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겨난 모랄레스, 멕시코 망명길에 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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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정부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망명 허가”

임보련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9-11-13 16:52:18

▲ 에보 모랄레스 전 볼리비아 대통령(오른쪽)이 12일(현지시간) 멕시코시티에 도착, 비행기에서 내리면서 마중 나온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멕시코 외무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선 부정 논란에 사퇴한 에보 모랄레스 전 볼리비아 대통령이 멕시코 망명길에 올랐다.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11일(이하 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나는 멕시코로 떠난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망명을 허가해준 형제들(멕시코)에게 감사하다”고 적었다. 이어 “정치적 이유로 나라를 떠나는 것이 고통스럽다”면서도 “더 강해져서 돌아오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멕시코 외교부 장관은 기자회견을 열고 “모랄레스 전 대통령의 전화를 받았다”며 “전화 통화를 통해 모랄레스 대통령이 정치적 망명을 공식 요청했다”고 밝혔다고 AP통신 등이 전했다.

에브라르드 장관은 멕시코가 모랄레스 대통령의 망명을 수용하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 “인도주의적인 이유와 그가 위험에 처한 볼리비아의 현재 상황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멕시코 공군 항공기를 타고 다음날인 12일 낮 멕시코의 수도 멕시코시티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그는 도착 직후, 취재진을 향해 “내 목숨을 구해줬다”면서 그의 망명을 받아준 멕시코 정부와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을 향해 감사를 표했다.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망명의 와중에도 “살아있는 한 정치를 계속하겠다. 살아있는 한 투쟁을 이어 나가겠다”며 앞으로 정치적 투쟁에 나설 것을 예고했다.

이날 모랄레스 전 대통령 외에 일바로 가르시아 레네라 전 볼리비아 부통령과 모랄레스 여동생으로 추정되는 가족도 함께 도착했다. 에브라르드 장관은 공항의 옛 대통령기 전용 계류장까지 가서 이들을 맞이했다.

앞서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직접 모랄레스에게 망명을 제안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밝혔다.

지난 2006년 볼리비아서 원주민 출신으로 처음으로 대통령에 취임해 약 14년간 장기집권해온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지난달 대선에서 4선 연임에 도전했다. 그러나 개표 결과 공개가 갑자기 중단되고 중단된 하루 사이 1위와 2위의 격차가 10% 포인트 이상 벌어지면서 부정 의혹이 제기됐다.

야권 등 시민들의 반발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일어났고 군·경찰까지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자 결국 지난 10일 사퇴 의사를 밝혔다.

현재 볼리비아에서는 극심한 혼돈이 빚어지고 있다. 모랄레스 전 대통령이 사퇴하면서 부통령과 상하원 의장도 연이어 사퇴했기 때문이다.

이날 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제닌 아녜스 상원 부의장을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추대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다수 여당 사회주의운동(MAS) 의원들이 출석하지 않아 회의를 열지 못하면서 대통령 권한대행을 정하지 못했다.

한편 수도 라피스 등 볼리비아 곳곳에서는 모랄레스 지지자들의 항의 시위가 이어지면서 방화가 발생하기도 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임보련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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