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이제라도 전인미답의 길 멈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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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19-10-23 00:01:16

지난 15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대한민국과 북한과의 2022년 카타르월드컵 예선경기가 있었다. 관중석은 텅 빈 채 중계방송도 없는 믿겨지지 않는 축구경기가 펼쳐졌다. 좌파들조차 황당해한 이 사건에 국민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그동안 문재인 정권이 남북한 관계개선을 통한 평화 정착 운운하면서 북한에게 저자세 구애에 매달린 결과가 고작 이 정도인 셈이다. 그런데도 남북문제 주무부처인 통일부를 이끄는 김연철 장관이 지난 17일 국정감사장에서 남발한 분별없는 발언들을 보면 목불인견(目不忍見)이 따로 없다.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음에도 김 장관은 당당히 “남측 응원단을 받지 않은 상황에서, 자기들 나름대로 공정성 조치를 취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는 어처구니없는 말을 했다. 북한의 국제 규범을 벗어난 비상식적 경기 운영으로 전 세계에서 ‘유령 축구’로 조롱거리로 된 것을 오히려 공정성을 감안한 북한의 배려라고 치켜세웠다.

게다가 입국에 3시간 걸린 것을 갖고 후진국에서는 하루 종일 걸린다며 엄호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런 후진국은 들어본 적이 없다. 김 장관은 우리 축구단을 사실상 감금하고 가져간 식자재도 압수한 북한을 두둔하느라 없는 사실까지 지어내며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의 세금으로 녹(祿)을 받고 있는 공직자임에도 책임의식이 눈곱만큼도 없는 김 장관의 유체이탈화법에서 염치라고는 찾을 수 없었다. 오죽하면 북한 옹호에 정신이 없는 김 장관을 간첩으로 여기는 국민까지 있겠나.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이번 사건으로 좌파정권의 민낯이 더 빨리, 그것도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점이다.

그런데 김 장관의 한심한 발언이 있은 지 이틀 후 문재인 대통령까지 여기에 가세하면서 또 한 번 국민을 아연실색케 했다. 문 대통령은 주한 외교사절단을 만난 자리에서 생뚱맞게 ‘2032년 서울‧평양 공동올림픽’ 지지를 호소한 것이다. 위협과 감금을 당하고 돌아온 선수들에게 한마디 위로도 안하고는 한술 더 떠 북한과의 공동 올림픽 개최를 언급하니 답답한 노릇이다. 이러니 ‘달나라’ 발언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다른 분야의 남북 관계는 이보다 더하다. 가령 남북은 지난해 4·27판문점선언과 9·19평양공동선언을 통해 완전한 한반도의 비핵화를 위해 남북이 공동 노력하기로 했다. 그러나 실현된 것이 전혀 없어 구두선(口頭禪)에 그치고 있다.

남북 합의를 통해 북방한계선(NLL) 후퇴, 휴전선에서 일부 감시초소(GP) 폐쇄, 지뢰제거, 주적개념 상실 등 우리만 무장해제한 꼴이 됐다. 게다가 북한은 서해 함박도에 레이더 시설 등을 설치하는가하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개발 완료해 우리를 더욱 위협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9·19선언 중 하나인 2032년 하계올림픽 공동개최를 한가하게 외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5월 취임사에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다. 2018년 10월 교황청 기관지 기고문에서도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의 새 시대를 열기 위한 전인미답(前人未踏)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고 했다. 이처럼 문 대통령은 여러 차례 가보지 않은 길을 가겠다고 언급했다.

북한 선전문구에 전인미답의 길로 사회주의 강성국가를 건설한다는 내용이 있다. 국민들은 이를 떠올리며 불안에 떨고 있다. 북한은 전 세계 사회주의 역사에도 유래가 없는 이상한 집단이다. 그 폐쇄적이고 봉건 독재 체제는 열등하기 짝이 없는데, 문 대통령의 수사(修辭)가 그들과 비슷한 사회주의 건설을 하겠다는 것으로 읽히고 있어 두려움이 앞서는 것이다.

국민들 중에는 이 정권에서 북한에 관한 언급이 나올 때마다 모골(毛骨)이 송연(悚然)하다고 한다. 북한과 핵이 두려워 이민 가겠다고 하는 이도 적지 않다. 어느 정권에서든지 불만세력은 있기 마련이라고 이를 치부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강도가 예사롭지 않다. 문재인 정권이 이제 반환점을 돌았는데도 정권 말기와 같은 피로감이 국민들을 휘감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1일 종교지도자와 만나 “국민통합이라는 면에서는 우리들 나름대로는 협치를 위한 노력도 하고, 또 많은 분야에서 통합적인 정책을 시행하면서 노력을 해왔지만 크게 진척이 없는 것 같다”고 했다. 노력했지만 잘 안 됐다는 궁색한 변명인 셈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노력을 아무리 반추 해봐도 떠오르는 것이 없다. 도리어 국민의 뜻을 무시하며 아집과 독선으로 국민들을 광화문과 서울시청 광장으로 내몬 것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책임을 통감하기는커녕, 남 탓만 하고 있다. 이런 문 대통령을 보면 외딴 섬에서 홀로 생활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문 대통령이 이 지경에 이르기까지 청와대 참모들이나 더불어민주당 수뇌부는 뭐하고 있었는지 궁금하다. 오히려 이들이 ‘인의 장막’을 치고 문 대통령의 귀와 눈을 막았다는 의심이 들 정도다. 게다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임명부터 사퇴까지 두 달이 넘도록 나라를 두 동강 냈으면서도 이들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 대통령이 사퇴할 수 없으니 청와대 참모들이나 이해찬 민주당 대표라도 책임져야 하는데, 오히려 더 잘했다는 듯이 기세등등하니, 이런 철면피들이 없다.

만약 불통 원인이 문 대통령에게 있다면, 이제라도 청와대 참모와 민주당 수뇌부가 나서야 한다. 전인미답의 길을 가는 것이 잘못됐으니 멈추도록 설득해야 한다. 문 대통령의 임기는 이제 2년 좀 넘게 남았을 뿐이다. 파국을 막는 길은 국민의 명령인 이것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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