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 대학생 사망·야당의원 체포…홍콩 일촉즉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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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혼란 야기해 지방선거 취소하려는 정부의 계획”

박선옥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9-11-10 15:58:59

▲ 홍콩 시위 도중 주차장 건물에서 추락해 중태에 빠졌던 대학생이 8일 오전 끝내 사망했다. 사진은 추모객들이 모여들어 애도의 표시를 남긴 추락 장소. [사진=SCMP 캡처]

홍콩에서 시위 도중 대학생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홍콩 경찰이 야당 의원들을 대거 체포하면서 야권이 강력히 반발하는 등 홍콩 사태가 긴장감을 더해가고 있다.

9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홍콩 경찰은 전날 밤 에디 추 호이딕, 아우 녹힌, 레이몬드 찬 치추엔 의원 3명을 체포했다. 경찰은 체포된 3명 의원 이외에 렁이우청 등 의원 4명을 체포할 것이라고 예고하기도 했다.

홍콩 경찰은 이들 야당 의원들에게 지난 5월 입법회에서 여당 의원들의 송환법 개정안 논의를 방해한 혐의를 적용해 체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 측은 경찰이 의원 7명을 체포함으로써 지방선거를 앞두고 혼란을 가중시켜 이를 빌미로 홍콩 정부가 선거를 취소하는 방향으로 몰고 가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들은 정부의 야당 의원 체포는 시위대를 자극해 더 큰 폭력을 유도해내려는 시도이며 이를 구실로 이달 24일로 예정된 지방선거를 연기하거나 취소시키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부에서는 홍콩 시위 여파로 범민주 진영의 승리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홍콩 정부가 선거를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타냐 찬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그들의 계획에 ‘노’라고 답할 것이다”고 말했다. 찬 의원은 이달 예정된 선거에 대해 “이는 사실상 국민투표와 마찬가지다”면서 “모든 홍콩 유권자들이 투표에 참여해 경찰의 악랄함과 홍콩의 부당한 시스템에 ‘반대’를 표할 것이다. 이번 선거는 우리의 결의를 보여줄 분명한 기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찬 의원은 또 “정부는 문제를 지적한 의원들을 체포하고 싶어하면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회 불안을 해결하기를 원치 않는다”고 지적하면서 “이는 말 앞에 마차를 묶어두는 것이다”고 꼬집었다.

홍콩 정부는 이 같은 의혹을 부인했다. 패트릭 닙 탁쿠엔 홍콩 체제국무국장은 이날 의원들의 체포는 선거와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정부는 예정대로 24일 지방선거를 치르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진행상황을 면밀히 검토할 것이다. 우리는 그런 중요한 선거가 질서있는 가운데 평화적으로 진행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의원)체포와 선거 사이에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탁쿠엔 국장은 야당 의원 체포로 인해 정부에 대한 홍콩 시민들의 저항이 더 거세질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시민들이 이 일에 지나친 해석은 자제해 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홍콩 경찰은 지난 8일 밤 의원 3명을 체포한데 이어 렁 이우청, 궉 가기, 개리 팬 권와이, 람 측팅 의원 등 4명을 추가로 체포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이들 모두에게 지난 5월 11일 열렸던 입법회에서 다른 의원들의 논의를 방해한 혐의를 적용했다.

▲시위도중 의문의 추락사한 홍콩과학기술대 2학년생 차우 츠륵을 추모하는 홍콩 시민들. [사진=SCMP 캡처]

한편 지난 4일 오전 1시경 시위가 벌어지던 정관오 지역의 한 주차장 건물에서 추락해 중상을 입은 대학생이 8일 끝내 숨졌다. 지난 6월 9일부터 시작돼 5개월 동안 24번의 주말마다 홍콩 시민들이 반중 시위를 이어가며 경찰과 대립해온 가운데 시위 관련 첫 사망자가 발생한 것이다.

홍콩과학기술대 2학년생 차우 츠록(22) 씨는 주차장 건물 3층에서 2층으로 떨어지면서 머리를 심하게 다쳐 병원으로 실려가 두 차례 뇌수술을 받았지만 결국 깨어나지 못했다.

그의 추락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시위대의 주장에 따르면 당시 경찰이 주차장 건물 인근에서 최루탄을 쏘며 시위대를 해산시켰으며 이 과정에서 차우가 이를 피하려다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부에서는 경찰이 구급차의 현장 진입을 막는 등 응급처치를 방해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퀸엘리자베스병원 측은 이날 오전 8시 차우가 심정지로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홍콩 시내는 충격과 애도에 휩싸이고 폭력적 시위로 이어지기도 했다.

다음날인 9일 홍콩시민들은 이날을 ‘추모의 날’로 정하고 대규모 항의 집회를 전개했다. 곳곳에 설치된 분향소에는 검은 리본을 단 추모객들이 꽃과 촛불, 종이학으로 애도를 표했다. 10일 타이페이타임스는 이날 밤 수 만명의 시민들이 경찰의 승인 하에 공원에서 추모집회를 가졌다고 전했다. 또 차우가 추락한 주차장 건물에는 추모객들이 몰려들어 줄지어 순서를 기다리는 모습도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박선옥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박선옥 기자 sobahk@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