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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우리를 평가할 때 정치와 정부는 삼류고 기업은 이류, 그리고 국민은 일류라고들 한다. 과연 우리 국민이 과연 일류일까 하는 자문을 해보면 뭔가 좀 찔림이 있다.
비교 대상인 정부나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낫다는 것을 강조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러나 한 나라의 정치 혹은 정부의 수준이 민도(民度)와 그렇게 차이가 날 리 만무하다.
그들이 선택한 정치이고 정부이기 때문이다. 냉엄한 잣대로 보면 국민이나 정치 혹은 정부가 하는 행위들을 보면 그 나물에 그 밥이고 별반 차이가 없다.
이 정도 사는 나라치고 우리만큼 정치에 민감한 국민들을 찾아보기 어렵다. 남북이 분단되어 있고, 인구에 비해 땅덩어리가 작고, 내부에 먹을 것도 많지 않아서인지 기득권을 형성해 파이를 선점하려는 이기적인 무리들이 넘쳐난다. 정치는 교묘하게 이런 심리를 이용하고 있고, 지역에서 출발한 편 가르기가 이념과 세대로 확장되어 볼모를 잡고 있다. 진영을 만들고 사수하기 위해 사투를 벌인다. 선과 악, 진실과 거짓은 없다. 오로지 자기편만 있을 뿐이다.
진영의 본진에 들어가면 눈에 보이는 것이 없다. 상대 진영을 공격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마치 중세의 마키아벨리즘과 같이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 하는 논리가 이들의 무소불위 행태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그리고 진영이 불리해질수록 이런 광기는 더 극성을 부린다.
심지어 미래 세대들까지 세뇌시켜 그들의 진영으로 끌어들이려고 추태까지 벌인다. 자기 진영에 속한 자라면 범죄자라도 끝까지 보호하고, 혹시 그가 영향력 있는 이사면 오히려 미화시키려고 안간힘을 쓴다. 디지털 혁명으로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글로벌 트렌드에 역행되는 일들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는 현실적 상황을 보면 정말 기차 찰 노릇이다.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인가 상식적으로 쉽게 판단될 수 있지만 이들은 애써 이를 부인한다.
더 한심한 것은 공권력조차 이들의 무질서하고 탈법적인 행위에 대해서는 애써 외면하고 방조하는 것 같은 모습까지 보인다. 국가라고 하기에도 부끄러울 정도로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고 있다. 과연 우리는 어떤 시대에 살고 있는가.
법과 제도는 국가 존립의 최소한이고 상식과 도덕은 건강한 국가를 유지하는 기본이다. 후자가 제대로 작동하는 사회나 국가일수록 신뢰가 축적되고, 이를 근간으로 국가는 지속적으로 발전한다. 선진 국가에서는 편을 가르고, 기득권이 생겨나는 것을 구성원 스스로가 엄격하게 통제하고 감시한다.
악의 씨앗이 생겨나지 않도록 이를 원초적으로 차단한다. 오히려 이러한 양식이나 관습이 사회 구성원들을 더 편안하게 하고, 미래를 예측 가능하게 하며, 이익을 모두 공유하는 결과로 나타난다. 우리 사회에서 고소득자나 권력자들이 존경을 받지 못하고 늘 사회로부터 지탄을 받고 있는 것은 상식에서 일탈하는 행위 끊임없이 자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누가 누구를 나무랄 수 없는 처지이다. 정권이 바뀐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국가 재상의 반열에 오르려는 소위 우리 사회 엘리트들이 발가벗겨지는 모습을 보면 정말 가관이다. 이들을 벗기는 자들도 막상 벗는 자리에 가면 하나같이 똑 같다. 이것이 우리 시대의 정확한 자화상이다.
‘도덕’이 성장 잠재력 회복과 미래 세대에게 비전을 주는 첫 번째 화두가 되어야
국가가 요동을 친다. 진영 논리로 무장한 세력들의 대립이 일촉즉발이다. 내일이라도 국가가 무너질 것 같은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진영 간의 화합은 물 건너간 것 같고 한 쪽 진영이 무너져야만 결판이 날 것 같은 분위기다.
이 판에 경제는 최악이고, 거의 패닉 상태이다. 성장 잠재력이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더 이상 헤어날 기미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과거 같으면 바깥 상황이 좀 나아지면 다시 반전이 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의 상황을 보면 그렇게 될 확률이 매우 낮다. 이제까지 우리를 이 정도나마 살게 해주었던 저력이나 여력이 거의 고갈되었다.
외부만 탓할 것이 아니라 우리 내부가 획기적으로 바뀌지 않으면 다시 원점으로 회귀되는 것은 십중팔구이다. 소위 말하는 ‘중진국 함정’이다. 단기간에 남을 따라 잡는 압축성장의 후유증이 적나라하게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 내려는 것이 아니라 기존 파이 나눠먹기에 급급하고, 정치는 포퓰리즘을 치달으면서 국가를 더 구렁텅이 속으로 몰아간다.
현시점에 가정 절실하게 필요한 덕목은 새로운 시대정신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갈기갈기 찢어진 분열을 하나로 묶어내는 국가 비전을 말한다. 여기서 주저앉을 것인지 아니면 더 나은 미래로 나갈 것인가에 대한 국민적인 선택이다. 이러한 정신을 만들어낼 수 있는 리더십이 생겨나거나 그렇지 않으면 침묵하고 있던 국민들이 나서서 수레바퀴, 즉 ‘비클(Vehicle)’을 만들어내야 한다.
제대로 살고 있는 국가들을 보면 국가가 위기에 빠졌을 때 이러한 움직임이 거대하게 일어나서 도약의 모멘텀을 일구어낸 사례가 적지 않다. 그 비전의 첫 화두는 도덕성 회복이다. 미래 세대들은 우리 사회의 약점을 정확히 간파하고 공정을 주장한다. 공정이나 정의는 도덕에서 비롯된다. 도덕성이 부재한 자는 힘을 가질 수 없는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선거 시기가 가까워지면서 또 힘을 가지려는 자들이 발버둥을 친다. 남을 끌어내리기에 능숙한 이들에게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어 정치판에서 퇴출해야 한다. 도덕성을 겸비하지 못한 자가 정치나 정부에 들어가는 길목을 차단해야 한다.
비생산적인 진영 싸움에 국가는 속수무책으로 일관한다. 어차피 벌어진 싸움판이면 도덕적으로 우위에 있는 진영이 승리해야 한다. 그 결과로 ‘도덕 재무장’이 시대정신으로 정착되기를 바란다. 무너진 신뢰가 회복되면서 사회적 자본의 재축적을 만들어내는 것이 핵심적 화두이다.
그래야 성장 잠재력이 생겨나고 경제도 활기를 찾아갈 수 있다. 귀족 노족으로 지칭되는 민주노총, 교육 현장을 어지럽히는 전교조, 글로벌 트렌드에 눈과 귀를 막고 규제를 양산하거나 지키려는 공공조직 등 미래를 가로막는 족쇄들을 거둬내야 한다. 위기와 기회는 동전의 양면이다. 우리에게 닥친 기회를 진솔하게 받아들이고 이를 인정하는 것이 역동적인 기회를 찾아가는 수순이다.
그러나 위기를 가리고 사탕발림으로 이를 모면하면서 실리만 챙기겠다는 무리들이 다수가 되는 한 위기는 절대 극복되지 않는다. 패싸움을 하더라도 양심과 진실마저 뒤엎으려고 하면 안 된다. 누가 뭐라고 해도 이제는 도덕이다. 그것이 국가의 건전한 발전과 미래 세대가 이 땅에 살아야 하는 의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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