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강국 미래 ‘황창규 패싱’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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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 기자페이지 + 입력 2019-10-28 00:02:11

말 많고 탈 많았던 황창규 KT 회장의 후임을 뽑는 차기회장 선출 작업이 본격화됐다. 차기회장 선출을 주도하는 지배구조위원회는 지난 23일부터 사외 공모를 진행하는 한편 사내 후보군을 추리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다음달 5일까지 외부 공모로 접수된 후보자들과 사내 후보자들을 합쳐 심사가 실시되고 합격된 이들은 차기 회장 후보 심사위원회에 넘겨진다.

이번 KT 차기 회장 선출 절차에 대한 관심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편이다. 단순히 정보통신업계, 재계 등에 그쳤던 관심의 정도가 정치권과 일반 국민 등으로 범위가 확대된 모습이다. 철저한 검증으로 KT를 둘러싼 부정적 이슈가 재발하는 사태를 막자는 국민적인 요구가 차기 회장 선출 절차에 대한 관심으로 발현되고 있다.

관심이 높은 만큼 하마평도 무성하다. 사외·사내 후보군에 대한 실명과 그들의 내력, 장·단점 등이 끊임없이 매스컴에 오르내리고 있다. 차기 대권의 물망에 오른 인물로는 사내 후보군 중에선 구현모 커스텀&미디어부문장, 박윤영 기업사업부문장(57), 이동면 미래플랫폼사업부문장 등이 거론된다.

사외 후보군으로는 김태호 서울교통공사 사장, 노태석 전 서울로봇고 교장, 이상훈 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원장, 임헌문 전 KT 매스총괄 사장, 전인성 전 KT 희망나눔재단 이사장, 표현명 전 롯데렌탈 사장, 최두환 전 포스코 ICT 사장, 홍원표 삼성SDS 사장, 한훈 전 KT 희망나눔재단 이사장 등이 꼽힌다.

차기 회장으로 거론되는 인물 대부분이 전·현직 KT 인사들이라는 점에서 업무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전문성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소위 말하는 ‘스펙’만 놓고 봤을 때는 누구하나 차기 회장으로 부족함이 없는 게 사실이다. 특히 현재 KT에 몸담고 있는 인물들은 조직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이미 내부 구성원들로부터 능력을 인정받고 있어 수장 교체에 따른 혼란을 최소화 할 수 있다는 장점도 갖추고 있다.

결국 각 후보 간 우위는 도덕성과 투명성, 조직분위기 혁신 의지 등에서 판가름 날 가능성이 높다.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후보 개개인의 능력이나 전문성 등에서 변별력을 찾기 어려운 만큼 업무 외적인 부분에서 변별력을 찾으려는 시도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당장 KT새노조만 놓고 보더라도 ‘적페청산’ 등을 부르짖으며 현 경영진과 접점 없는 인물을 추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KT새노조는 최근 차기회장 선임을 앞두고 입장문을 통해 황 회장의 적폐를 덮어줄 후계자에게 권력을 승계하는 과정이 되면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 KT새노조는 황 회장이 KT를 망친 ‘실패한 경영인’이라고 못 박았다. 동시에 ‘포스트 황창규’로 지목되는 인물들을 지목하며 본격적인 ‘발목잡기’에 나섰다. 현 정부 역시 적폐청산을 정책 기조로 세운만큼 KT새노조의 의견에 동조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바로 이 점이 우려스럽다. 적폐청산에 몰두하다 보면 KT 본연의 역할에 소홀할 수밖에 없다. 실패한 경영인의 적폐를 청산하겠다는 의지 자체는 크게 나무랄 게 없지만 국가와 국민의 이익이라는 큰 그림이 배제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우리 국민들은 비슷한 일을 겪으면서 상당한 피해를 입고 있다. 정의구현, 적폐청산 등 그럴싸하게 포장된 권력의 칼질로 인한 피해가 우리사회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번 KT 차기 회장 선출은 국민적 관심이 높은 만큼 각 후보 검증 또한 객관적이고 엄정하게 이뤄져야 한다. 애매한 잣대를 들이대 후보 평가의 기준을 삼아선 안 된다. 오로지 KT의 성장을 도모하고 나아가 국가와 국민의 이익을 극대화 시킬 능력이나 자질만을 놓고 비교해야 한다. 통신강국의 위상으로 바로 세울 인물이면 누구든 상관없다. 이미 대세는 기울었다. 후보 평가 기준에서 ‘황창규’를 아예 무시하고 가는 것이 KT가 ‘황창규의 망령’에서 벗어나 통신강국의 주축 기업으로 거듭나는 유일한 길이다.

김신 s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