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전환실비 가입절차, 이젠 변해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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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용의 바른보험

보험사 입맛에 맞춰진 현재 시스템…고객과 설계사를 위해 유동적으로 변경돼야

김덕용 필진페이지 + 입력 2019-11-11 13:43:35

‘빛 좋은 개살구’라는 표현은 전환실비 제도를 두고 하는 말이다. 취지는 좋을지 모르지만 가입 조건이나 가입절차 등 현실과는 맞지 않는 기준들로 보험설계사들이 조금은 기피하고 싶은 보험설계 중 하나가 돼버렸다.

본래 전환 실비 제도란 과거 가입 의료실비보험의 보장 사각지대와 높은 갱신보험료를 소비자 편에 서서 좀 더 유리하게 해주겠다는 의미에서 기존 의료실비 특약을 삭제하거나 아니면 보험계약 해지를 한 후 현재 판매되고 있는 의료실비로 새롭게 전환 해주는 제도다. 기존 고객들을 대상으로 분명히 유리한 혜택을 볼 수 있는 부분이 있기에 나쁘다고 평가할 수 없는 제도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전환을 하는 조건이 특이 병력으로 인한 보상이력이 있다면 전환이 가능한지 먼저 따져봐야 하는데다가 회사마다 가입하는 절차가 모두 달라서 고객들이 혼란스러워 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설상가상 전환실비를 가입하는 모든 절차를 단 하루 만에 끝내야 해서 현장에선 불만 아닌 불만이 속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소비자는 물론이고 보험설계를 해주는 보험설계사들에게도 말 못할 짜증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는 뜻이다.

우선 보험회사 입장은 모든 보험사가 전산 시스템이 다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으며, 자신들의 회사규정을 따라 달라고 쉽게 말하지만 최소한 영업현장의 환경을 고려해 가입절차를 만들어 놔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단 하루 만에 기존 보험상품에서 의료실비 특약을 해지하거나 보험계약 해지를 한 후 바로 가입을 하라는 것은 정말 많은 변수가 존재하는 영업현장에서는 자칫 소비자가 피해를 볼 수 있는 상황이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보험회사가 너무 간과하는 것 같아 보험설계사의 입장에서 정말 화가 많이 난다.

그렇다면 필자의 상담사례를 통해 현재의 시스템들이 얼마나 문제가 될 수 있는지 예시를 살펴보면 얼마 전 전환실비 문제를 두고 보험사와 언쟁을 벌인 일이 있었다. 보편적으로 전환실비보험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먼저 심사를 통해서 전환이 가능한지 알아봐야 한다고 했는데 이와 관련 해당 보험사 본사에 관련 질문을 위해 전화 통화를 한 일이 있었다.

절차 확인 중 특이한 점이 있었다. 전환실비를 진행한다면 진행을 하기로 한 당일 기준 승인여부의 심사도 같은 날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11월 20일에 전환실비 가입 진행을 하기로 했다면 심사승인도 20일에 받으라는 것이다. 다른 회사의 경우 진행하기로 한 날짜 이 전에 미리 승인을 받아놓고 해당 승인 계약건으로 날짜만 수정해 청약 진행을 할 수 있는데 이 회사는 그와 무관하게 기존에 승인을 받아 놓았다고 하더라도 실비전환 절차를 진행하는 날 날짜를 수정해 다시 심사를 받아야 했다.

실제 현장에서는 기존에 승인을 받아놓고 이 과정을 진행을 한다고 하더라도 당일 특약 해지 또는 계약해지까지 이뤄져야 해서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계약과정이 아니라는 게 설계사들의 입장이다. 그런데 계약전환 심사승인 여부까지 당일 날 받아야 한다면 이 건 자칫 시간이 안 맞으면 고객이 피해를 보거나 진행이 안 될 수도 있다.

그래서 당일 날 심사가 많아서 결과가 늦어져서 자칫 시간에 쫓겨 진행을 못하면 누구 책임이냐고 보험사에 물었다. 답변은 규정이니 어쩔 수 없다는 대답이었다. 더군다나 해당 보험사는 기존 보험의 특약 삭제 또는 보험계약 해지는 보험계약 청약서를 최종 출력하고 나서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승인을 받았다고 할지라도 청약서 출력을 하지 않고 기존 특약 삭제나 해지를 하면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주의를 줬다.

이건 정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는 무성의한 답변이자 허술한 시스템이다. 그래서 언성이 높아진 것이다. 그나마 기존 보험의 계약 해지는 콜센터를 통해서 하면 될지 몰라도 보험특약 삭제는 담당설계사가 해줘야 하기 때문에 담당설계사와 소통이 잘된다면 그나마 괜찮지만 그렇지 않다면 또 다른 난감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진행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 한편 담당자 이관을 통해 진행해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하지만 특약삭제도 엄연히 자필서명을 받아야 하는 작업인데 고객이 지방에라도 거주한다면 이건 그냥 진행하지 말라는 것과 같은 말이다.

모바일 청약 업무도 본인 명의 핸드폰만 가능하고 편법으로 우선 팩스업무로 먼저 진행하고자 한다 할지라도 환경여건상 팩스를 전송 받지 못하는 곳에 계시다면 정말 난관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전환 실비 가입은 모바일 청약지원이 안 되는 회사도 있다. 무조건 찾아가서 서명을 받으라는 얘기다. 이 또한 규정이라고 하는데 정말 정해진 것 없는 보험회사 입맛에 맞춰진 시스템 때문에 보험설계사로서 보험 가입 소비자들에게 뭐라고 해야 할 지 할 말이 없다.

보기에 좋기만 한다면 그것은 그림의 떡일 뿐이다. 갈수록 적잖은 사람들이 전환실비를 활용하고 있는 실정이고 여기저기서 불편하다고 지속적으로 얘기하고 있다. 그럼 절차를 간소화하거나 아니면 보다 소비자와 보험설계사가 생각하지 못한 변수에 피해를 입지 않도록 전환실비 가입을 위한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탁상행정이 지겹다는 얘기를 또다시 꺼내지 않을 수 없는 안타까운 상황을 이젠 그만 마주하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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