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 매물 옥죄자 지난해 증여만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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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증여 평균 8억 3128만원…부동산 양도세 중과 영향으로 추정

문용균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9-11-11 11:38:45

지난해 주택을 포함한 건물 증여와 부부 사이의 증여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집값이 계속 상승하는 데다 정부의 계속되는 부동산 정책으로 인해 향후 공시가격 인상 및 보유세 중과가 예상되면서 절세 차원에서 일찌감치 부동산 증여를 선택한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세금 납부를 위해 신고된 상속 재산은 1인당 평균 24억 2000만원이며 증여 재산은 1억 9000만원 수준으로 파악됐다. 11일 국세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증여세 신고 대상 재산은 27조 4114억원에 달했으며 신고 인원은 14만 5139명으로 1년 사이에 17%와 13%가 증가했다.

이는 1인당 평균 증여 신고액이 1억 8900만원 수준으로 지난 2017년의 1억 8173만원에 비해 4%가 늘었다.

이 중 눈에 띄게 증가한 것은 주택을 포함한 건물 증여였다. 건물 증여는 4만 1681건으로 28%가 증가했으며 증여 신고액은 8조 3339억원으로 42%가 증가했다. 증여를 받는 사람(증여·수증인)의 관계를 살펴보면 부부 간 증여가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건수는 3164건으로 45%가 급증했으며 신고액은 2조 6301억원으로 지난 2017년에 비해 42%가 급증했다. 부부 사이 증여된 자산의 평균 신고액은 8억 3128만원으로 나타났다.

상속세의 경우 지난해 총 신고재산은 20조 4604억원으로 2017년의 16조 5329억원에 비해 24%가 증가했으며 신고인원은 8449명으로 21%가 늘어난 것이다.

피상속인(사망자)의 1인당 평균 상속 재산은 24억 2164만원으로 2017년의 23억 7200만원에 비해 2%가 늘어난 수치다. 상속 자산을 종류별로 살펴보면 금융자산(7천26건)이 가장 많고 이어 건물(6762건), 토지(5649건)의 순이었다.

하지만 신고액 기준으로는 토지가 5조 7000억원으로 가장 높았으며 전년도에 비해 상속 신고액 증가율이 가장 높은 자산은 유가증권(60%·2조 8681억→4조 5827억원)이었다.

이런 결과를 두고 부동산 현장에서는 증여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나아가 국세청에서 몇 년 지난 세금까지 중과하는 사례도 나왔다.

강남구 소재 A부동산 관계자는 “지난해 수입이 없는 노부부들이 높아지는 세금(보유세 등) 부담에 집을 팔려고 결심을 하고 부동산을 찾았지만 양도세가 엄청나게 늘어나 세무사를 찾는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며 “또한 자제·배우자에게 증여세를 내고 증여를 하는 사례도 많았기 때문에 저런 수치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서초구 소재 B부동산 관계자는 “증여세가 늘어난 것은 정부의 고강도 세금 규제로 인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며 “오히려 증여를 통해 자신의 재산을 지키려고 하는 사람들보다 정부의 늦장 추징이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실제 사례로 8년 혹은 10년 전에 건물을 팔았던 분이 당시 양도세를 다 냈는데 국세청에서 세금을 더 내라고 전화가 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오래 전 일이라 소명자료를 제출할 길이 없어 행정소송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내용과 관련해 상속·증여세 전문가인 세무법인 다솔WM 송경학 대표는 “일반인들은 세부담을 최소화 하는 쪽으로 움직일 수 밖 에 없다”며 “서울에서 2주택자, 3주택자가 되면 일반적인 양도세 세율보다 40~50% 더 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증여세는 양도세 중과되는 세금보다 적다”며 “정부가 원하는대로 다주택자 매물이 시장에 나오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언급했다.

송 세무사는 “부부 증여가 늘어난 것은 종합부동산세의 경우 인(人)별로 과세를 하니 가능한 배우자나 자녀에게 증여를 해서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낮추려는 시도로 보인다”며 “앞으로도 이런 선택이 늘어날 것이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그는 “세금을 낸 이후에 추징당하는 것은 과세관청의 잘못은 아닐 것이다”며 “요건은 정확히 정해져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적시에 세금을 제대로 걷지 못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고 덧붙였다.

[문용균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문용균 기자 ykmoo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