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와 신라 첫 만남의 치열한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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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와 신라 첫 만남의 치열한 대결

마한장수 신라 망명사건과 백제·신라의 생존게임

정재수 필진페이지 + 입력 2019-10-14 18:18:23

<삼국사기>신라본기를 보면, 마한장수 맹소(孟召)가 마한의 복암성(충북영동, 신재호 비정)을 신라에 바치고 자신도 망명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때는 서기 61년이다. 백제는 다루왕(2대) 35년, 신라는 석탈해왕(4대) 7년에 해당한다.

백제와 신라의 첫 만남장소, 충북 남부지역

그런데 이 사건의 여파로 백제와 신라는 건국 이후 처음으로 만난다. 장소는 충북 남부지역이다. 망명사건 발생 2년 후인 서기63년, 백제 다루왕은 낭자곡성(충북청주) 근처까지 내려가 신라왕과의 만남을 요구한다. 그러나 신라왕은 면담을 거절하고 이에 격분한 다루왕은 아예 낭자곡성을 빼앗아 백제 영토로 편입한다.

당시 신라왕은 석씨왕조 석탈해가 아닌 박씨왕조 나로왕(4대)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나로왕은 석탈해가 신라 4대왕으로 편입되면서 왕력에서 빠진다. 석탈해가 나로왕의 치세를 모두 가져간다. 나로왕은 역사기록의 희생양이다.

이후 백제와 신라는 전투를 계속한다. 장소는 충북 남부지역인 와산성(충북보은)과 구양성(충북옥천)이다. 두 나라는 이 지역에서 장장 12년에 걸쳐 뺏고 뺏기는 치열한 전투를 벌인다.

▲ 백제와 신라는 건국이후 충북 남부지역에서 처음으로 만나 치열하게 싸운다. [사진=정재수 작가]

마한장수 망명사건은 백제와 신라의 생존게임

마한장수 망명사건의 본질은‘마한-신라’의 문제이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백제가 개입해 ‘백제-신라’의 문제로 비화한다. 이는 당시의 백제 위상을 보여준다. 한강유역의 초기백제는 마한연맹체 일원에 불과하다. 마한왕이 백제에게 망명사건 처리를 요구하자 다루왕은 불문곡직하고 수 백km 떨어진 충북 청주까지 내려온다.

또 하나는 당시의 신라 사정이다. 다루왕은 청주(낭자곡성)까지 내려오자 마자 다짜고짜 신라왕과의 면담을 요구한다. 신라왕은 수백km 떨어진 경주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근처에 있다. 이는 경기북부 지역에서 건국된 박혁거세의 신라(서라벌)가 남하를 계속하여 이 시기 충북남부 지역에 도착한 사실을 설명한다. 당시 신라의 중심지는 충북남부 지역이다.

또한 이 사건은 초기신라 역사에 있어 중대한 변곡점이 된다. 신라(서라벌)는 곡창지대인 한반도 서쪽의 전라도 지방으로 남하하지 못한다. 대신 동쪽으로 험준한 소백산맥(추풍령)을 넘어 경상도 내륙지방으로 방향을 튼다. 한반도 서쪽에는 강력한 세력집단인 마한이 버티고 있다. 신라는 마한을 대적할 엄두도 못낸다.

참고하여 이후 경상도 내륙지방에 진출한 신라(서라벌)는 박씨왕조 파사왕(5대) 때인 서기94년 경주지역의 사로국(석탈해)을 병합한다. 이때 서라벌은 경주의 지명이 되고, 사로는 신라의 국명이 된다. 서기전 57년 경기북부 지역에서 서라벌(박혁거세)로 출발한 신라는 150여년에 걸친 대장정의 남하과정을 끝내고 마침내 천년 신라의 중심지인 경주에 안착한다. [<신라역사의 명암>(논형출판,2018) 참조]

마한장수 맹소의 망명사건으로 야기된 백제와 신라의 최초 만남, 건국 초기 약소한 두 나라의 치열한 생존게임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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