮과 밤, 주중과 주말의 삶이 현저하게 다르다. 밤이나 주말의 도심은 거의 쥐 죽은 듯이 조용하다. 이웃 일본만 하더라도 1980년대 말까지 흥청망청한 적도 있었으나 경제 상황이 악화되면서 이런 모습들이 대부분 사라졌다. 물론 도쿄에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일부 해방구가 존재하지만 대부분의 시내나 주택가는 과거와 현저하게 달라졌다. 특히 시골은 이런 모습들이 더 현저하다. 절제의 미덕을 안다. 미국이나 유럽도 대동소이하다. 그래서인지 이런 나라에 가면 밤이나 주말에 할 것이 없다고 투덜투덜하는 한국 관광객들이 있다. 한심한 추태까지 벌인다.
반면에 한국 사회는 늘 공허해 보인다. 탐욕과 비리는 넘쳐난다. 여전히 밤은 현란하고 요란하다. 오죽하면 역사는 밤에 이루어진다는 시쳇말까지 나왔겠는가. 누군가는 단기간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추진하면서 생겨난 이른바 압축 성장의 결과라고 평가한다.
그래서인지 서로서로에게 관대하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누가 누구를 손가락질하고 폄하할 수 있겠느냐는 소리로도 들린다. 이런 관용과 포용의 결과인지 최근 나타나고 있는 일련의 정황들을 보면 우리 사회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구렁텅이 속에 갇혀 있다는 감을 지울 수 없다.
요즘 글로벌하게 고장 난 자본주의에 대한 수혈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금력이나 권력 등의 힘을 가진 자들의 횡포가 극에 달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한국도 빠지지 않는 나라다. 천민자본주의의 관점에서 보면 그 도를 한참 벗어나고 있다. 모두가 원인 제공자이면서 다른 한편으로 보면 결과적으로 모두가 희생자가 되는 지속적인 부메랑 효과가 나타난다.
좌와 우로 갈라진 진영 싸움이 극한으로 치닫는다. 면밀하게 들여다보면 이 싸움의 양상도 변질될 기미를 보인다. 냉정하게 보면 좌와 우의 싸움이 아니다. 자연스럽게 도덕과 비(非)도덕의 싸움으로 바뀌고 있다. 우리 사회에 늘 공정과 정의를 외치던 좌파 진영의 진면목이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약자의 편이라고 입버릇처럼 떠들던 그들이 엄청난 힘이나 네트워크를 형성해 부정과 비리를 끊임없이 저질러 왔다는 것이 명명백백하게 드러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지금 드러나고 있는 행태가 빙산의 일각이라는 우려가 기우는 아닐 것이다. 이 정도 되면 좌파가 아니라 좌파 행세를 하면서 이를 미끼로 장사를 한 ‘좌팔이’라고 단정을 지을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에 독버섯처럼 퍼져 있는 이들을 도려내지 않고서는 더 나은 국가로 도약하는 것이 절대 불가능하다. 더 서글픈 현상은 이를 비호하면서 허물어지는 진영을 지키려는 무리들의 조잡한 발악이다. 아마 극과 극이 부딪혀서 한 쪽이 처절하게 망가져야 이 싸움이 끝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좌와 우의 진영 논리가 아닌 국가의 미래, 미래 세대를 위한 담론을 담아내자
싸움을 해서라도 우리 사회가 한 단계 성숙해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면 마다할 수 없는 통과의례일 수 있다. 하지만 목적이 분명하고, 도덕성과 공정성에서 우위에 있는 진영이 승리할 수 있어야 이 엄청난 국력 낭비가 억울하지 않을 것이다. 광장에서 태극기나 촛불을 들고 피를 토할 정도로 목청을 높이지만 그로 인해 빚어진 결과가 이전과 전혀 다르지 않은 고장 난 국가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국민만 어리석은 바보가 되는 꼴이다.
진영 논리로 국민을 반으로 갈라놓는 치졸한 정치인들의 포퓰리즘 농간에 놀아난다면 국가의 미래는 암울해진다. 다행히 지식인, 기업인, 젊은이 등을 비롯하여 그동안 숨을 죽이고 있던 상당수의 건전하고 중도적인 인사들이 이 싸움의 대열에 속속 합류하고 있는 것은 매우 긍정적이다. 이념이나 정쟁에 치우치지 않고 우리가 지향해야 할 나라가 어떤 형태가 되어야 하고, 미래 세대에게 어떠한 유산을 남겨줄 것인가에 대한 반성과 고민이 그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세대를 뛰어넘는 광범위한 공감대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를 위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들이 있다. 우나 좌에 관계없이 우리 사회 기득권들이 누리고 있는 비정상을 정상으로 바꾸어 놓아야 한다는 명제다. 보편적인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이 채택하고 있는 방식을 벤치마킹해야 한다. 보수든 진보든 내년 총선을 위해 중도 표심을 얻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그러나 엄청난 소용돌이 속에서도 이들의 근본적인 체질 변화는 잘 보이지 않는다. 훈장 하나 달기 위해 어디에 줄설 것인지 눈치 보기에만 급급하다. 여전히 이들은 검은 세단에다 과다한 보좌관, 수백 개나 되는 특권을 내려놓으려는 의지는 그 어디에도 없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정책 자료를 몸소 챙기면서 서민 행보를 하면 그들의 권위가 떨어지는가.
지난 2016년 청탁 금지법의 일환으로 시작된 ‘김영란법’ 시행이 4년째 접어들고 있다. 각계의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중간에 한번 수정 절차를 거치더니 당초의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는 판이다. 우리 사회가 이 정도의 고통도 감내해내지 못하면서 어떻게 선진 사회로 나아가려고 하는지 원론적인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개혁을 하려면 인내와 고통은 필수적이다. 그것을 참지 못해 갖은 술수나 편법을 동원해 이를 차단하려는 무리들이 의외로 주변에 많다. 한번 기득권의 서클에 들어가기만 한다면 누릴 수 있는 것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집권당이 최소한 20년은 집권해야 한다든지, 절대 다시 지지 않는다는 말을 서슴지 않고 하고 있는 것은 정권을 잡을 때와 잃을 때의 상황이 천양지차이기 때문일 것이라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안다.
문제는 국민의 선택이다. 우리는 지금 4차 산업혁명 시대와 국가 간의 이기주의가 만연한 시대에 살고 있다. 한편 글로벌 경제가 다시 수렁에 빠질 것이라는 경고음이 계속 울린다. 한국 경제에 대한 글로벌 기구나 전문가들의 평가는 갈수록 각박해지고 있다. 실제로 경제주체인 기업이나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경제체감지수도 최악이다. 비겁한 정치인이나 비도덕적인 기득권 집단에게 국가의 미래를 맡겨놓고 한가하게 바라보고 있을 상황이 아니다. 국민이 스마트해지지 않으면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총체적인 난국을 헤쳐 나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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