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색내기 특례할인에 골병드는 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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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색내기 특례할인에 골병드는 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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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범 기자페이지 + 입력 2019-11-12 00:02:53

최근 한국전력공사(이하·한전)와 정부가 전기요금 특례할인 제도를 둘러싸고 마찰을 빚고 있다. 김종갑 한전 사장이 전기요금 특례할인을 폐지하겠다고 밝히고 있는 반면 담당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전기요금 개편은 정부가 결정하는 일’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마찰이라기 보단 정부가 한전을 노골적으로 압박하는 모양새가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한전은 정부의 정책에 따라 다양한 특례할인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전기차 충전 할인을 비롯해 에너지저장장치(ESS) 할인, 신재생에너지 할인, 전통시장 할인 등 12개에 달한다. 이밖에 취약계층, 다자녀가정 할인 등 각종 복지할인까지 합하면 한전이 부담하는 요금 할인액은 무려 조 단위를 넘어간다. 적자 늪에 시달리고 있는 한전 입장에선 특례할인으로 인한 손실이 뼈아플 수 밖에 없다.

실제 최근 한전의 실적은 형편없다. 탈원전 정책이 시작된 지난 2017년 4분기 1294억원 적자를 기록한 이후 매분기 적자를 냈다. 지난해 6년 만에 영업손실 2080억원의 적자를 냈고, 올 상반기에는 무려 9285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면서 적자 폭을 키웠다.

적자가 이어지면서 부채도 쌓여가고 있다. 지난 2017년까지만 해도 108조8000억원이었는 한전 부채는 1년 새 약 5조3300억원이 늘어 지난해 114조1563억원을 기록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달 한전의 자체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낮추기도 했다.

불과 2016년까지만 해도 3조원이 넘는 이익을 내던 국내 최대 공기업이 적자 늪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는 것이다. 한전의 적자는 다양한 요인들이 거론되지만 정부 등쌀에 떠밀려 보지 않아도 될 손해를 불가피하게 보고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발전원가가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도 전기요금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데다 탈 원전 정책으로 인한 여파도 무시할 수 없다. 말그대로 정부의 정책 비용을 한전이 대신 부담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전기요금이 국민 생활 전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정부의 입김을 아예 무시할 순 없다. 그러나 정부의 정책부담을 오롯이 한전에게 떠넘기는 건 지양해야 한다. 한전이 공기업인 건 맞지만 그렇다고 정부가 한전의 주인이라고 말할 수 없는 까닭이다.

한전의 지분 49%는 일반 주주들이 보유하고 있다. 한전에 투자한 국민들과 기관투자자, 외국인 등이 정부 입김에 휘둘린 채 적자에 시달리는 한전을 어떻게 바라볼 지도 우려된다. 국내 에너지기술 기업의 면모를 과시해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정부가 감내해야 할 손해를 대신 떠안고 있다는 점은 자본시장에서 코리안 디스카운트를 유발시키는 악재나 다름없다.

이른바 ‘관치’라는 말로 대변되는 정부의 과도한 시장개입이 한국경제를 좀먹는 악재로 여겨질 공산이 크다는 말이다. 당장 정부가 전기요금을 할인해 국민들의 부담을 낮춰준다고 해도 한전이 실적악화로 부실화될 경우 이는 결국 국민 부담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다. 그간 부실화된 공기업을 살리기 위해 정부가 막대한 자금을 투입한 전례가 적지 않다는 점이 이를 반증한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한전을 복지정책의 꼭두각시로 활용하는 걸 멈춰야 한다. 그 시발점이 특례할인 종료라는 건 두 말 할 필요가 없다. 더 나아가 정부 정책 사업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막대한 자본이 투입되는 에너지 복지정책 부담을 한전에 떠넘기는 건 결국 국민 부담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점을 되새겨 볼 일이다.

임현범 hby6609@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