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 베를린 장벽 붕괴 30주년 맞아 연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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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권·관용 지키고 존중받아야” 강조

임보련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9-11-11 17:18:28

▲ 9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베를린 장벽 붕괴 30주년’ 기념식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베를린 장벽을 넘어 서베를린으로 탈출하려다 동독 경비병의 총격에 숨진 동독 시민들을 추모하며 촛불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독일 베를린 장벽 붕괴 30주년을 맞아 열린 기념식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아무리 높게 쌓은 장벽이라 할지라도 인간의 자유를 제약하는 장벽은 언젠가는 무너지게 돼 있다”고 말했다.

AP·AFP통신 등에 따르면 9일(현지시간) 메르켈 총리는 “베를린 장벽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상기시킨다”면서 “전 유럽은 민주주의와 자유·인권·관용을 지켜내야 한다. 이런 가치는 항상 존중되고 보호되어야 하며, 자유는 당연히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메르켈 총리는 “베를린 장벽 붕괴 기념일은 행복한 순간의 기억이지만 한편으로 현재 마주한 증오와 인종차별, 반(反)유대주의에 맞서야 한다는 점을 일깨워주고 있다”고도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인권이란 그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상기시킨다. 개인들의 참여는 비록 소소해 보일지라도 이로 인해 좌절해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옛 동독 출신인 메르켈 총리는 기념식에서 베를린 장벽을 넘어 서베를린으로 오려다 동독 경비병의 총을 맞아 숨진 동독 시민들을 추모했다.

메르켈 총리는 일간 쥐트도이체차이퉁과의 인터뷰에서 “옛 동독과 서독지역 간의 격차 해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도 “격차 해소에 반세기가 더 걸릴 수 있다”고 예상했다.

같은 날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은 “동유럽에서 평화혁명을 이뤄낸 폴란드와 헝가리, 체코, 슬로바키아의 자유에 대한 의지와 용기가 없었다면 독일 통일은 불가능했을 것”이라면서 “미국이 국가 이기주의에 맞서 민주주의와 자유를 위한 존중받는 동반자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지난 1987년 6월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이 서베를린을 찾아 브란덴부르크문 앞에서 “장벽을 무너뜨리자”고 연설했던 것을 언급하며 “이 외침을 여전히 듣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기념식에는 메르켈 총리와 슈타인마이어 대통령 외에 폴란드, 슬로바키아, 체코, 헝가리 등의 정상들이 참석했다.

기념식에 참석한 세르조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은 베를린 장벽 붕괴를 두고 “전 세계를 위한 역사의 새로운 길의 시작이자 자유의 여명”이라는 의미를 부여하고 “분단과 증오의 벽이 없는 유럽은 시민이 스스로 운명의 주인이 될 수 있도록 기회를 준다”고 밝혔다.

이날 저녁 동서 베를린의 경계에 있었던 브란덴부르크문에서 장벽 붕괴 30주년을 맞아 기념 공연이 열렸다. 베를린에서는 이번 주 내내 사진전, 오케스트라 공연, 한국 사찰음식을 선보이는 ‘화합의 만찬’ 등 200여 개의 다양한 장벽 붕괴 기념행사가 열린다.

[임보련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임보련 기자 bll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