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 前직원, 사우디 스파이 혐의로 기소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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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 “외국 권력자들, 비판세력 색출 위해 미국 SNS 악용”

임보련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9-11-10 12:01:44

▲ 미 연방수사국(FBI)은 7일(현지시간) 웹사이트를 통해 사우디 정부를 위해 간첩 활동을 벌인 혐의로 트위터 전 직원 및 관계자를 수배하는 전단을 공개했다. [사진=뉴시스]

전 트위터 직원들이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에 고객 정보를 넘긴 혐의로 기소됐다.

AP통신,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미국 검찰은 6일(현지시간) 사우디 정부를 위해 스파이 활동을 한 트위터 전 직원 2명 및 관계자 1명을 기소했다.

기소된 이들은 알리 알자바라(35·사우디)와 아흐마드 아보아모(41·미국)로 반체제 인사의 트위터 계정 정보를 몰래 들여다보고 각종 정보를 불법 수집해 사우디 당국에 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이들을 고용하고 연락책을 맡았던 아흐메드 알무타이리(30·사우디)도 같은 혐의로 기소됐다.

데이비드 앤더슨 검사는 “기소된 세 사람은 사우디 정부 비판자들과 다른 트위터 이용자들의 개인 정보를 몰래 캐냈다”고 설명했다.

아보아모는 2015년 트위터의 ‘미디어 파트너십’ 중동지역 책임자로 일하면서 불법 첩보활동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서류까지 위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같은 시기 트위터 엔지니어로 일했던 알자바라는 사우디 왕실의 소셜미디어 자문역을 맡으며 스파이 활동에 참여했다.

이 두 사람은 2014~2015년 사이 사우디 정부와 왕가가 지목한 트위터 이용자의 이메일은 물론 IP주소, 생년월일 등 개인정보를 빼돌렸다. 미 법무부는 “이들이 사우디에 넘긴 정보가 트위터 사용자를 식별하고 거주지를 파악하는 데 사용됐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이들이 불법적으로 개인정보를 들여다본 트위터 이용자는 모두 6000명으로 여기에는 유명 언론인을 포함해 다수의 사우디 반정부 인사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트위터 전 직원 2명은 사우디 정부에 이들의 개인 정보를 넘겨주는 대가로 비밀은행 계좌를 통해 수만 달러를 받고 고가의 시계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중 아보아모는 지난 5일 미국 시애틀에서 체포됐으며 나머지 2명은 사우디에 거주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미 연방검찰이 밝혔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성명을 내고 “세 사람은 사우디 정부의 지시와 통제를 받고 활동했다”며 “FBI는 외국 정부가 불법으로 미국 기업에서 개인 정보를 빼돌리는 행위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위터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내고 “트위터를 이용하는 많은 사람들이 믿을 수 없는 위험에 직면했다”며 “이들의 사생활 정보를 보호할 수 있는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WP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를 배후로 지목했다. WP에 따르면 이들이 수집한 정보가 사우디 왕세자의 자선단체 ‘MiSK’를 운영하는 정부 관계자 바데르 알아사커에게 전달됐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을 두고 WP는 “외국의 권력자들이 자신들의 정권을 비판하는 이들을 색출하고 억압하는 수단으로 미국의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악용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미국 실리콘밸리가 정치 망명자들과 독재정권 하에 있는 이용자들의 개인정보를 보호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파이낼셜타임스(FT) 역시 “이번 사건을 통해 소셜미디어 업체의 개인정보 보안에 대해 의문이 제기된다”고 전했다.

[임보련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임보련 기자 bll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