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스틸웰, 지소미아 압박 대신 인도·태평양 전략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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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아베 만남은 한·일관계 개선에 고무적인 신호”

박선옥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9-11-06 17:15:04

▲데이비드 스틸웰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6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조세영 외교1차관과 접견을 마친 후 취재진과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안현준 기자] ⓒ스카이데일리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6일 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와 만나 한국의 신남방정책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간 협력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에 관한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강 장관은 이날 오전 8시 45분부터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미 국무부의 키이스 크라크 경제차관과 스틸웰 차관보를 함께 접견했다. 크라크 차관은 이날 열린 ‘제4차 한미 고위급 경제협의회(SED)’ 참석차, 스틸웰 차관보는 아시아 6개국 순방길에 방한했다.

지소미아 종료(22일 자정)를 앞두고 미국 국무부 경제·안보 고위 당국자가 함께 방한한 것을 두고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불만을 표해왔던 미국이 한국 정부에 지소미아 종료 재고를 압박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지소미아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 없었던 것은 스틸웰 차관보가 한·일관계와 관련한 한국 내 여론을 의식해 이를 자제한 것으로 추측된다.

이날 강 장관과 스틸웰 차관보 사이에 지소미아 대신 미국의 중국 견제 정책과 연계된 인도·태평양 전략 협력에 관한 대화가 오갔다.

강 장관은 스틸웰 차관보에게 한·미가 지난 2일 한국의 신남방정책과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 간 협력 내용을 담은 ‘공동설명서’(Joint Fact Sheet)를 발표한 것을 두고 “의미있는 성과물”이라고 평가하면서 “매우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미국은 에너지·인프라·디지털경제·인적 역량 강화 등 한미 간의 협력 과제를 총망라한 설명서 자료를 국무부 홈페이지에 한·미 양국 ‘공동설명서’(Joint Fact Sheet)로 공개한 바 있다.

스틸웰 차관보는 이에 “동의한다”면서 “우리(한·미)가 거의 독립적으로 같은 결론에 이르렀다는 사실은 동맹의 세계관에 대해 많은 것을 말해준다”고 화답했다.

강 장관은 크라크 경제차관에게는 “무역과 투자 분야를 중심으로 (한·미 양국의) 경제적 유대가 확대되고 있는 시점에 방문했다”면서 “한미 고위급 경제협의회를 통해 (경제적 유대를) 더욱 확대하기 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크라크 차관은 “이를(한미 경제적 유대를) 다음 단계로 끌어올리게 돼 매우 기대된다”고 밝히고 “한국은 오랫동안 최고의 파트너이자 동맹이었다”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는 크라크 차관·스틸웰 차관보와 함께 방한한 마크 내퍼 국무부 한국·일본 담당 부차관보,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가 배석했다. 한국 측에서는 이태호 2차관과 고윤주 북미국장, 양동한 양자경제국장 등이 각각 배석했다.

스틸웰 차관보는 강 장관과 접견한 후 이어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을 예방했다. 그는 외교부 방문을 마치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지속적으로 말해온 것처럼 한·미 관계와 동맹은 인도·태평양지역 평화와 안보의 핵심축(linchpin)이다”면서 인도·태평양 전략에 있어서 한국의 입지를 강조했다.

그는 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4일 태국 방콕에서 열렸던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에서 아베 신조 (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깜짝 회동을 가졌던 일을 희망적으로 평가했다. 스틸웰 차관보는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대화할 기회가 있었다는 점에 주목하며 매우 고무됐다”고 밝혔다. 그는 11분간 가졌던 양국 정상의 만남을 한·일 관계가 개선되는 과정에서 “고무적인 신호(encouraging sign)”라고 해석했다.

스틸웰 차관보는 외교부를 방문한 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NSC) 2차장 등과 만나 지소미아와 한국의 인도·태평양전략 기여방안, 방위비 분담금 인상 등 한미 간의 주요 현안을 폭넓게 논의할 계획이다.

▲이태호(오른쪽) 외교부 2차관이 6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제 4차 한·미 고위급 경제회의에 참석한 키이스 크라크 미 국무부 경제차관과 악수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한편 이태호 2차관은 이날 오전 외교부 청사에서 크라크 경제차관과 한·미 경제협력 확대·강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제4차 한미 고위급 경제협의회’를 개최했다.

이 협의회에서는 한미 경제관계 개관, 개발·에너지 등 분야에서의 신남방정책-인도태평양 전략 간 연계협력, 환경·보건·여성의 경제적 역량강화 등 글로벌 현안에 대한 양국 간 노력 현황 등이 논제로 떠올랐다.

이번 미 고위 정부 관리들의 방한에는 크라크 차관과 스틸웰 차관보 외에 데이비드 밀 국무부 무역정책협상 부차관보와 마크 내퍼 국무부 한국 일본 담당 동아태 부차관보 및 제임스 드하트 방위비분담협상대표(정치군사국 선임보좌관)까지 현재 국무부 인사가 다수 포함되어 있다. 이로써 이번 방한 중 방위분담금과 지소미아 종료 문제가 핵심 논의로 다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박선옥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박선옥 기자 sobahk@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