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학 박사가 유전자치료 책임자, 예견됐던 신라젠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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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보사·펙사벡, 연구개발계획서·연구 협약서 중대 오류…“성실한 실패 아냐”

이유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9-10-10 13:23:24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와 신라젠의 ‘펙사벡’이 정부의 연구개발비 지원을 받기 위한 ‘연구개발계획서’와 한국연구재단과 연구기관 대표가 작성한 ‘연구 협약서’에 중대한 오류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박선숙 의원(바른미래당)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 시절 과학기술정보통신부(당시 미래창조과학부)와 보건복지부는 세포치료제·유전자치료제 등 첨단 바이오의약품의 출시와 글로벌 바이오기업 육성을 위해 ‘첨단 바이오의약품 글로벌 진출사업’을 국가 연구개발(R&D)로 추진했다.

이 사업에는 지난 2015년부터 4개 과제에 3년간 387억5000만원이 투입됐다. 연구과제 4개와 코디네이팅센터 연구 지원과제 1개 포함됐다. 이 중에는 ‘인보사’ 개발에 82억1000만원과 ‘펙사벡’ 개발에 88억3000만 원이 포함돼 있다.

앞서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는 주성분 중 하나가 허가 당시 제출한 자료에 기재된 연골세포가 아닌 종양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신장 세포로 드러나 논란을 일으켰고 신라젠의 펙사벡은 무용성 평가 결과 임상 중단을 권고 받으며 글로벌 임상3상은 전면 중단됐다.

박 의원은 “두 사업은 같은 연구과제로 같은 시점에 지원됐다”며 “두 사업 모두 성과에 실패했고 R&D 지원을 받기 위해 회사 측이 작성한 ‘연구개발계획서’와 한국연구재단과 연구기관 대표가 작성한 ‘연구 협약서’에 중대한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신라젠의 펙사벡 연구개발계획서에는 ‘유전자 항암치료제 연구’의 주관 책임자에 ‘경영학 박사’를 지명하고 1세부 연구를 담당하도록 기입됐다. 그러나 비전공자를 주관연구책임자로 선정하는 것은 ‘연구개발사업 처리 규정’에 위반되는 사항이다.

한국연구재단은 경영학 박사와 ‘유전자 치료제 페시벡의 연구협약서’ 를 체결했다. 또 연구개발계획서에는 펙사벡이 간암에 대한 효능과 안정성이 인정됐다 주장했지만 펙사벡 임상시험은 미국 데이터 모니터링 위원회의 ‘무용성 평가’를 거쳐 내린 결론인 ‘효능 없음’과는 내용이 달랐다.

또한 연구개발사업 처리 규정과 달리 수십 개의 협동연구기관이 어떤 협동과제를 수행했는지도 계획서에 담기지 않았다.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는 예정된 연구 지원비보다 3억 원이 많은 액수로 연구계획서가 작성됐다. 매년 작성하는 연구개발계획서에 ‘협동연구기관’을 임의로 변경해 기록한 점도 확인됐다. 하지만 한국연구재단은 임의로 변경된 연구계획서를 그대로 수용해 협약서를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선숙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한국연구재단의 연구개발 과제 기획, 연구자 선정, 성과 평과 등 과정에서 지금까지 드러난 문제점을 지적하고 연구비 환수 및 연구부정 조사 등 향후 대책 강구를 촉구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연구비 지원 관련 서류를 불성실하게 작성하거나 규정에 위반되는 연구자를 지명하는 등은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하는 연구개발 사업에 커다란 구멍이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며 “이러한 사항을 감안하면 ‘인보사’와 ‘펙사벡’ 두 신약 개발의 실패는 ‘성실한 실패’만으로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유진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이유진 기자 yjlee@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