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가는 자본시장법, 정부 경영개입 의도 다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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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총, 자본시장법 개정안 전면 철회 요구…“경영권 위협하는 모순적 분류”

조성우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9-10-16 12:51:25

▲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개정령안’ 전면 철회를 요구했다. 사진은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스카이데일리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경총)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에 정부의 민간기업 경영 개입을 위한 의도가 녹아있다며 전면 철회를 요구했다.

경총은 16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이하·시행령 개정)의 전면 철회를 건의하는 경영계 의견을 정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입법예고된 시행령 개정에는 현재 기업에 대한 경영개입에 해당하는 일부 주주활동을 ‘경영권에 영향이 없는 것’으로 판단하겠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시행령 개정이 시행될 경우 경영개입에서 제외되는 주주권은 △회사나 임원의 위법행위에 대한 상법상 주주권(위법행위 유지청구권·해임청구권·신주발행 유지청구권) △배당 관련 주주제안 △국민연금이 행사하는 기업의 지배구조 관련 정관변경 △시장과 기업에 대한 단순 의견전달 또는 대외적 의사표시 등이다.

경총은 직·간접적으로 기업 경영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을 경영권에 영향이 없는 것으로 분류하는 자체가 논리적·개념적·실체적 모순이라고 강조했다. 시행령 개정에서 경영권에 영향을 줄 목적이 없다고 판단한 위법행위 유지청구권, 해임청구권, 신주발행 유지청구권 등은 그 자체로 회사의 경영권과 자본금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행위라는 것이다. 이는 결국 자본시장과 시장 참여자들에게도 막대한 영향을 초래하는 경영개입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시행령 개정 통과 시 공적 연기금이 그동안 상세보고 의무에 막혀 추진하지 못했던 민간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관한 정관 변경 요구를 할 수 있게 된다고도 지적했다. 이로 인해 국민연금의 자체 스튜어드십 코드에 기반한 기업지배구조 개편도 활발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분석이다.

경총은 회사의 정관은 지배구조를 포함한 기업경영의 가장 핵심적인 규율을 담고 있기 때문에 투자자가 이에 대해 변경을 요구하는 것은 그 자체로 경영개입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이다.

이번 개정이 임원의 해임, 정관의 변경 등을 경영개입으로 규정한 상위법(자본시장법)에도 정면으로 위배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정부가 국민연금을 통해 민간기업 경영에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는 지적이다.

경총은 “경영개입 범위 축소의 혜택이 모든 기관투자자라고는 하나 현실적으로 주요기업의 지분을 5%이상 대량 보유한 투자자는 국민연금과 외국계 투기펀드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며 “정부가 시행령을 개정하려는 주된 목적은 국민연금의 민간기업 경영개입을 보다 용이하게 하려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시행령 개정 통과 시 국민연금이 투자회사 임원에 대한 해임청구, 위법행위 유지청구, 신주발행 유지청구, 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정관변경 요구 등 적극적인 경영개입이 용이해진다. 결과적으로 그만큼 기업의 방어권은 무력화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또 경총은 이번 시행령이 현실화될 경우 투자자의 경영개입 인정요건과 보고의무를 강화하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역행하는 것이며 경영권 방어수단이 취약한 국내 기업 현실에서 해외 투기자본의 경영권 공격을 보다 강화하는 역효과마저 초래할 우려가 크다고 우려했다.

이에 경총은 국민연금의 민간기업에 대한 경영개입을 보다 용이하게 하고 이를 확대하는 금번 시행령 개정에 결단코 반대하며 오히려 대량보유 주주에 대한 보고 요건을 현행 5%에서 3%로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총은 “국민연금을 매개로 정부나 정치권, 시민단체의 기업 경영권에 대한 영향력이 확대되고 상대적으로 기업 경영권 방어능력이 무력화되는 것에 대해 경영계는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금융위는 금번 시행령 개정과 같이 경영개입 사항을 축소하고 보고의무를 완화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 경영권 영향 목적을 보다 폭넓게 인정하고 경영개입 요건도 강화하도록 상세보고의무 대상 투자자 요건을 현행 5% 지분에서 3%로 하향 조정토록 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일 것이다”고 강조했다.

[조성우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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