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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수출이 10개월 연속 쪼그라들고 있다. 추락의 끝이 잘 보이지 않고 갈수록 첩첩산중이다. 회복의 실마리가 전혀 보이지 않는 오리무중이라는 표현이 정확할 것 같다.
올 들어 글로벌 경기가 위축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수출 상위국 중에 가장 치명상을 입고 있는 나라 중의 하나가 우리다. 미국과 중국이 무역 전쟁을 하고 있다고 하지만 이들 두 나라가 받고 있는 수출 타격은 그리 크지 않다. 올 7월 누계 기준 수출 상위 10개국 중 두 자리 수 수출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국가는 한국(11.0% ▽)과 영국(11.3% ▽) 두 나라다.
반면 중국은 3.3% 늘어났고, 미국은 0.7% 감소에 그쳤다. 일본은 1.4% 증가하였고, 독일도 0.5% 감소에 불과했다. 이런 상황이라면 글로벌 경기가 모든 나라의 수출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말이 맞지 않다. 최근 4개월 연속 두 자리 수의 수출이 감소하고 있는 나라도 우리가 유일하다. 이를 보면 우리는 더 이상 수출 우등생이 아니고 낙제생이다. 수출 잘 하는 나라라고 우쭐대던 한국의 모습이 빠르게 실종되고 있다. 부인할 길 없는 냉정한 현실이다.
과거에도 글로벌 경기가 위축되면 수출이 일시적으로 후퇴한 적은 여러 번 있었다. 그 때는 우리만이 아니고 경쟁국들까지 공히 수출이 감소하였다. 설상가상으로 내수마저 위축되고 있고, 이에 따라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어 그야말로 설상가상이다. 수출로 먹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나라가 이 지경이 되고 있는데도 별 다른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 연내에 수출이 증가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마저도 비관적이다. 그렇다고 내년이라고 해서 좋아진다는 보장도 없다.
글로벌 경제의 먹구름은 더 짙어지고 있다. 미‑중 무역 전쟁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중국 경제는 곡예를 하고 있고, 미국의 제조업 경기까지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제조업 쌍두마차인 일본과 독일의 경제도 휘청거린다. 우리 주력 수출시장의 경기가 후퇴하면 수출이 더 나빠지는 것은 이미 정해진 수순이다.
제조업 현장 분위기는 아사 직전이다. 제조업 가동률은 글로벌 금융 위기 때인 2009년 3월 이후 가장 최악의 터널에 깊숙이 진입하고 있다. 불황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고 아우성이다. 밖에서는 글로벌 경기의 직격탄을 맞고 있고, 안에서는 ‘소주성’이라는 전대미문의 해괴망측한 경제 논리가 발목을 잡고 있다. 제조업과 수출이 부진하면 고용이 늘어날 수 없고, 소비가 살아나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런 데도 정부의 진단은 너무 안일하고 태평이다. 한동안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는 궤변을 늘어놓더니 이제는 글로벌 경기의 부진이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모든 원인을 바깥으로 돌린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맞는 말도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 경쟁국들의 수출이 선전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물론 바깥에도 원인이 있지만 더 큰 문제는 내부에서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 보다 정확한 표현이다. 그리고 글로벌 실전(實戰) 경험이 일천한 아마추어들이 비현실적인 정책을 남발하고 궤도 수정을 하지 않고 수미일관하고 있는 꼴이 더 가관이다.
‘글로벌 공급 사슬’변화에 편승, 다시 밖과 안의 경제를 연결하는 지혜 필요
수출이 부진하고 제조업이 무너지면서 고용과 소비가 동시에 위축하는 현상에 대한 진단과 대응이 너무 치졸하다. 지금 세계 경제의 가장 큰 화두는 셋이다. 하나는 ‘4차 산업혁명’이고, 둘은 ‘포스트 차이나(Post China)', 셋은 ‘미-중 무역 전쟁’이다. 이와 관련해 우리가 하고 있는 것들을 보면 대부분 재탕 잡탕이고 눈에 띄게 들어오는 것이 거의 없다.
경쟁국들이 하고 있는 것들과 비교해 봐도 우리가 왜 경쟁에서 뒤지고 있는 지가 쉽게 간파된다. 경쟁에서 패퇴하면 제자리에 있는 것이 아니고 순위가 점점 더 뒤로 처지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는 것이다. 수출이 갈수록 추락하고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상실되고 있는 것이 이와 결코 무관치 않다. 시들어가는 경제에 어떻게 활력을 불어넣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나 반성이 없으면 솔루션이 나오지 않는다.
수출에 대한 의존도가 높으면 글로벌 경제의 트렌드에 대해 극도로 민감해야 한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시장 상황에 대한 다양한 시나리오 플래닝을 하는 것은 필연적이다. 위에서 언급한 세 가지 화두로 인해 나타나고 있는 가장 큰 특징은 ‘글로벌 공급 사슬’의 변화이다.
‘세계의 공장’인 중국의 위상이 흔들리면서 일본은 10년 가까이 전부터 ‘China+1'이라는 전략을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중국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 시장에 대한 신(新)전략과 더불어 새로운 공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ASEAN이나 인도 등으로 시야를 넓히는 포트폴리오 전략으로 절반 이상의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 시장에서는 한국을 따돌리고, 신흥 시장에서는 유리한 텃밭을 더 공고히 하는 데 성공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에 우리는 중국에 지나치게 올인함으로 인해 실기(失機)를 한 측면이 강하다. 한편으론 베트남에 지나치게 집중함으로써 다른 유망 신흥시장에서의 기회를 놓치고 있지는 않는 지를 되돌아봐야 한다,
남들이 빗장을 치고 보호무역을 강화하고 있다고 해서 우리가 이에 동요하거나 위축이 되면 우리가 살 방법은 더 좁아진다. 지금까지 한국 경제가 달성한 절반의 성공은 밖과 안을 잘 관리해 왔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밖으로 나가야 할 기업은 당연히 나가서 진지를 구축해야 하며, 안에서는 이 진지와의 연결고리 구축을 통해 안팎이 동시에 사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글로벌 공급 혹은 가치 사슬에서 위치를 확실하게 잡아야 지속적으로 생존할 수 있다는 말이다. 여기에 하나 더 훈수를 보태자면 우리끼리만 어울리려고 할 것이 아니라 남과도 필사적으로 섞여야 한다는 점이다. 상당수의 중소·중견 기업들이 토종에 지나치게 집착한 나머지 우리 대기업에만 매달리다 시장에서 졸지에 낭패를 당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목격한다.
경제에 대한 지나친 비관은 금물이지만 낙관은 가장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그러나 현재와 같이 안일하면 백전백패이다. 시장의 변화를 리드할 수 있는 지략과 용기를 잃지 않아야 한다. 이 시점에 요구되는 것은 냉철함에 더하여 균형적인 감각과 일관성의 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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