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영토내의 백제 분국 한남(汗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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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수의 新삼국사 산책

시조 온조의 발원지 한남은 백제분국

정재수 필진페이지 + 입력 2019-10-20 14:09:54

백제 초기에 대규모 백제백성이 고구려로 망명한 사건이 발생한다. <삼국사기> 기록이다. ‘한수(漢水) 동북마을에 흉년이 들어 민가 1000여 호가 고구려로 도망가니 패수(浿水)와 대수(帶水) 사이가 텅 비어 사는 사람이 없게 되었다(漢水東北部落饑荒亡入高句麗者一千餘戶浿帶之間空無居人)’. 때는 온조왕 말기인 서기19년(온조37)다.

그런데 이 기록은 하남위례성(경기 광주)이 도읍인 온조왕의 초기백제 지배영역을 감안하면 모순이 발생한다. 한수 동북마을 즉 한강이북의 경기 중북부지역에 흉년(가뭄)이 들었는데 엉뚱하게도 패수(예성강)과 대수(임진강)사이인 경기 서북부지역이 텅 빈다. 지형상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더구나 백제백성이 고구려 중심지인 중국대륙 요하(遼河·랴오허)지역으로 망명하기 위해서는 북쪽으로 수천리를 이동해야 한다. 당시 한반도 평안도지역은 중국 진(秦)과 한(漢)의 유민집단 망명지로 소위 낙랑이 가로막고 있다. 이 또한 무리다. <삼국사기>는 무얼 기록한 걸까

온조의 발원지 한남(汗南)은 백제분국

동일한 내용이 <고구려사략> (남당필사본)에도 나온다. ‘한남(汗南)이 가물고 메뚜기떼가 일어 (백제)백성이 굶게 되자, 찾아와 의지하는 자가 1000여호였다. 이들에게 먹을 것을 주고 서하(西河)에 살게 하였다. (汗南旱蝗民飢来投者千余戶賑恤而置之西河)’ 때는 서기19년(대무신2)으로 <삼국사기>의 온조37년과 같다.

한남의 지명이 등장한다. 지금의 중국대륙 대릉하(大凌河-다링허) 중류지역인 요녕성 조양(朝陽-차오양)일대이다. 따라서 앞의 <삼국사기> 기록과 비교하면, 고구려 망명사건의 실제 주인공은 한반도 한강유역의 백제백성이 아닌 중국대륙 한남지역의 백제백성이다.

한남은 시조 온조왕의 발원지이다. 온조가 한반도로 남하하여 백제를 건국하기 이전에 고구려 추모(주몽)왕으로부터 한남왕(汗南王)의 봉함을 받고 다스린 지역이다. 다시 말해 한남은 과거 온조의 본거지이며, 백제 건국 이후에도 고구려 영토내에 존재한 일종의 백제분국이다. 다만 <삼국사기>는 중국대륙 한남지역을 한반도 한강유역으로 무리하게 대비시키다 보니 모순된 기록을 남긴다.

▲ 시조 온조왕의 발원지 한남은 고구려영토내의 백제분국 [출처=<백제역사의 통곡>(논형출판,2018)]

다루왕, 백제 한남 땅 고구려에 이양

덧붙여 <고구려사략>은 흥미로운 사실을 전한다. ‘다루(多婁)가 한남의 옛 땅을 고구려에 바치고 남쪽으로 내려갔다. 군사를 보내 신라를 쳐서 다루를 도왔다(多婁献汗南故地而南下遣兵伐新羅以助多婁).’ 때는 서기32년(대무신15)으로 한남백성의 고구려 망명사건 발생 이후 13년 되는 해다.

백제 다루왕(2대)은 고구려 대무신왕(3대)과 백제 한남을 놓고 딜(deal)을 한다. 고구려로부터 군사를 지원받는 조건으로 한남을 고구려에 이양한다. 한남은 백제가 건국된 서기전18년과 비교하면 50여년간 고구려 영토내에 존재한 또 하나의 백제다.

참고하여 먼 훗날 백제 동성왕(24대)은 중국대륙에서 북위(北魏)와의 전쟁을 치르면서 고구려 장수왕(20대)에게 한남을 되돌려달라 요구한다.(還付汗南之地使此骨肉得以容足報本-<고구려사략>) 이때는 488년으로 다루왕이 한남을 고구려에 이양한 이후 450여년이 지난 시점이다.

백제는 후대에도 한남에 대한 기억과 향수를 결코 잊지 않는다. 한남은 시조 온조의 발원지이자 백제의 영원한 본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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