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터키에 시리아 군사작전 만류 친서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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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도안 대통령에 “수천명 살육 책임…역사에 악마로 남을 것” 충고

박선옥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9-10-17 16:39:56

▲CNN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에게 지난 9일 보낸 친서를 공개했다. [사진=CNN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 시리아 사태와 관련해 터키 경제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터프 가이’가 되지 말라고 충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CNN은 16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주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냈으며 그 내용을 CNN이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CNN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편지에서 시리아 쿠르드 족을 겨냥한 터키의 공격에 대해 사태가 인도적으로 해결되고 진정되지 않는다면 터키 경제를 파괴시킬 수도 있다는 경고를 보냈다.

CNN이 공개한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는 지난 9일 보낸 것으로 이날 터키는 시리아 쿠르드족에 대한 군사작전을 개시했다. 이보다 사흘 전인 6일 에르도안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쿠르드족에 대한 공격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후 백악관은 터키가 곧 군사작전을 감행할 것이라면서 미군은 이 작전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번에 밝혀진 트럼프 대통령의 서신은 터키의 군사작전 통보에 대한 답변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세 문단으로 이뤄진 짧은 서신을 통해 터키 측에 쿠르드족에 대한 군사작전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 터키에 경제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신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당신은 수 천명을 살육한 책임을 지고 싶지 않을 것이다”고 말하고 “나도 터키 경제 파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싶지 않지만 그렇게 (파괴) 할 것이다”면서 터키에 대한 강력한 경제 제재가 가해질 것이라는 점을 시사했다.

그러면서도 이를 피할 방법으로 예전의 앤드루 브론슨 목사의 사례를 언급했다. 미국은 미국인 브런슨 목사를 구금하고 있던 터키에게 제재를 부과했다가 지난해 10월 터키가 브런슨 목사를 풀어주면서 제재를 해제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터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세계를 실망시키지 말라”고 충고했다. 또 쿠르드 측 마즐룸 장군이 기꺼이 협상에 나설 것이라며 중재에 나서기도 했다. 그는 마즐룸 장군이 협상에서 “지금까지 한번도 해본 적 없는 양보를 할 것이다”면서 “마즐룸 장군에게서 방금 받은 편지를 자신있게 동봉한다”고 밝혔다.

마즐룸 코바니 아브디 장군은 시리아민주군(SDF) 총사령관이다. 그는 미국을 도와 이슬람국가(IS) 격퇴에 공을 세운 인물이다. 터키의 시리아 침공이 시작된 이후인 13일 미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FP)에 기고문을 보내 쿠르드족이 겪고 있는 참담한 상황을 전 세계에 알리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신 마지막에서 “이번 일을 올바르고 인도적인 방식으로 끝맺는다면 역사는 당신을 호의적으로 바라볼 것이다”고 썼다. 이어 “만일 좋은 일들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역사는 당신을 영원히 악마로 볼 것이다”면서 “터프 가이가 되지 말라. 바보처럼 굴지 말라”는 말로 편지글을 맺었다.

이 서신은 미 폭스비즈니스에 의해 처음 보도됐다. 스테퍼니 그리셤 백악관 대변인은 폭스비즈니스 기자가 트위터를 통해 첫 공개한 이 서신이 진짜임을 확인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서신을 “특이한 편지”라고 칭하면서 편지에 쓰인 어투가 외교 관례를 벗어난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스타일을 그대로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잘 해결해 보자” “바보처럼 굴지 마라” “터프 가이가 되지 말라” 등의 직설적인 표현은 미국 대통령으로서 타국 대통령에게 쓰는 언사에 적합하지 않다고 평했다.

한편 에르도안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서한에서 만류한 군사작전을 강행한 데 이어 지난 15일 쿠르드군과 휴전하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권고를 잇달아 거절하고 있는 상황이다.

[박선옥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박선옥 기자 sobahk@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