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대방(帶方) 지명의 성립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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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수의 新삼국사 산책

북대방은 황해도, 남대방은 전라북도 남원

정재수 필진페이지 + 입력 2019-11-11 17:42:34

우리 고대사 지명 중에 대방(帶方)이 있다. 帶(대)는 기다란 띠, 方(방)은 네모(방형)를 말한다. 대방은 기다란 띠로 둘러싸인 형태의 너른 평지를 가리킨다. 다만 ‘방(方)’자의 갑골문은 '강 언덕에 배가 나란히 있는 모양'을 상형화한 것이어서, 대방은 여러 척의 배들이 띠처럼 줄지어 정박한 장소 즉 항구를 가리키기도 한다.

대방 명칭은 공손씨의 대방군에서 처음 언급

대방 명칭은 <삼국지> 위서 동이전에 처음 등장한다. 공손강(公孫康)이 둔유현(屯有縣) 남쪽의 황무지를 나누어 대방군을 설치한 기록이다. (公孫康分屯有縣以南荒地爲帶方郡) 이 해는 209년이다. 백제는 초고왕(5대) 44년에 해당한다. 공손강은 중국 삼국(위·촉·오) 시대 대륙 동북방(요서) 지역에 소재한 공손씨 연(燕-공손도)의 2대 왕이다. 둔유현은 낙랑군 속현의 하나로 지금의 중국 하북성 창려현이다.

<진서> 지리지에 대방군의 설명이 구체적으로 나온다. 대방군은 공손강이 낙랑군 15개 속현 중 7개를 따로 떼어내어 둔유현 이남에 설치한 군이다. 7개 속현은 대방, 열구, 남신, 장잠, 제해, 함자, 해명 등이다.

이들 대방군 속현은 지금의 중국 난하(灤河-롼허) 하류지역에서 남쪽으로 천진(天津-톈진)에 이르는 광활한 평야 지대에 위치한다. 다만 공손강이 군의 명칭을 대방으로 정한 이유는 이전부터 이 지역이 대방으로 불렸기 때문이다.

<삼국지> 위서 동이전은 대방의 거주민을 한예(韓濊)로 표기한다. 한(韓)은 마한인, 예(濊)는 예맥족의 예인을 가리킨다. 이들 한예인은 요서전쟁 이후 대방지역에 정착한 사람들이다. 요서 전쟁은 공손강의 대방군 설치 80여년 전인 121년(1차), 122년(2차)에 걸쳐 태조왕의 고구려 연합군과 위 구태의 후한(後漢) 연합군이 벌인 전쟁이다.

이때 고구려 연합군으로 참가한 세력이 마한과 예맥이다. 마한은 한반도 비리국(卑離國-전북지역) 들이며, 예맥은 대륙 개마국(蓋馬國-요서지역) 출신자를 지칭한다. 전쟁 결과는 고구려 연합군의 승리로 끝나며, 상당수 마한인과 예인이 대방 지역에 정착한다.

문제는 공손강의 대방군 설치로 인해 대방 지역 한예인에게 적잖은 변화가 발생한다. 대방군 설치에 반발한 상당수 한예인이 한반도로 이동하며 이때부터 한반도에도 대방 명칭이 생겨난다.

북대방(황해도)은 예인 출신 망명 지역

먼저 북대방이다. 우리는 대방을 황해도로 이해한다. 이병도가 대방군 설치 지역인 둔유현 이남의 둔유현을 황해도 황주로 비정했기 때문이다.

이병도의 잘못은 공손강의 대방군 설치 장소를 처음부터 중국 대륙이 아닌 한반도로 고정시킨 점이다. 이로 인해 공손씨 연(燕)의 지배 영역이 바다 건너 황해도 지역까지 포함되는 해석이 뒤따르게 된다. 있을 수 없는 역사다. 황해도 대방 명칭은 사람의 이동에 따라 필연적으로 파생된 지명의 이동일 뿐이다. 이병도가 남긴 역사의 그늘이 참으로 짙다.

한반도 북대방은 황해도 남부지역을 일컫는다. <백제왕기>(남당 필사본)에 초고왕이 대방인 3천을 서쪽 지역에 이주시키며, 또한 서쪽 패하구(浿河口-예성강)를 순행한 기록이 있다.(三月移帶方人三千于國西七月王西巡至浿河口) 이는 중국 대륙에서 건너온 대방인의 정착 지역이 황해도 해주를 포함하는 옹진반도(甕津半島) 일대임을 설명한다.

황해도 남부지역에 정착한 대방인은 공손강의 대방군 설치에 반발하여 한반도로 건너온 한예인이다. 더 정확히 표현하면 한예인 중에서 주로 예인으로 추정한다.

남대방(전북 남원)은 마한인의 복귀 지역

다음은 남대방이다. 한예인 중 한인(마한인)은 주로 전북 남원지역으로 이동한다. <삼국유사> 기이편 기록이다. 조위(曹魏-조조 위) 때 처음으로 남대방군(南帶方郡)(지금의 남원부이다)을 설치하였기 때문에 남대방이라 하였다.(曹魏時始置南帶方郡[今南原府] 故云帶方之南) 이 내용은 <고려사 지리지>, <세종실록지리지>에도 나온다.

남대방은 한반도에 설치된 것이 아니라 명칭이 생긴 것이다. 이는 한반도 마한 비리국(전북지역) 출신들이 요서 전쟁(121년,122년) 이후 중국 대륙 대방 지역에 정착했다가 다시금 한반도로 복귀한 사실을 증언한다. 다만 일연이 공손강의 대방군을 마치 한반도에 설치된 것처럼 표현한 부분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북대방(황해도)은 예인 출신의 망명지역이며 남대방(전북남원)은 마한인의 복귀 지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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