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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과 경찰은 대표적인 권력기관이기도 하지만 가장 권력에 취약한 기관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늘 극단의 평가가 양립해 왔다. 그만큼 단죄 권력이 막강하지만 그 권력이 변질된 모습을 목도해 왔다는 뜻이다. 검·경은 정권의 인사 목줄에 잡혀 나약한 모습을 보이거나 금권의 막후에서 추락하기도 했다.
기소권을 독점하고 경찰수사까지 지휘할 수 있는 검찰 권력은 특히 이 같은 모습을 더 많이 보여 온 것이 사실이다. 검찰의 단죄 잣대가 청와대나 금력에 의해 고무줄이 된다는 비판은 공공연한 비밀이 된지 오래다. 따라서 역대 정권마다 검찰개혁 의지는 늘 화두가 됐다. 정권과 금권에 휘둘리지 않는 정의로운 검찰을 국민들은 원한다.
결국 문제의 원인 발원지가 역대 모두 청와대다. 지금도 청와대 권력이 문제를 더 꼬이게 한다. 따라서 한발 떨어져 냉정히 곱씹어 보면 진정한 검찰개혁을 위해서 검찰권력은 지금처럼 강하거나 아니면 더 강해져야 하는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검찰의 힘을 빼는 방식은 매우 위험한 시도라는 것이다.
검찰의 칼을 무디게 하는 것이 개혁이라고 착각하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근간부터 송두리째 흔들린다. 물론 스테로이드 약물처럼 정치검찰과 부패검찰이 사라지는 일시적인 착시효과가 있기는 하다.
검찰개혁의 핵심으로 내세워지고 있는 공수처 설치 로드맵을 전면 백지화 해야 한다. 공수처는 흔한 말로 또 다른 막강·막후 정치검찰을 만들 우려가 있기도 하지만 국민을 치안 부재의 험지로 내몰 수 있다. 국민 누구나 검찰이 두려움의 상징이 되는 것이 아이로니컬하게도 범죄를 예방하는 가장 효과적이고 강력한 수단이란 점을 살아 있는 권력부터 받아들여야 한다.
국민들은 설사 죄를 짓지 않아도 검찰을 공포의 대상으로 여긴다. 역설적으로 이들 국민 누구나 아무리 평범한 시민도 범죄의 유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을 곱씹어 보면 공포의 검찰권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안다. 우리는 일상에서 갈등, 미움, 싸움, 증오, 적개심 등에 휩싸이지 않을 때가 없다는 점에서 개인 모두는 늘 누군가를 향해 항상 칼을 품고 산다.
이 칼을 저마다의 개인 모두가 사용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바로 서로가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치안의 핵심 요체다. 국제기관에서 평가하는 통계를 보면 대한민국은 수년간 전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 1등국에 올라 있다. 인구의 절반 가까이 모여 살고 있는 서울과 인천은 가장 안전한 도시 최상위권에 랭크돼 있기도 하다.
이런 순위는 전 세계에서 자살률이 오랜기간 1등을 지속할 만큼 경쟁과 반목이 치열한 대한민국이란 점을 감안하면 언뜻 믿어지지 않는 수치다. 그런데 누구나 증오와 복수심으로 한두개의 칼을 품고 살아야 하는 치열한 환경에서도 서로 그 칼이 쉽게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안심하고 생활한다. 이런 상황을 우리 스스로는 잘 못느낄 수 있지만 외국인들의 눈을 통해 곧잘 확인된다.
외국인 관광객들의 말을 들어보거나 해외에 나가보면 대한민국은 정말 안전한 나라라는 것을 실감한다. 선진국들 조차 일몰 이후 도심을 다니기 어려운 나라들이 적잖게 있다. 외국인들 사이에 우리나라가 치안 최우수국으로 꼽히는 것은 젊은 여성들이 만취하고도 새벽거리를 활보할 수 있는 사례가 빈번하게 회자되는데 있다.
단죄의 레벨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중국처럼 무차별 사형을 집행하거나 북한처럼 끔찍한 총살형 및 노예같은 노역을 시키지 않는다. 많은 국가에서 시행하는 가혹한 형벌이 사라진지 오래됐다. 사형의 경우만 해도 선고만 하고 있지 사형집행을 하지 않아 사형제가 사라진 나라에 포함되고 있을 정도다. 한국처럼 안전한 나라 상위권에 있는 싱가포르와 비교해도 태형 같은 제도 역시 없다.
특별하게 가혹한 형태의 단죄를 하지 않음에도 범죄에서 특별히 안전한 삶을 영위하고 있는 배경을 우리는 잘 살펴야 한다. 존재 자체만으로 무서운 검찰과 이를 강력하게 보완해 주는 두려운 경찰권이 역설적으로 위급할 때 이들을 가장 먼저 습관처럼 부르는 효과를 가져왔다. 누구나 위급한 상황에서는 경찰을 아주 쉽게 부르고 검찰에 먼저 의지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검·경에 고소·고발도 다른 나라에 비해 아주 많이 한다.
이처럼 언제든 부르고 의지하는 기댈 언덕이 단죄권력의 선한 기능이다. 자신과 경쟁하는 상대의 범죄심리가 두려움을 느끼게 하도록 하는 핵심 배후에 검찰권이 있다는 것이다. 공포의 권력이 모두의 안전을 상호 담보하는 패러독스다. 평소에는 존재를 못느끼지만 없으면 생명이 위태로운 공기와도 같이 치안은 평소 못느끼되 위협을 느낄 때 기능을 하는 시스템이다.
그것이 개인 간 아무리 큰 적대감과 미움이 판을 쳐도 증오의 칼, 복수의 칼을 함부로 꺼내지 않도록 막는다. 법치는 곧 법의 공포를 머금어 움직인다. 처벌이 두려울 수록 더 안전한 울타리가 만들어진다. 공수처 방안은 검찰의 이 기능을 근본적으로 뒤흔들어 국민을 치안부재의 상태로 몰아갈 맹독이 서려 있는 카드다.
검찰의 수장들이 청와대 인사권과 함께 무소불위 공수처까지 눈치를 보게 되면 공포의 칼 자체를 내려놓을 가능성을 키운다. 검찰 수장들이 다양한 강력범죄에서 몸을 사릴 상황에 빠질 우려다. 중범죄 및 조직폭력 등 강력사건일 수록 위험한 환경이나 유혹에 빠질 수 있는 검찰의 회색지대 특성을 적폐로 간주하면 위험한 발상이다. 아니면 권력의 사냥개를 키우고자 하는 발상이 사실일 경우 그것은 개혁을 앞세워 국민을 배신하고 속이는 행위다.
공수처 감시망이 작동하면 정의와 범죄 사이에 서 있는 검찰이 뒷짐을 지거나 아예 관망할 상황들을 확대시킨다. 이는 근성이나 저널리즘 정신이 없는 기자가 행동하는 유형과 흡사하다. 이들은 반론이나 법적인 송사에 휘말릴 것을 귀찮아 하거나 위협이 느껴지면 몸 사리기를 우선해 팩트가 확인된 매우 중요한 사건조차 외면한다. 검찰 지휘부가 이런 상황에 빠지면 강력범죄가 활개치는 상황이 만들어진다.
무엇보다 검찰개혁을 청와대 주도로 하면 안 된다. 청와대에서 임명한 사람들도 함부로 검찰개혁이란 말을 꺼낼 자격이 없다. 권력형 정치검찰인 특수부를 이전 정부보다 훨씬 더 확대해 온 문재인 정권이 이를 뿌리째 뽑겠다고 하는 셀프정화 의지는 더더욱 신뢰가 가지 않는다.
조국 사태를 놓고 벌어지는 작금의 검찰개혁은 왠지 진짜 목표는 도외시 되고 정치적 세(勢) 싸움이나 권력투쟁 양상의 선봉에 세워졌다는 것을 누구나 안다. 설사 권력의 셀프정화 진정성을 받아들인다고 해도 공수처 방식의 검찰개혁이 안 되는 이유에는 하나도 둘도 셋도 국민의 안전이 절대 우선인 탓이다.
검찰권위가 시퍼렇게 살아 있어야 한다. 다만 검찰의 잣대가 고무줄 잣대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개혁의 요체일 뿐이다. 그것은 공수처가 아닌 검찰의 독립성을 오히려 강화시키는데서 해결점을 찾을 수 있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겨달라는 주문처럼 들리는 방식은 아무리 생각해도 아니다. 공수처는 정치검찰이나 부패검찰보다 무서운 보신검찰을 양산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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