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부작용을 규제로 막는 한심한 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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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규 기자페이지 + 입력 2019-10-17 00:02:00

8월 12일 분양가 상한제 개선안이 발표되고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입고예고가 마무리된 가운데 국토교통부는 3기 신도시로 지정된 하남과 과천, 남양주 왕숙을 공공주택 지구로 선정했다. 이에 따라 남양주 왕숙, 하남, 과천 일대에 조성되는 3기 신도시는 2020년 하반기 지구계획 승인을 거쳐 오는 2021년 착공에 들어가게 된다.

이에 따라 부동산 시장도 조국 장관 사태로 양분된 민심처럼 정부의 규제 정책과 3기 신도시 개발에 찬성을 표하는 사람들과 기존 신도시를 죽이는 알이며 재산권 침해라는 의견을 피력하는 사람들로 나눠지고 있다.

이는 그동안의 부동산 정책이 서울 집값 잡기, 강남집값 잡기에 치중했기 때문이다. 서울을 집값을 잡는다며 시작된 정부의 규제는 서울 전 지역을 투기과열 지구로 지정했으며 강도 높은 대출 규제를 펼쳤다. 지난 2년 이 같은 규제 정책은 새로운 투기 층의 서울 진입을 차단하기도 했지만 돈이 없는 실수요자들은 서울에 집을 사기 어렵다는 문제를 낳기도 했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에는 재력 있는 부모를 둔 20~30대들이 대거 서울에 집을 구매하고 있다. 일명 그들만의 리그가 펼쳐진 셈이다. 집값을 잡아 실수요자에게 집을 살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정책이 오히려 금수저와 흙수저를 확실하게 갈라놓는 효과를 낳은 것이다.

사회에 첫발을 디딘 신혼부부들을 맞벌이를 통해 작은 집을 마련하고 저축과 투자를 통해 조금씩 평수를 넓혀가곤 한다. 하지만 이 같은 일반적인 통념도 이젠 어지간한 현금을 마련하지 않고서 극복하기 어렵게 됐다. 저축하는 돈에 비해 아파트 가격의 상승이 훨씬 급해졌기 때문이다.

15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발표한 ‘민간아파트 분양가격 동향’에 전국 아파트 평균 분양가격은 지난달 말 기준 ㎡당 평균 353만 9000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63% 상승한 것이다. 서울 민간아파트의 ㎡당 평균 가격은 지난달 기준 808만원으로 나타났으며 이를 평당 가격으로 계산하면 평균 2668만원 정도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5.61%가 급등한 것이다.

이에 정부는 분양가 상한제라는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이것 역시 시행이 늦어지면서 실효성에 대한 의문까지 들고 있다. 게다가 서울의 집값이 다시 들썩이고 청약 경쟁률이 치열해지면서 당첨 가점 역시 상승하고 있다. 때문에 분양가 상한제 이후 집을 사려하던 실수요층까지 대거 청약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이달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청약통장 가입 현황과 하나은행 청약통장 가입 고객 정보를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국내 주택청약통장 시장동향 및 가입자를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청약 경쟁률은 서울이 28.6대 1인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서울 인구의 67.5%가 청약통장에 가입한 것으로 조사됐으며 전체 20대 인구의 67.2%가 청약통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매입자 연령대별 아파트 매매 거래량’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팔린 서울 아파트 8586가구 중 2608가구를 30대가 사들였다고 한다.

이는 정부의 규제 정책이 부처 간의 충돌로 방향을 잡지 못하는 사이 미래가 불안한 젊은층들이 대거 부동산 시장에 뛰어들었음을 의미한다. 여기에 유명 연예인들의 부동산 투자 소식이 전해지면서 30대는 물론 20대까지 부동산에 열광하고 있다.

이는 직장을 구하기 힘들고 결혼도 하기 어려운 20~30대가 현 상황을 극복하는 가장 빠른 방법으로 부동산을 선택했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는 정부의 책임이 가장 크다. 정부의 정책이 서울과 지방의 집값 격차를 더욱 벌려 놓았음은 물론 일부지역은 단 몇 개월 사이에 1억원이 넘는 차익을 남길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반면 지방의 아파트값은 갈수록 하향 곡선을 그리며 더욱더 서울을 비롯한 광역시에 집중하게 만들었다. 결국 강압적인 규제 정책이 오히려 역효과를 낳은 셈이다. 상한제가 시행되기 전임에도 벌써부터 로또 아파트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정책에 대한 부작용을 고려하지 않고 내놓는 정책은 또 다른 부작용을 낳기 마련이다. 그래서 정책은 큰 그림 속에서 현실의 상황을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이상은 누구나 꿈꿀 수 있지만 그것을 제대로 시행하는 것이 진정한 능력이다.

이철규 sicsicma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