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색 맞추기 급급한 코세페 촌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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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색 맞추기 급급한 코세페 촌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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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범 기자페이지 + 입력 2019-10-29 00:02:25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이하·블프)를 표방하는 국내 관광쇼핑축제 ‘코리아세일페스타’(이하·코세페)가 내달 1일부터 22일까지 진행된다. 지난 2015년 정부 주도로 처음 시작된 이후 올해로 5회째를 맞았지만 해가 지날수록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파격할인을 내세운 쇼핑행사지만 정부가 주도하다보니 참여업체 수가 적을뿐더러 할인율도 미미해 안하느니만 못한 행사라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어서다.

정부 역시 이러한 비판을 의식해 올해부턴 민간 주도로 진행한다는 입장이지만 여전히 기대보단 우려가 앞선다. 정부가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한다고 대대적인 홍보에 나서고 있지만 정작 행사에 참여하는 유통업계에선 불만어린 목소리를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백화점업계가 ‘보이콧’을 선언했다가 뒤늦게 철회 방침을 밝힌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유통업계 큰 축을 담당하는 백화점업계가 이토록 코세페 참여를 꺼렸던 이유는 국내 유통구조에 있다. 제품의 가격결정권이 백화점이 아닌 제조업체에 있는 데다 재고를 걱정할 필요가 없어서다. 미국에선 유통사가 제품을 직매입해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반면 국내 백화점과 아울렛은 직매입이 아닌 특약매입 방식으로 운영된다.

실제 미국의 경우 유통사가 제품을 직매입하다보니 소비자에게 팔지 못한 재고가 쌓이게 된다. 재고가 쌓이게 되면 유통사 입장에선 관리 비용이 부담스러워지니 역마진을 감수하면서까지 대폭 할인에 나서는 것이다. 말 그대로 미국의 블프는 재고 소진차원에서 행사가 이뤄지다보니 가격 할인율도 클 수 밖에 없다.

반면 국내 유통업체는 직매입이 아니라 제조업체에게 공간을 빌려주는 식이다. 백화점은 입점 브랜드로부터 상품을 외상 매입해 판매한 후 판매수수료를 공제한 상품대금을 지급한다. 물론 팔리지 않고 남은 제품은 반품도 가능하다. 재고 부담이 없으니 굳이 제품을 파격 할인해 판매할 이유가 없다. 백화점업계에서 오히려 코세페에 참가하면 손실만 커진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애초에 코세페가 민간 주도로 진행되는 행사였다면 굳이 백화점업계가 나서서 보이콧을 선언할 필요조차 없다. 뒤늦게 보이콧을 철회하긴 했지만 코세페를 향한 백화점업계의 반응은 여전히 미온적이다. 백화점업계는 “코세페에 참여해봤자 백화점 영업이나 경영에 악영향을 줄 우려가 크다보니 고민되는 게 사실이다”면서도 “추진위의 간곡한 부탁과 민간으로 이양된 첫 회인 만큼 대승적 차원에서 참여를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백화점업계가 코세페에 참여하기로 했지만 큰 폭의 할인율을 기대하기 힘든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세일 행사의 품목과 할인율, 다양한 이벤트의 세부 내용과 일정은 개별적으로 홍보가 이뤄질 예정이라는 게 코세페 추진위 측 설명이지만 유통업계가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큰 폭의 할인을 진행할 공산은 크지 않다. 등 떠밀려 참여하는 것도 서러운데 손해를 감수할만한 유인조차 없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상황이 이런데도 코세페 추진위는 행사 규모에만 초점을 두고 홍보하고 있는 실정이다. 행사 기간이 3주로 늘어났고, 참여 기업 수 또한 지난해와 비교해 얼마나 늘어났는지 등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정부 주도 사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보여주기식 행정의 단면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나서서 코세페 홍보에 나서고 있다는 점도 여전히 민간 주도가 아닌 정부 주도라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다. 구색 맞추기 급급한 보여주기식 행사는 안하느니만 못하다.

임현범 hby6609@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