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비아 대통령, 부정 선거 논란에 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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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AS “명백한 조작 발견”, 군·경찰도 시위에 가담

임보련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9-11-11 14:26:31

▲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볼리비아 행정수도 라파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뉴시스]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이 부정 선거 논란 속에 결국 10일(현지시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모랄레스 대통령은 TV 연설을 통해 “이런 갈등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 무척 가슴 아프다”면서 “대통령직에서 물러난다”고 말했다.

4선 연임에 도전한 모랄레스 대통령은 지난달 20일에 치러진 대선에서 또다시 당선 됐다. 그러나 개표 결과 공개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중단되고 그 사이에 개표 차가 10% 포인트 이상 벌어지는 등의 부정 선거 의혹이 제기되면서 야권에서는 강하게 반발했고 반정부 시위가 일어났다.

국제사회는 대선 결과 무효화나 결선 실시를 할 것을 촉구했으나, 모랄레스 대통령은 부정 의혹을 부인하며 야권의 의혹 제기는 ‘쿠데타 시도’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이날 오전 미국 워싱턴 D.C에 본부를 둔 국제기구 미주기구(OAS)에서 “선거 감사 결과 투표용지 보관 체계나 개표 과정, 통계 예측 등 여러 측면에서 부정행위가 발견됐다”고 발표하면서 “선거 결과를 무효로 하고 새 선거 절차를 시작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에 모랄레스 대통령은 재선거를 하겠다고 밝혔으나, 국민들은 그의 즉각 사퇴를 요구했다. 이뿐만 아니라 윌리엄스 칼리만 군 최고사령관과 경찰 수장도 모랄레스 대통령의 퇴진 요구에 동참했다.

전날에는 볼리비아 행정수도 라파스 등 최소 6개 도시에서 경찰들이 근무지를 이탈한 채 모랄레스 대통령의 퇴진 촉구 시위에 동참하기도 했다.

OAS의 감사 결과 발표 직후, 모랄레스 대통령은 “헌법상 역할을 다해야 한다"며 내년 1월까지인 임기를 다 채우겠다”고 밝혔으나, 군과 경찰 수장까지 사퇴할 것을 종용하자 결국 몇 시간 만에 사퇴하겠다고 발표했다.

앞서 칼리만 군 사령관은 기자회견을 통해 “내부 갈등 상황을 분석한 결과 볼리비아 대통령에게 평화 회복과 안정 유지를 위해 대통령 권한을 포기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모랄레스 대통령의 사퇴 발표 소식에 지난 대선에서 2위를 차지한 야권 후보 카를로스 메사 전 대통령은 “독재가 끝이 났다”며 “절대 오늘을 잊지 못할 것”이라고 환호했다.

미국 국무부는 이날 “선거에서 부정행위를 발견한 OSA의 전문적인 성과에 찬사를 보낸다”면서 “볼리비아 국민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치를 자격이 있다”며 모랄레스 대통령의 사퇴 소식을 반겼다.

지난 2006년 1월 볼리비아 첫 원주민 대통령으로 집권해온 모랄레스 대통령은 헌법의 연임 제안 규정을 고치며 네 번째 대권 도전에 나섰던 중남미 현역 지도자 가운데 최장수 지도자다.

이번 대선에서 당선됐다면 2025년까지 총 19년간 장기 집권할 예정이었으나 약 14년 만에 결국 물러나게 됐다.

모랄레스 대통령의 사퇴와 동시에 알바로 가르시아 리네라 부통령과 각료들도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볼리비아 정국은 더욱 혼란스러워질 전망이다.

[임보련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